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승권 기자] 한국 병원들이 중국 대형 의료미용 그룹을 상대로 직접 세일즈에 나섰다. 과거처럼 현지에 병원을 세우는 방식은 아니다. 교육·기술 전수와 외국인 환자 유치 노하우를 앞세운 협력 모델이다.
5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KT&G 상상플래닛에서 ‘한중 메디컬뷰티 리더스 포럼’이 열렸다. 중국 상장사 하오하이의 우젠잉 회장이 이끄는 30여개 의료미용 기업·병원그룹 대표단 40여명이 참석했다. 대표단에는 메이라이, 이싱, 메이베이얼 등 중국 각지에서 수십 개 병원을 운영하는 그룹 경영진이 포함됐다.
행사는 하오하이와 글로벌 인플루언서 플랫폼 엑스프리베가 공동 주최했다. 하오하이는 히알루론산 필러 등 의료미용 제품을 주력으로 하는 홍콩·상하이 상장사로, 지난해 매출은 약 24억7000만위안(약 5000억원)이다.
 | | 황정욱 모제림 원장이 발표하는 모습 (사진=김승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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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진출은 실패…교육으로 협력” 가장 눈길을 끈 건 황정욱 모제림 원장의 실패담이었다. 모제림은 1997년부터 모발이식만 해온 국내 대표 모발이식 병원으로, 누적 수술 건수는 13만건에 이른다. 황 원장은 “대규모 중국 진출을 준비하다 사드 사태로 중단됐고, 10년 전 상하이 병원에 1년간 의료진을 파견했지만 철저하게 실패했다”며 “중국 마케팅을 전혀 몰랐고 현지 병원의 판단 착오도 있었지만, 좋은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모제림이 내놓은 대안은 교육 협력 모델이다. 쌍꺼풀 수술은 의사 1명만 가면 되지만, 모발이식은 의사와 테크니션 등 4명 안팎이 한 팀으로 움직여야 한다. 시간 대비 단가도 낮아 단기 파견으로는 수익을 내기 어렵다. 황 원장은 “모발이식은 제대로 통제하면 병원 규모와 관계없이 품질을 최상급으로 유지할 수 있다”며 “우리가 주체가 되기보다 교육과 노하우를 전수하는 방식으로 협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시장에 대한 평가도 내놨다. 코로나19 이후 중국 모발이식 시장은 규모 면에서 세계적 수준으로 커졌지만, 디테일과 하이엔드 영역은 아직 비어 있다는 것이 황 원장의 진단이다. 특히 중국에서 쓰이는 비절개 로봇이 미국 원조 제품보다 발전했다며, 중국이 튀르키예를 대신해 세계 모발이식의 중심지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70~80대로 넓어지는 고령층 수요와 두피용 레이저·LED 기기 시장도 기회로 꼽았다.
질의응답에서 산하에 병원 70여곳을 둔 중국 그룹 관계자가 기술 전수 가능 여부를 묻자, 황 원장은 “중국 현지에서 트레이닝과 협업을 할 수 있는 구조는 갖춰져 있다”고 답했다.
PDRN 기업 제론셀베인의 김덕규 대표도 13년간 중국 병원들과 협력해 온 경험을 소개했다. 현재 하이난성에서 PDRN 전문의약품 등록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 | 백승민 엑스프리베 대표가 발언하는 모습 (사진=김승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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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오홍슈 막히자…‘환자 경험’으로 승부 중국 공략의 또 다른 축은 마케팅이다. 백승민 엑스프리베 대표는 “중국은 원래 샤오홍슈였는데 요즘 거의 사라져 한국 병원들이 중국 환자를 만날 길이 많이 줄었다”고 진단했다. 대안으로는 대형 왕훙 대신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를 쓰고, 원장 강연을 콘텐츠로 만드는 ‘아카데믹’ 홍보 방식을 제시했다.
3만여명의 외국인 인플루언서 네트워크로 중국 병원 홍보도 돕겠다는 구상이다. 백 대표는 “한국 원장이나 마케터가 중국 병원을 배우러 가는 연수 프로그램은 아직 없다”며 “만들면 인기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환자 응대 노하우는 도건기 플랜에스의원 대표원장이 공유했다. 2023년 강남역 인근에 문을 연 플랜에스의원은 개원 이후 9만명 넘는 환자가 찾았고, 이 가운데 70% 이상이 일본인이다. 도 원장이 꼽은 핵심은 세 가지다. 다운타임 없이 여행 중에도 받을 수 있는 시술 위주로 구성하고, 통역 대신 일본인 직원을 직접 고용하며, 다이어트 전·중·후 단계별로 재방문을 설계하는 것이다.
도 원장은 “일본 고객은 예산과 시술 항목을 미리 정하고 오는 경우가 많아 무리하게 업셀링하면 부정적 입소문이 빠르게 퍼진다”며 “인플루언서 콘텐츠에 시술 항목과 가격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올리도록 협의한다”고 말했다. 또 일본은 의사가 아닌 인력의 시술 범위가 상대적으로 넓은 반면, 한국은 의사가 직접 시술한다는 점이 일본 환자에게 큰 메리트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대표단은 이날 오후 차병원그룹의 차움을, 6일에는 송파구 시그니처요양병원을 찾아 롱제비티·재활 분야 현장을 둘러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