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지씨셀(144510)이 기술수출한 자연살해(NK)세포 치료제 ‘AB-101’(AlloNK)의 미국 개발이 전면 중단됐다. 미국 파트너사 아티바 바이오테라퓨틱스는 불과 12일 전까지만 해도 기존 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CAR-T) 치료제에 견줄 만한 효능을 강조하며 임상 3상 진입을 예고했지만, 환자 2명 사망과 장기 효능 부족이 확인되면서 개발 포기를 선언했다.
아티바는 전체 인력의 94%를 감축하고 회사 청산까지 검토하고 있어 지씨셀이 기술수출한 다른 파이프라인의 향방도 불투명해졌다. 지씨셀이 2019년 AB-101을 기술수출한 이후 현재까지 확보한 선급금과 마일스톤, 로열티 수익은 모두 0원이다. 이번 개발 중단으로 임상 후기 단계에 배정됐던 마일스톤 수령도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 | 미국 아티바 바이오테라퓨틱스가 지난 27일(현지시간) 발표한 보도자료. 빨간색 네모 안에는 자연살해(NK)세포 치료제 ‘AlloNK’(AB-101)의 초기 B세포 제거 효과와 임상 반응은 기존 발표와 일치했지만, 장기 추적 결과 치료효과의 지속성이 개발 지속에 필요한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임상 중 발생한 환자 사망 2건 가운데 1건은 전처치 약물인 플루다라빈의 독성이 원인으로 추정됐으며, 다른 1건은 시험 치료와 관련이 없는 것으로 평가됐다. 아티바는 전체 인력의 약 94%를 감축하고 전략적 대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자료=아티바 바이오테라퓨틱스) |
|
CAR-T급 효능 강조한 지 일주일 만에 개발 포기 결정 아티바는 지난 27일(현지시간) AB-101의 모든 임상개발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류머티즘관절염 환자를 대상으로 연내 시작할 예정이었던 임상 3상도 취소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에 따르면 아티바 이사회가 개발 중단을 승인한 날짜는 지난 22일이다.
불과 일주일 전인 15일까지만 해도 분위기는 정반대였다. 지씨셀은 당시 아티바가 미국류마티스학회(ACR 2026)에서 발표할 임상 초록을 소개하며 AB-101의 효능을 강조했다. 류머티즘성 질환 환자 34명을 대상으로 리툭시맙과 병용한 결과, 자가 CAR-T 치료제에 견줄 만한 강력한 B세포 제거 효과를 확인했다는 내용이었다.
다만 CAR-T에 견줄 만하다는 평가는 B세포를 제거하는 약리학적 효과에 관한 것이다. 실제 환자의 증상을 얼마나 개선하고 그 효과를 얼마나 오래 유지하는지까지 CAR-T 치료제와 동등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두 치료법의 장기 임상적 유효성이 직접 비교를 통해 입증된 것도 아니다.
아티바는 오는 11월 9일 약 50명의 추가 임상 데이터를 공개하고 연내 3상에 진입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임상 결과 발표를 앞두고 개발 자체를 포기하면서 기존에 강조했던 효능과 실제 장기 치료효과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었는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AB-101은 지씨셀이 개발한 동종 NK세포 치료제다. 건강한 공여자의 NK세포를 대량 배양해 미리 확보한 뒤 환자에게 투여하는 방식으로, 환자 본인의 세포를 채취해 제조하는 자가 CAR-T 치료제보다 생산과 공급에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당초 항암제로 개발됐지만 아티바는 이후 류머티즘관절염 등 자가면역질환으로 개발 영역을 확대했다. B세포를 표적으로 하는 항체치료제 리툭시맙과 AB-101을 병용해 질환에 관여하는 B세포를 강력하게 제거하고 장기간 치료효과를 유지하는 전략이다.
지난 5월 발표된 초기 임상 결과도 긍정적이었다. 아티바가 주도한 임상 2a상에서 6개월 이상 추적 관찰한 류머티즘관절염 환자 7명 중 5명(71%)이 미국류마티스학회 기준 증상 개선율 50%(ACR50)를 달성했다. 당시 해당 환자군에서는 질환 재발이나 새로운 면역조절제 투여가 필요했던 사례도 없었다.
아티바는 이를 근거로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약 150명 규모의 허가용 임상 3상 설계에 합의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장기 추적에서 확인된 치료효과의 지속성이 개발을 계속하기 위한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B세포 제거 능력과 초기 임상 반응 자체는 기존 발표와 일치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임상적 반응이 기대한 수준으로 유지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사망 사례에 따른 안전성 우려에 더해 개발 지연 가능성과 상업성까지 고려해 개발 중단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다만 치료효과가 언제부터 얼마나 약해졌는지, 환자 몇 명에게서 증상이 다시 악화됐는지 등 구체적인 수치는 공개하지 않았다. 아티바는 다음 달 미국류마티스학회에서 예정했던 임상 결과 발표와 투자자 대상 설명회도 취소했다.
임상 중 발생한 환자 사망 2건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첫 번째 환자는 치료 전 림프구를 줄이기 위해 투여한 플루다라빈의 신경독성으로 백질뇌병증이 발생해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두 번째 환자는 치료 시작 약 2개월 뒤 갑자기 사망했지만 담당 연구자는 시험 치료와 관련이 없다고 판단했다.
두 사례 모두 AB-101 자체가 사망 원인으로 확인된 것은 아니다. 다만 첫 번째 사망 사례가 보고된 뒤 FDA는 임상 2a상의 신규 환자 등록과 투여를 일시 중단하도록 요청했다. 이후 아티바는 전반적인 임상적 유익성과 안전성 위험을 검토해 개발 포기를 결정했다.
지씨셀 관계자는 “사망 사례는 이제 조사가 시작되는 단계로 파악하고 있다”며 “FDA의 공식 임상보류 명령이 내려진 것이 아니라 아티바가 자체적으로 임상 중단을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급금도 마일스톤도 ‘0원’…기술 반환해도 개발 재개 미지수 아티바의 개발 중단 소식이 알려지면서 지씨셀 주가도 급락했다. 28일 오후 2시40분 기준 지씨셀은 전 거래일 대비 약 19% 하락한 가격에 거래됐다.
지씨셀과 아티바는 단순한 기술수출 관계를 넘어 지분투자로도 연결돼 있다. 양사는 2019년 9월 NK세포 치료제 공동개발을 위한 포괄적 계약을 체결했고, 같은 해 11월 AB-101에 대한 미국 등 주요 지역의 독점 개발·상업화 권리를 아티바에 이전했다.
AB-101 계약에 따라 지씨셀은 개발 단계별 마일스톤 최대 2200만달러(약 295억원)와 판매 마일스톤 최대 5500만달러(약 736억원) 등 총 7700만달러(약 1031억원)를 받을 수 있었다. 상업화 이후에는 매출에 연동한 로열티도 받는 구조다.
그러나 지씨셀이 AB-101 기술수출로 실제 확보한 수익은 현재까지 0원이다. 2019년 계약 당시 선급금을 받지 않았고, 아티바의 올해 반기보고서상 지난 6월 말까지 개발·판매 마일스톤과 로열티로 인식된 금액도 없다.
즉 7700만달러는 계약 체결 당시 실제 수령한 금액이 아니라 향후 개발과 판매 성과에 따라 받을 수 있었던 조건부 기술료다. 아티바가 임상 3상 진입을 앞두고 개발을 중단하면서 후기 임상 진전과 상업화에 연동된 기술료 수령 가능성도 사실상 사라졌다. 다만 별도 연구개발·제조 용역에 따른 대가는 기술수출 수익과 구분해야 한다.
지분 관계도 얽혀 있다. 아티바가 지난 8월 제출한 SEC 자료에 따르면 7월 20일 기준 지씨셀과 녹십자홀딩스는 아티바 지분을 합산 12.3% 보유하고 있다. 보유 주식은 지씨셀 160만7734주, 녹십자홀딩스 439만1969주 등 총 599만9703주다.
문제는 아티바가 기존 신약개발 사업의 존속 여부까지 재검토하고 있다는 점이다. 회사는 전체 인력의 약 94%를 감축하고 합병, 사업결합, 자산 매각·기술이전뿐 아니라 법인 해산과 청산까지 전략적 대안으로 검토하고 있다. 지난 9월 말 기준 약 3억1910만달러(약 4273억원)의 현금·현금성자산과 투자자산을 확보하고 있지만, 기존 사업을 지속하는 대신 다른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씨셀이 기술수출한 나머지 후보물질의 향방도 불투명해졌다. 양사는 AB-101 외에도 유방암 등 고형암을 겨냥한 HER2 표적 CAR-NK 치료제 AB-201을 비롯해 AB-202, AB-205 등 총 4개 후보물질에 대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아티바의 SEC 공시에 따르면 AB-101 계약이 종료될 경우 관련 규제자료와 인허가를 지씨셀에 이전하고, 비임상·임상자료에 대한 사용권을 제공하도록 돼 있다. 다만 아티바가 개발을 중단했다고 해서 계약이 자동으로 해지되거나 기술 반환이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기술을 돌려받더라도 지씨셀이 자체 개발을 재개할지는 별개의 문제다. AB-101이 기존 임상에서 확인한 초기 효능을 장기간 유지하지 못한 원인이 무엇인지부터 규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6개월 이후 효과가 떨어진 시점과 정도, 추가 투여나 임상 설계 변경을 통한 개선 가능성 등이 향후 개발 전략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씨셀이 지난 15일 소개한 임상 데이터와 아티바가 22일 개발 중단을 결정할 때 검토한 장기 추적 데이터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었는지가 관건이다. 최신 데이터가 언제 확보됐고 어떤 지표에서 기존 기대에 미치지 못했는지 확인돼야 기술의 후속 개발 가능성을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씨셀 관계자는 “아티바가 임상 데이터와 안전성, 상업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개발 중단을 결정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현재 아티바가 발표한 내용 외에 추가로 확인된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AB-101의 권리 반환이나 자체 개발 여부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며 “향후 아티바와 긴밀히 소통하면서 기술수출한 파이프라인의 권리관계와 후속 개발 방향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