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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송영두 기자] 미용의료 시장이 향후 지형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크게 미용 시술과 미용의료기기로 양분됐던 시장의 융합이 불가피해지면서 각각 섹터 내 기업 간 경쟁뿐만 아니라 다른 섹터 기업들과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특히 합종연횡을 통한 두 섹터 간 인수합병(M&A)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3일부터 16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는 국내 피부미용 관련 기업으로는 휴젤(145020)과 클래시스(214150)만이 초청을 받아 발표에 나섰다. 특히 클래시스는 국내 미용의료기기 기업으로는 최초 초청이었다. 휴젤은 보툴리눔 톡신 국내 1위 기업이고, 클래시스는 에너지 기반 미용 의료기기(EBD) 시장 1위 기업으로 현장에서도 많은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휴젤과 클래시스는 보툴리눔 톡신과 EBD 시장이라는 각기 다른 미용 시장을 타깃하고 있지만, 시장이 융합하면서 앞으로는 서로 같은 섹터에서 경쟁자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보툴리눔 톡신 기업인 휴젤과 메디톡스가 경쟁하는 것이 아닌 휴젤과 미용 EBD 기업인 클래시스가 같은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할 가능성이 점쳐진다는게 업계 설명이다. 실제로 JPM 현장에서는 휴젤과 클래시스 양측에서 공통으로 시장 융합에 대한 언급이 나왔다.
 | 에바 황 휴젤 CFO가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사진=송영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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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M 발표에 나선 에바 황 휴젤 CFO는 “현재 미용 시장은 수술 카테고리와 비수술 카테고리가 있다. 비수술 카테고리에는 보툴리눔 톡신과 필러, 에너지 기반 디바이스가 있다”면서 “많은 의사가 보툴리눔 톡신과 필러, 에너지 기반 장치를 모두 활용한 콤비네이션 시술을 제공, 소비자들에게 만족스러운 결과를 내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톡신과 에너지 기반 디바이스는 경쟁자가 아니다. 클리닉 측면에서 매우 좋은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백승한 클래시스 대표도 “비침습적이고, 통증이 없고, 매우 빠르게 시술이 가능한 다운타임이 없는 치료법이다. 우리 기술이 이머징 기술이다보니 치환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시장 융합은 정해진 미래, 엘러간 미래 내다본 M&A글로벌 시장에서 보툴리눔 톡신 시장 성장률은 연평균 11.5%로 추산한다. 반면 미용 EBD 시장 성장률은 연평균 20%를 상회한다. 성장률 차이 기반 미용 EBD 시장이 언젠가는 보툴리눔 톡신 시장 규모를 능가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 예측이다. 실제로 JPM 클래시스 발표 자료에 따르면 주요 국가에서 보툴리눔 톡신 보급률이 대부분 60~80% 수준이었는데, 2030년께 미국, 태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집속 초음파 장비(HIFU), 마이크로니들 RF(MNRF), 고주파 레이저 장비(MRF) 보급률이 이에 근접하는 수준을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 국가별 보툴리눔 톡신 보급률과 미용의료장비 보급률 전망치.(자료=클래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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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젤과 클래시스의 매출 상승률도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각사 보고서에 따르면 휴젤 매출은 2021년 2319억원을 시작으로 2022년 2817억원, 2023년 3197억원, 2024년 3799억원(전망치)으로 63.8% 증가했다. 클래시스 매출은 같은기간 2021년 1006억원에서 2022년 1418억원, 2023년 1801억원, 2024년 2398억원(전망치)로 138.3% 증가했다. 매출 규모는 작았지만, 증가율은 휴젤의 2배에 달했다. 특히 클래시스는 올해 매출 3000억원을 훨씬 넘을 것으로 전망돼 매출 규모 면에서도 휴젤을 바짝 추격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보툴리눔 톡신은 EBD 제품보다는 이미 많이 대중화가 됐다. 반면 EBD는 이제 시장 개척이 이뤄지고 있지만, 속도가 빠르다. 시장 성장률과 기업별 매출 추이를 보면 서로 시장 간섭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며 “당장은 다른 섹터군으로 나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시장은 융합될 것이다. 현재 병원에서 톡신과 EBD 시술이 동시에 이뤄지고 있는 것도 시장 융합을 예상케 한다. 이미 글로벌 기업은 이에 대비한 전략을 짜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보툴리눔 톡신 글로벌 1위 기업인 앨러간은 시장 74%를 차지하고 있지만, 또 다른 미용 디바이스 기업을 인수했다. 지난 2017년 냉각제어기술로 바이 컨투어링을 가능하게 하는 젤틱 에스테틱스를 24억7500만 달러에 인수했다. 젤틱 대표 제품인 쿨스컬핑(CoolSculpting) 시스템은 원하는 부위의 지방 세포를 냉각 기술로 부드럽게 냉각해 주변 조직에 대한 영향 없이 피하 지방 세포의 자연스럽고 섬세한 제거를 유도, 체형을 교정시켜주는 효과를 나타낸다. 앨러간은 젤틱 인수로 글로벌 메디컬 에스테틱 포트폴리오를 한층 강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에서도 엘러간 식 M&A 가능성↑업계에서는 미용의료기기 기업과 보툴리눔 톡신 기업 등 미용 섹터 기업 간 이종연합 전선이 꾸려지거나 M&A가 활발해질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미용의료기기 분야에서는 최근 M&A가 활발하게 일어났다. 지난해 클래시스가 이루다를 인수했고, 제이시스메디칼 역시 프랑스 바이오 헬스케어 전문 투자기관 아키메드에 매각됐다. 2023년에는 루트로닉(085370)이 국내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한앤컴퍼니에 매각됐는데, 한앤컴퍼니는 미국 미용의료기기 업체 사이노슈어를 추가 인수해 사이노슈어 루트로닉을 출범시켰다.
M&A된 미용의료기기 기업 모두 최대주주가 엑시트가 필요한 사모펀드라는 점에서 추가 M&A가 유력하다. 클래시스 역시 베인매피털이 최대주주로, 당장 공식화된 M&A는 없다지만 기업 성장성에 벌써 여러 M&A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례로 휴젤을 이끄는 CBC-GS그룹이 미래 미용 시장 석권을 위해 클래시스를 인수하는 시나리오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는 게 업계 일각 주장이다.
에바 황 휴젤 CFO가 JPM 발표에서 “우리는 매우 적극적이면서도 선별적으로 M&A 타깃을 찾고 있다. 이는 거대한 글로벌 비전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며 “새로운 주사제와 또 다른 제품의 시너지 효과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갖고 있다”고 언급한 부분도 다양한 해석을 가능케 한다. 업계 관계자는 “미용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분야별로 나뉘었던 섹터가 거대한 하나의 미용 시장으로 새롭게 형성되고 있다”면서 “결국 미용 전 분야를 커버하는 기업이 시장을 장악할 것이란 것에 대부분 동의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향후 미용의료기기 기업들을 위주로 한 대형 M&A가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