[이데일리 신민준 기자]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의 21가 폐렴구균 백신 후보물질(GBP410)이 글로벌 프리미엄 백신 시장의 판도를 가를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사노피와 공동으로 진행 중인 글로벌 임상 3상은 단순한 신약 개발을 넘어 국내 기업이 고난도 백신을 끝까지 개발해 상업화까지 연결하는 구조를 구축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분기점이라는 평가가 제기된다.
 | | SK바이오사이언스 본사 전경. (이미지=SK바이오사이언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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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가 폐렴구균 백신 개발 성공 경험 토대로 21가 백신 개발 이번 도전의 출발점은 1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세계 두 번째로 13가 폐렴구균 단백접합 백신 개발에 성공했다.
당시 글로벌 특허 환경과 시장 구조의 벽을 넘지 못해 상업화에는 이르지 못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축적된 단백접합 기술과 대규모 생산 역량은 기업의 핵심 플랫폼으로 남았다. 이 기술 자산은 글로벌 톱티어 제약사 사노피가 공동 개발 파트너로 SK를 선택한 배경이 됐고 21가 백신이라는 진화된 파이프라인으로 이어졌다.
폐렴구균 백신은 포함 혈청형(serotype) 수가 곧 경쟁력으로 여겨진다. 혈청형을 확대할수록 예방 범위는 넓어지지만, 항원 설계와 접합 공정의 난이도도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진다.
21가 백신은 기존 13가 대비 더 넓은 혈청형을 커버해 침습성 폐렴구균 질환(IPD)에 대한 예방 범위를 확장할 수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기술적·특허 장벽이 높아 글로벌 빅파마 중심으로 형성돼 온 시장에 의미 있는 변화를 시도하는 셈이다.
GBP410은 글로벌 임상 2상에서 기존 백신 대비 동등한 면역원성과 안전성을 확인했다. 현재 진행 중인 글로벌 3상은 상업화를 위한 마지막 단계로 여겨진다.
앤드류 로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 교수팀이 수행해 하버드 데이터 사이언스 리뷰(Harvard Data Science Review, HDSR)에 게재한 연구에 따르면 백신은 임상 3상 진입 이후 최종 승인까지 이어질 확률이 85.4%에 달한다. 이는 항암제 등 다른 치료 영역 대비 월등히 높다. 이미 3상에 진입한 GBP410은 통계적으로 성공 가능성이 높은 구간에 들어섰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연구·임상·허가 대응 기능 통합한 거점 송도에 구축 올해 인천 송도에 입주한 글로벌 R&PD 센터 역시 개발 속도를 끌어올릴 인프라로 평가된다. 연구·임상·허가 대응 기능을 통합한 거점 구축은 글로벌 임상 운영 효율을 높이고 후속 파이프라인 확장에도 속도를 더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전망도 견조하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들에 따르면 폐렴구균 백신 시장은 2030년 150억달러(약 22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고령화와 접종 확대 정책, 저개발국의 백신 접근성 개선이 주요 성장 동력으로 꼽힌다. 특히 소아용 폐렴구균 백신은 국가예방접종사업(NIP)과 직결되는 필수 백신으로 안정적 수요가 유지되는 대표적 프리미엄 영역으로 여겨진다.
공공성 측면에서도 의미도 적지 않다. 폐렴구균은 여전히 전 세계 5세 미만 영유아 사망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중저소득 국가에서는 접근성과 가격 문제가 접종 확대의 제약 요인으로 지적된다. 가격 경쟁력과 공급 안정성을 갖춘 신규 백신의 등장은 산업적 가치와 글로벌 보건 기여를 동시에 충족하는 지점에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21가 프로젝트는 단순한 파이프라인 확장을 넘어선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국내 바이오 산업이 임상 중간 단계에서 기술 이전하던 모델을 넘어 글로벌 3상과 상업화를 직접 수행하는 구조를 현실화하는 시도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성공적으로 상용화에 도달할 경우 이는 국내 백신 산업의 기술 신뢰도를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SK바이오사이언스는 13가 개발로 축적한 기술을 포기하지 않고 고도화해 21가로 확장한 시간의 축 그리고 글로벌 임상 3상까지 끌어올린 실행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이번 행보는 한 기업의 성과를 넘어 대한민국이 고부가가치 백신을 직접 개발·상업화하는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