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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관 유안타 VC부문 대표 "10년내 바이오 빅뱅 온다"[바이오 VC 집중조명]⑧
  • 등록 2025-10-25 오전 8:30:14
  • 수정 2025-10-27 오후 3:4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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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시장이 계단식 성장을 보이고 있다. 그간 정체기(plateau)였다면 이제는 급변의 시기다. 계단을 오르지 못하는 이들은 뒤에 남겨지게 된다. 유동성 위기에 처한 ‘저성과’ 바이오텍의 대거 상장폐지가 예고된 상황에 역으로 수백억원대 펀딩에 성공하는 곳들이 속속 등장하는 것도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한다. 어느 때보다도 엣지 있는 기술, 탄탄한 데이터를 가진 곳에 돈이 쏠리고 있다. 이제는 과연 어떤 기업에 투자해야 할까. 이데일리는 바이오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벤처캐피탈리스트(VC)들을 시리즈로 인터뷰해 투자 인사이트를 구했다.[편집자주]

[이데일리 임정요 기자] “기업성장의 양극단에 투자하고 있다. 시리즈 A 단계, 그리고 시리즈 C를 포함한 프리IPO 단계에만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헤드-테일’(Head-tail) 전략을 펼치고 있다. 가장 투자 회수가 클 초기와, 짧은 시간 내 회수를 통해 투자자로서 자신감을 고취할 수 있는 후기에 투자하는 것을 병행하는 것이다.”

정영관 유안타인베스트먼트 VC 부문 대표는 독특한 이력이 눈에 띄는 인물이다. 전자공학을 전공한 후 LG전자에서 헬스케어 분야 투자를 시작했고 이어 벤처캐피탈로 넘어오면서 본격 바이오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전공자가 아니어도 바이오 투자는 할 수 있지만, 보다 현명한 투자판단을 위해 늦깍이 약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주로 임상 연구에 관련한 수업을 들었고 이를 통해 신약개발사의 임상디자인, 경쟁 약물 대비 개발 속도, 이로 인한 최종 상업화 성공가능성에 대해 시야를 넓혔다.

(그래픽=김일환 기자)
바이오 투자 드라이파우더 900억

유안타인베스트먼트(옛 동양인베스트먼트)는 36년간 43개의 펀드를 결성하고 530여개의 기업에 투자한 벤처캐피탈 및 사모펀드 전문 운용사다.

바이오 전문 펀드가 없던 시기에도 줄곧 30% 수준으로 바이오에 투자했다. 지난 2023년 12월 결성한 유안타인베스트먼트 최초의 바이오 전용 펀드인 ‘유안타 K-바이오백신 블록버스터 펀드’는 보건복지부의 지원아래 1500억원 규모로 결성했다. 임상 중·후기 단계 바이오기업에 투자하는게 목적이다. 이어 국내 제약사들과 함께 올 11월 결성할 ‘스타트업 코리아 킴코-유안타 초기바이오 제약사연합 펀드’는 157억원 규모로 전임상 단계 초기 바이오기업에 투자할 예정이다.

정 대표는 “백신 펀드의 드라이파우더는 800억~900억원이다. 기존 투자했던 포트폴리오 기업들에 팔로우온(후속투자)만 하고 내년 중 소진할 전망이다. 이후 또 다른 바이오 전용 펀드 결성에 나설 것”이라며 “별개로 내달 만들어질 제약사연합 펀드는 초기 쪽에 4년 동안 투자한다”고 말했다.

유안타인베스트먼트는 기업당 투자 검토 프로세스에 평균 3개월 정도가 걸린다. 현재 정 대표 포함 3명의 바이오 투자 심사역이 있으며 심사역당 분기별로 5~10개 정도의 바이오·의료기기·헬스케어 벤처 기업을 검토한다. 이 가운데 평균 1~2개 정도가 투자심의위원회를 통과해 투자로 이어진다.

정 대표에 따르면 유안타인베스트먼트에서 투자하는 바이오 벤처기업들의 공통점은 △해당 기술·섹터의 최초 상장 가능성을 기반으로 기술의 혁신성과 시장진입 시점, 시장의 성장성 등 평가, △기술의 원천인 개발총괄임원(CTO), 글로벌 빅파마에 기술 계약을 가능케 할 수 있는 경험을 보유한 사업총괄임원(CBO), 그 기술을 구현해 사업화할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평가, △금번 투자이후 일정 기간이 지나서 다음 시리즈 펀딩을 받을 수 있는 마일스톤 달성 여부, △최종적으로 주관사 입장에서의 기술특례상장 가능성에 대한 의견을 통과한 곳들이다.

유안타인베스트먼트가 회수를 앞둔 포트폴리오 회사들로는 알지노믹스, 인벤테라, 진에딧, 큐어버스 등이 있다.

바이오 투자 안목, 가장 중요한 것은

정 대표는 “일반적으로 한 회사가 임상 2상 단계에 있다고 아, 그렇구나 생각하고 투자하면 안된다. 그 약이 진입하려는 시장이 있을 것이고, 비슷한 임상을 하고 있는 회사가 수도 없이 많다. 개발이 조금 늦으면 임상 결과가 좋더라도 막상 시장에서 팔리지 않는다. 그런 약들이 우리나라에도 몇 개 있다”며 “나아가 1차, 2차, 3차 치료제 중 어떻게 포지셔닝을 할 건지 정해지면 그에 맞게 임상을 설계했는가도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나아가 “투자는 결국 사람에 대한 평가가 가장 중요하다. (저에게) 잘 되지 않은 투자를 복기해 보면, 결국 사람에 대한 판단이 잘못되었기 때문이었다”며 “어떤 회사를 검토하고 투자할 때, 가능한 다양한 관점에서 알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분석하겠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창업자이자 경영자가 어떤 비전과 철학으로 회사를 운영하는지다. 창업하게 된 배경 등 사업을 통해 뭘 하려고 하는 건지를 살핀다. 열 번 정도 만나보면, 혹은 1년 정도 지나면 이 사람의 말이 어떻게 바뀌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정 대표가 개인적으로 ‘인생의 딜’이라 표현하는 것은 제이시스메디칼에 투자한 내용이다. LG전자 재직 시절이던 2009년 제이시스메디칼에 투자에 처음 참여한 이후 VC로 넘어오면서 세 번에 걸쳐 후속투자해 도합 네 번 제이시스메디칼에 투자했다. 벤처캐피탈로서는 가장 먼저 제이시스메디칼을 발굴한 셈이었고 이후 기타비상무이사로 이사회에 참여하며 주요 의사 결정에 의견을 개진했다.

정 대표에게 제이시스메디칼은 고강도집속초음파(HIFU) 기술 확보와 관련해 학계 연결 등 기술 개발을 지원했고 상장 3년전 주요 인력을 추천하고 영입해 코스닥 상장 준비 및 상장 완료까지 함께한 각별한 회사다. 제이시스메디칼은 유안타증권 스팩을 연계해 스팩 상장에 성공했고 지속적으로 가치가 상승한 뒤 프랑스계 사모펀드인 아키메드에 1조원에 가깝게 인수된 후 공개매수를 통해 상장 폐지됐다.

정 대표는 “2006년부터 LG전자 기술전략팀에서 벤처투자를 시작했고 때마침 당시 LG나 삼성 등 대기업에서 신수종사업, 신성장동력을 찾아 투자하고 있었다. LG전자 내에서도 의료기기 및 헬스케어 비즈니스를 신사업으로 선정해 기획 중에 있었기 때문에, 당시 국내 유수의 벤처기업을 많이 만나본 경험이 벤처캐피탈리스트로서 행운”이라고 돌아봤다.

‘항노화’ 키워드

앞으로 정 대표가 바라보는 투자유망 분야는 항노화와 세포·유전자치료제(CGT)다.

정 대표는 “(저는) 전공인 정보통신기술(ICT) 분야가 20년 넘게 성장해온 것과 최근 들어 성장률이 낮아지며 성숙단계에 접어드는 과정을 바라보면서, 대한민국의 다음 성장동력은 바이오·의료기기·헬스케어 분야에 답이 있다는 것을 확신하게 됐다”며 “10년 이내에 ‘빅뱅’이 오리라 믿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나이를 거스르려는 욕구의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게 될 것이다. 나이가 들더라도 아프지 않고, 젊어 보이고 싶은 욕망은 계속된다”며 “화장품, 의료기기, 건강기능식품, 의약품 등 그 모양은 다르지만, 이들 모두 안티에이징(항노화)을 추구하는 속성은 똑같다”고 말했다.

그는 “나이가 들면 병에 걸린다. 의약품은 당연히 안티에이징 속성을 가지고 있다. 병 중에서도 항암제와 자가면역질환, 대사질환(만성질환) 쪽이 있다. 오래 살수록 암에 걸릴 확률도 높아지고 면역체계에 문제가 생기게 되어있어서 계속 성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나아가 “모달리티 측면에서는 여전히 세포치료제 및 유전자치료제가 좋은 투자 영역”이라며 “인 비보(in-vivo) 카티(CAR-T) 등 딜리버리(전달체) 기술을 보유한 국내 벤처 기업들을 찾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유안타인베스트먼트는 연내 약사이면서 제약사 출신인 심사역 1명을 영입하고, 내년 중 주니어 심사역을 1명 추가로 채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 대표는 “전공·경력에 있어 다양성을 추구해 상호 보완이 될 수 있도록 인력을 구성하고자 한다”며 “생명공학, 약학, 화학, R&D분야, RA(규제과학-인허가) 분야, BD(사업개발) 분야를 모두 포함할 수 있도록, 인력간 특성이 중복되지 않으면서 합하면 모든 것을 관리할 수 있도록 구성하려고 한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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