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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정지' 엔지켐, 부동산 신사업·대표집행임원제 놓고 '격돌'

  • 등록 2026-07-08 오후 5:40:48
  • 수정 2026-07-08 오후 5:40:48
[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엔지켐생명과학(183490)이 감사의견 거절에 따른 거래정지 상태에서 이사회 재편과 정관 변경을 추진하면서 소액주주들의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바이오 본업과 거리가 있는 부동산 사업 진출과 대표집행임원제 도입이 핵심 쟁점이다.

엔지켐생명과학 현판 (사진=김새미 기자)
엔지켐생명과학 현판 (사진=김새미 기자)
토지 개발부터 대표집행임원제까지…임시주총 쟁점은?

8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엔지켐생명과학은 오는 23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이사·감사 선임과 정관 일부 변경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앞서 엔지켐은 2025사업연도 감사의견 ‘의견거절’로 형식적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해 주권 매매거래가 정지됐다. 지난 4월 10일 개선기간을 부여받았으며, 내년 4월 10일까지 거래정지가 이어질 예정이다.

정관 변경안에는 △토지 매입·보유·개발 △모듈러 주택·임시숙박시설 설계·제조·설치 △산업단지 근로자용 임시숙박시설 운영·임대 △편의점·식당·세탁·기숙사 관리 등 사업목적 추가 등이 담겼다. 대표집행임원제 도입 근거를 마련하고 적대적 인수·합병으로 대표이사나 사내이사가 해임될 경우 각각 200억원과 100억원을 지급하는 퇴직보상금 조항도 삭제한다.

주주연대는 바이오 연구개발보다 토지·건축·산업단지 관련 경력이 두드러진 인사들이 사내이사 후보로 추천된 점을 문제 삼고 있다. 한상창 후보는 용인원삼협의자조합 조합장과 용인반도체클러스터 비상대책위원회 사무국장을 지냈다. 변주영 후보는 엔지켐 신사업부 이사로, 과거 건축생각 대표와 현대기아차 1차 협력사 사업장 개선 프로젝트 총괄 등을 맡았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특정 부동산 사업이나 투자 계획이 확정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엔지켐 관계자는 “신약개발은 단기간에 매출을 내기 어려운 만큼 거래 재개와 계속기업 가능성 확보를 위해 안정적인 캐시카우 후보를 폭넓게 검토할 수 있도록 정관상 선택지를 마련했다”며 “무분별한 투자를 방지하기 위해 별도의 투자심의위원회도 구성했다”고 말했다.

대표집행임원제를 둘러싼 시각차는 더욱 컸다. 안건에 따르면 집행임원을 둘 경우 대표이사를 두지 않고 이사회 결의로 대표집행임원을 선임할 수 있다. 대표집행임원은 이사회가 정한 범위에서 회사 업무를 집행한다.

주주연대는 이사회가 기존 경영진과 우호 인사 중심으로 구성되면 실질적인 의사결정은 이사회가 하면서 경영상 책임만 대표집행임원에게 넘길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주총회가 아닌 이사회가 대표집행임원을 선임·해임하는 만큼 주주 견제도 약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회사 측은 “대표집행임원제를 당장 가동하거나 후보자를 정해둔 것은 아니다”며 “향후 전문경영인 선임 등 다양한 상황에 대비하고 집행과 감독의 견제·균형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적 근거”라고 반박했다. 거래소가 내부통제와 지배구조를 면밀히 심사하는 상황에서 기존 경영진의 책임 회피를 위해 제도를 도입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신설되는 정관 제36조의4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집행임원과 대표집행임원의 비밀유지 대상에 일반적인 영업비밀 외에도 재감사·거래소 대응자료와 자금집행·회계·법률검토자료 등이 구체적으로 열거됐다. 개선기간 중 내부 정보 접근과 감시를 제한할 소지가 있다. 이에 대해 엔지켐 관계자는 “법무법인의 검토를 거쳐 마련한 조항”이라고 답했다.

황금낙하산 조항 삭제는 주주들의 요구가 일부 반영된 결과다. 소액주주연대 대표는 “회사에 퇴직보상금 조항과 초다수결의제의 동시 폐지를 요구했으나 이번 안건에는 퇴직보상금 삭제만 포함됐다”고 언급했다.

거래재개 해법도 평행선…체제 정비 vs 외부 경영주체 유치

엔지켐의 거래재개 해법을 두고 회사와 소액주주연대의 입장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회사 측은 현 경영체제 안에서 내부통제 장치를 보강하고, 정관 변경을 통해 전문경영인 체제와 안정적인 캐시카우 확보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 거래재개의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강조한다. 반면 주주연대는 감사의견 거절을 초래한 기존 경영진의 책임을 먼저 규명하고 이사회를 교체한 뒤 외부 기업의 투자와 경영 참여를 통해 회사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우선 임시주총에서 표 대결이 펼쳐질 경우 회사 측이 압도적으로 유리한 상황이다. 소액주주연대 플랫폼 ‘액트’에 집계된 소액주주 결집 지분은 14.15%지만 소액주주연대에서는 실질 우호 지분은 약 11% 수준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반면 회사 측은 우호지분을 포함해 과반 의결권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주주연대는 송기영 회장과 김혜경 부회장의 이사 해임안과 신규 이사 7명 선임을 요구하는 주주제안을 내용증명으로 제출했다. 그러나 주총 6주 전까지 제안해야 하는 시한을 충족하지 못해 회사는 안건으로 상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에 주주연대는 임시주총 개최금지가처분도 신청했다.

주주연대는 외부 PM사를 통해 거래재개에 도움이 될 기업을 찾고 있다. 이사회 교체 후 외부 기업이 제3자배정 유상증자 등으로 투자해 새 경영 주체가 되면 주주연대와 PM사 측 추천 이사들이 물러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구체적인 인수 후보나 거래 구조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양측 모두 주주들이 엔지켐의 거래재개를 위해 현명한 선택을 해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엔지켐 관계자는 “이번 정관 변경과 이사회 재편은 거래재개를 위한 내부통제 강화와 사업 안정성 확보 차원에서 추진하는 것”이라며 “주주들이 경영 정상화와 거래 재개를 위해 현명하게 판단해 주길 바란다”고 했다. 소액주주연대 대표는 “주주들이 누가 거래재개와 기업 정상화에 책임 있게 나설 수 있는지를 따져 의결권을 행사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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