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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석지헌 기자] 최근 중국 바이오 산업이 글로벌 무대에서 존재감을 키우면서 중국 진출을 준비 중이거나 기술이전에 성공한 국내 바이오 업체들에 관심이 모인다. 아직은 중국 진출에 ‘프리미엄’을 붙이긴 이르다는 시각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달라진 분위기를 체감한다는 데 의견이 모인다.
 |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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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신약 파트너로 급부상 ‘中’ 16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국 바이오 산업의 달라진 위상을 뒷받침하는 데이터들이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글로벌 제약·바이오 산업 데이터베이스 플랫폼 ‘코텔리스’(Cortellis)에 따르면 거래 규모가 1억 달러(약 1350억 원)를 초과하는 글로벌 기술이전 계약 중 중국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12%에서 2024년 21%로 급등했다. 또 다른 시장 조사 기관 아이큐비아가 발간한 ‘2025 글로벌 R&D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본사 제약사가 관여한 기술이전과 M&A 딜은 73건에 달했다. 특히 이 중 71건(97%)은 중국의 기술을 미국이나 유럽 기업에 수출하는 구조였다.
글로벌 신약 개발 분야에서 중국 기업들이 자체 기술력을 기반으로 ‘라이선스-아웃’ 중심의 전략을 확대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보고서는 중국 제약 산업이 단순한 생산 기지를 넘어 글로벌 신약개발의 원천이자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투자 업계에서도 감지된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 2월 보고서를 통해 “빅파마와 중국 바이오텍간의 기술 거래가 증가하면서, 서구권에서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바이오텍의 신약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중국 바이오텍의 부상으로 아시아 전체의 바이오 기술 수준에 대한 인식이 개선, 이는 K-바이오에도 긍정적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진출’ 국내 기업 어디 이런 가운데 국내 바이오텍 중 중국 진출을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있는 기업이 재평가될지 관심이다. 현재 중국 진출이 임박했거나 기술이전에 성공한 기업으로는 바이오솔루션(086820)과 온코닉테라퓨틱스(476060) 바이오플러스(099430)가 꼽힌다.
바이오솔루션은 올해 상반기 중 중국 하이난에서 무릎 골관절염 세포 치료제 ‘카티라이프’에 대해 화이트리스트 등재를 기대하고 있다. 화이트리스트에 오르면 별도 임상 없이 의약품 생산과 판매가 가능하다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동시에 바이오솔루션은 하이난 보아오 러청 의료 선행구 관리국(하이난 의료 관리국) 및 중국의 대형병원들과 카티라이프의 중국 직진출을 위한 구체적인 판매 협의를 진행 중이다.
중국은 지난해 9월 베이징과 상하이·광저우·하이난 등 주요 도시를 자유무역특구로 지정하고, 이 지역에서 해외 세포·유전자 치료제의 생산·처방·투약을 가능하게 하는 이른바 ‘의료 개방 확대 시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자국에서 허가를 받았지만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 허가는 아직 받지 않은 해외 세포·유전자 치료제 개발사들이 보다 빠르게 중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바이오솔루션은 하이난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시범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하이난의 경우 NMPA가 아닌, 하이난 당국의 승인만 받아도 추가 임상시험을 하지 않거나 간단한 가교 임상만을 거쳐 제품 판매와 유통이 가능할 수 있어 중국 진출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 하이난 지역은 2013년부터 이미 의료특구로 지정돼 전국의 주요 의료 기관과 우수 의약품 제조·품질관리기준(GMP) 등 시설이 집중돼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생산 시설 등 제반 시설이 이미 갖춰진 만큼 기업들이 빠르게 자리를 잡을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온코닉테라퓨틱스(476060)가 중국 제약사에 기술이전한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자스타프라잔’은 현재 중국에서 가장 활발하게 진행 중인 후보물질 중 하나다.
회사는 지난해 3월 1억2750만 달러(약 1650억원) 규모로 중국 제약사 리브존과 자스타프라잔의 중화권(중국, 대만, 홍콩, 마카오) 개발·허가·생산·상업화에 대한 독점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이어 지난달 24일에는 리브존에 자스타프라잔 양산기술(CMC) 이전을 완료했다. 이런 성과로 현재까지 온코닉테라퓨틱스가 받거나 받을 예정이라고 밝힌 마일스톤 규모는 450만 달러(약 64억원)다.
온코닉은 해외 21개 국가와 기술이전 계약을 추가로 추진하고 있는데, 그 중 중국과의 협력이 가장 진척된 단계라는 설명이다. 현재 자스타프라잔 경구제는 임상 3상, 주사제는 1상이 각각 진행 중이다. 관련 중국 시장 규모는 4조원으로 추정된다.
바이오플러스(099430)는 중국 시장 점유율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중국 시장 개방에 따른 기대감이 커지자 시장 환경 변화에 맞춰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회사는 최근 중국 하이난 의료관광특구 내 위치한 현지 공장이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GMP) 인증을 획득했다. 이번 하이난 공장 GMP 인증 획득을 통해 바이오플러스는 현지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을 중국 전역에 공급할 계획이다. 생산 품목은 의료기기 2등급 제조 및 판매 허가를 획득한 자체 화장품 브랜드 ‘보닉스’(Bonyx)와 스킨부스터 제품이다. 바이오플러스는 나아가 의료기기 3등급과 코스메틱 생산 시설에 대한 GMP 승인 절차도 진행하고 있어 추가 생산라인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통상 3등급 의료기기는 인체에 직접 접촉하거나 생명 유지에 영향을 주는 고위험군으로 간주돼 임상시험, 기술심사, 현장 GMP 실사까지 요구되며, 심사 시간도 2등급보다 길고 조건도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진다.
한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과거와는 달리 임상시험 진행 속도나 승인 프로세스가 보다 체계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며 “중국 시장에 진출하는 것에 대해 이전과는 다른 분위기로 접근하고 있는 모양새다. 시장 자체도 전 세계 규모 2위로 크기 때문에 진출하면 기업가치 측면에서도 유리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 진출이 미국과 유럽 시장 진출 만큼 인정받기엔 ‘아직 멀었다’는 의견도 있다. 글로벌 바이오 기업에 근무한 경험이 있는 한 바이오 기업 임원은 “중국 시장 진출에 ‘프리미엄’을 붙이기엔 아직 이른 것 같다”며 “글로벌 진출을 추진하는 의약품 중 미국과 유럽에 먼저 진출을 하지 않고 중국에 진출하면 ‘문제 있어서 그런가’라는 말이 나오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