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송영두 기자] 엔젠바이오가 국내 최초로 차세대염기서열(NGS) 기반 DNA·RNA 암 정밀진단 및 분석 기술을 상용화했다. 같은 암이라도 개인별 유전자 변이가 달라 정확한 진단이 어려웠던 것을 DNA와 RNA 분석을 통해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다. 회사 측은 상용화된 기술로 장기적으로 약 3000억원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가던트헬스 같은 경쟁자와 AI 바이오마커 기술 기반 암 정밀진단 소프트웨어도 잠재적 경쟁자로 부각되고 있어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엔젠바이오(354200)에 따르면 NGS 기반 암유전자 분석 플랫폼 ‘엔젠어날리시스’에 고형암 환자 유전자 융합 변이 진단을 위한 ‘온코아큐패널 RNA’ 패널 분석 기술을 개발 상용화했다. 이번 기술은 환자의 암조직에서 추출한 DNA 및 RNA에서 암세포가 가진 돌연변이(SNV, Indel, CNV, fusion)를 검출하는 진단방법이다. 기존 DNA 변이뿐만 아니라 융합 돌연변이까지 검출하는 RNA 분석 기능이 추가됐다.
NGS는 대량으로 한꺼번에 유전체 염기 서열 정보를 얻는 분석법이다. 유전체를 작게 잘라 많은 조각으로 만든 뒤, 각 조각 염기 서열을 읽은 데이터를 생성해 이를 바이오인포매틱스(bioinformatics) 알고리즘이 적용된 분석 솔루션을 이용해 돌연변이를 검출한다. NGS 정밀진단 기술은 암 정밀의료의 필수요소로 확고히 자리잡고 있으며, 시장이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NGS 암 정밀진단 시장 규모는 2024년 46억 달러(약 6조5000억원)에서 연평균 13% 성장해 2029년 84억 달러 (약 12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 고형암 환자 유전자 융합 변이 진단 ‘온코아큐패널 RNA’ 패널.(사진=엔젠바이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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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종목 위기...엔젠어날리시스, 시장 안착 절실엔젠바이오 입장에서는 RNA 패널 분석 기술을 추가한 NGS 기반 암유전자 분석 플랫폼 엔젠어날리시스의 시장 안착이 중요하다. 기술특례상장기업으로 자본잠식률이 50%를 넘지 않아야 하지만, 올해 3분기말 기준 자본잠식률이 32.6%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또한 3개년도 중 2회 이상 자기자본 대비 50%를 초과하는 법인세비용차감전 계속사업손실이 발생시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는데, 엔젠바이오는 3분기말 기준 자기자본 대비 111% 수준에 달한다.
추진 중인 약 14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올해 말 예상 자기자본 규모 대비 50%를 초과하는 법인세비용차감전 계속사업손실 발생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올해 3분기 법인세비용차감전순손실은 약 46억원으로, 전년동기 약 21억원 대비 약 119% 증가했다. 회사 측 유상증자 투자설명서를 통해 “2024년말 기준 자본잠식률이 50% 이상 될 경우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수 있다”며 “2025년 말 50% 초과 법인세사용차감전 계속사업손실이 발생할 수 있고, 이 경우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상승했다. 3분기 매출액은 약 21억원, 영업손실 약 41억원으로 전년동기 매출액(약 9억원) 대비 133.3% 증가했고, 영업손실(약 45억원)은 9% 감소했다. 다만 암 정밀진단 플랫폼 엔젠어날리시스가 속한 정밀진단제품군 매출은 2022년 이후 큰 반등을 하지 못하고 있다. 2022년 약 35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약 23억원으로 감소했고, 올해 3분기까지 약 21억원을 기록 중이다. 정밀진단제품군이 엔젠바이오 전체 매출 중 약 40~50% 비중을 차지하는 것을 고려하면, 국내 최초 기술을 적용한 엔젠어날리시스의 활약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3000억 매출 목표라는데...엔젠바이오 암 정밀진단 경쟁력은엔젠어날리시스는 중요한 변이들을 정확하고 신속하게 검출 및 해석을 지원해줘 임상의들이 환자 맞춤형 치료 전략을 수립하는 데 필수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최신의 치료 가이드라인과 동반진단 승인 현황을 반영, 의료 현장에서 암 환자 치료에 대한 적용성을 높였다는 평가다. 현재 대형병원 및 암병원 위주로 판매를 진행 중이고, 해외에서는 현지대리점과 협력해 국가별 수출허가를 취득해 공급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번에 개발한 온코아큐패널 RNA 기술은 내년 임상을 시작해 2026년 국내외 허가를 신청해 판매에 나설 전망이다.
엔젠어날리시스 매출 구조는 국내와 유럽 등에서 병원에 납품하는 경우 진단시약을 공급할 때마다 매출이 발생한다. 분석 소프트웨어는 병원에 첫 설치 시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엔젠어날리시스는 분석 소프트웨어가 경쟁사 대비 정밀하고, 엔젠바이오의 진단 시약만 분석할 수 있어, 한번 공급에 성공하면 잘 바뀌지 않는 구조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미국의 경우 인수한 클리아랩을 활용해 NGS 수탁 검사 서비스를 진행할 예정인데, 검사 건수마다 매출이 발생하게 된다.
엔젠바이오 관계자는 “NGS 암 정밀진단 시장에서 2029년까지 국내 250억원, 해외 2억 달러(약 2800억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회사에 따르면 엔젠바이오는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암 정밀진단용 NGS 제품에 대한 식품의약품안전처 의료기기 허가를 획득했다. 특히 회사 관계자는 “암 정밀진단을 위한 검사용 시약과 데이터 분석 소프트웨어를 모두 자체 개발해 의료기관에 제공하는 국내 유일 기업이고, 세계적으로도 상용화에 성공한 소수 사례”라며 “의료진 요구에 맞춰 가장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고 강조했다.
AI 기술을 도입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추가로 확보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AI 바이오마커를 활용한 암 정밀진단 기술 개화에 따른 융합적 성격이 크다. 의료 AI 기업 루닛 등이 암 정밀진단 플랫폼으로 글로벌 기업들과 협력하면서 세를 확장하면서 엔젠바이오 경쟁자로 떠오른 것은 대표적 사례다. 시장에서는 국내 최초 RNA 분석 기술과 AI 기술을 도입하는 엔젠바이오 암 정밀진단 플랫폼 경쟁력이 시장 안착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엔젠바이오 관계자는 “AI 기술을 정밀진단에 도입하기 위해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데이터의 양과 품질”이라며 “엔젠바이오는 자체적으로 보유한 임상 데이터와 자사 제품을 사용 중인 의료기관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리얼월드 데이터를 확보, 정밀진단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