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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임정요 기자] 오픈AI, 엔비디아 등 인공지능(AI) 빅테크 기업들이 공격적으로 바이오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AI 시장 장악력을 갖춘 이들이 제약바이오 영역의 선두 기업들과 손을 잡는 것이 국내 AI 신약개발 업계에 장애물로 작용하지 않을까 우려가 제기된다.
국내에 상장해 거래되는 1세대 AI 신약개발사 신테카바이오(226330), 파로스아이바이오(388870), 온코크로스(382150)는 아직 손익분기점 달성 전이다. 작년 상장한 온코크로스는 아직 시가총액에 큰 변동이 없지만 신테카바이오, 파로스아이바이오는 상장시점 대비 시총이 56%~62% 하락했다.
 | | (사진=김일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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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도 바이오…한편 국내는 최근 AI 신약개발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작년 3월 존슨앤드존슨이 수술 의료기기에 엔비디아의 AI를 적용한다고 밝힌 데 이어 올 10월 일라이릴리가 엔비디아와 슈퍼컴퓨터를 개발한다고 소식이 전해졌다.
뿐만 아니라 올 10월 바이오 연구회사 써모피셔가 오픈AI 기술을 임상시험 쪽에 적용해 신약 후보물질 개발 기간을 단축하겠다고 발표했다. 덴마크 신약개발사 룬드벡은 업무 전반의 효율을 위해 오픈AI를 전체 기업 가치사슬에 이식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 국내 생성형 AI 신약개발 기업 임원은 “빅파마조차 AI의 중요성을 인지했다는 것이며, 인수나 기술 딜이 활발해질 가능성이 있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빅파마라면) 직접 내부에서 AI 개발을 할 수 있을 텐데도 외부와 협업하는 것은 ‘더 좋은 것’을 만들겠다는 의지로 보여, 기술력이 웬만큼 높지 않으면 빅파마의 눈에 들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전세계적으로 신약개발에 AI를 접목시키려는 시도는 활발해지는 반면 국내 상장사들은 고전하는 모습이다. 신테카바이오는 HK이노엔(195940)에 발굴해줬던 ‘STB-C017’은 물성 및 흡수 특성 문제로 인해 연구를 중단했다. 파로스아이바이오 또한 유한양행(000100)에 발굴해줬던 ‘PHI-201’이 임상개발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AI를 활용하면 신약개발 과정에 대단한 기간 단축이 일어날 것으로 기대했던 국내 제약사 입장에서는 한 풀 김이 식었다. 동아에스티(170900)는 중국계 테크바이오 회사 크리스탈파이(XtalPi)와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나서는 등 외부로 눈을 돌리고 있다. 국내에서 물꼬가 터지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후보물질을 발굴해서 임상 1상, 2상에서 성공적인 데이터가 나와주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 AI 신약개발사 사업개발 담당자는 “현재 AI는 타겟단백질을 정하고, 신약의 씨앗이 되는 화합물을 고르는 단계에 많이 쓰인다. 그 단계에서 성공확률을 높여 좋은 물질을 찾는다고 하더라도 이후 유효물질이 되고, 최적화되어 선도물질이 될지는 또 연구를 해봐야 한다”며 “성과가 가시화될 때까지는 시간이 걸리며, 이 과정에서 신약 연구개발 인력과 AI 인력 사이의 소통의 간극을 좁히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라고 짚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산하 AI신약융합연구원의 장수현 연구원은 “현실적으로 국내 시장은 아직 데이터 인프라, 임상 접근성, 제약사-테크기업 간 협업 문화가 충분히 성숙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장 연구원은 “AI 신약개발은 단기적인 성과가 아닌 장기적 검증과 지속적 학습이 필수적인 영역이지만, 협력 초기 단계에서 기대한 수준의 결과가 빠르게 나오지 않으면, 제약사 입장에서는 투자 대비 성과에 대한 불안감이 생기고, 계약이 조기 종료되는 사례도 발생하게 된다”며 “미국의 리커젼파마슈티컬(Recursion Pharmaceuticals) 역시 대규모 투자를 지속하면서도 아직 본격적인 매출 전환에는 이르지 못했다. 이는 개별 기업의 한계라기보다 AI 신약개발이라는 산업이 실제 의약품 개발까지 검증 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우선 살아남자’ 매출다각화·외연 확장 한편, 회사들은 당장의 생존을 위해 사업다각화 및 외연 확장을 펼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신테카바이오다. 지난 2019년 12월 코스닥에 상장해 국내 AI 신약개발사 중 ‘맏형’격인 신테카바이오는 기술특례 유예기간이 만료되어 올해부터 30억원의 매출을 내야 상장이 유지된다.
신테카바이오의 핵심자산은 AI 신약발굴 플랫폼 기술 ‘딥매쳐’이지만, 매출을 위해 새롭게 데이터센터(IDC) 임대 및 시스템통합(SI) 사업도 펼치고 있다. 실제로 2분기에는 SI 사업부에서 매출이 나오고 있다. 올 반기 매출은 12억원으로, 작년 반기 700만원 대비 대폭 성장했다. 작년 연매출은 1억원, 영업손실은 142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신사업 외에도 한미사이언스(008930), 루다큐어, 미국 최대 동물의약품회사, 보스톤소재 바이오텍과의 계약에서도 매출이 발생했다. 올 3월 미국 프라그마바이오사이언스(Pragma Bioscience)와 계약을 맺은 것은 2년 이상 장기 프로젝트로, 추후 매출이 인식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용민제 신테카바이오 사장은 “올해 매출 30억원이상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목표 초과달성을 위해 사업다각화에도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매출실적이 필요한 것은 파로스아이바이오도 마찬가지다. 지난 2023년 7월 코스닥에 상장해 아직 기술특례 유예기간이지만, 마지막 매출을 낸 해가 2022년이다. 당시 3억원의 매출과 106억원의 영업손실을 보인 이후로 2023년부터 매출은 0원에서 동결이다.
파로스아이바이오는 앞서 유한양행에 기술이전한 ‘PHI-201’을 통해 2023년 50억원, 2024년 100억원의 추가 마일스톤을 수령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계약이 조기종결됐다.
나아가 2025년중 급성골수성백혈병(AML) 치료제 ‘PHI-101’(라스모티닙)로 433억원, 진행성 고형암 치료제 ‘PHI-501’117억원의 기술이전 매출을 낼 것으로 전망했지만 전공의 파업 이슈로 해당 계획이 2026년~2027년으로 지연됐다.
문성원 파로스아이바이오 재무총괄이사는 “앞으로는 본격적인 글로벌 기술이전을 추진한다. PHI-101의 임상은 지난 7월 완료되어 CSR 보고서가 나왔고, PHI-501도 임상 1상 IND 식약처 승인이 끝나 11월부터 투약을 시작한다. PHI-101의 경우 이미 다수의 제약사들이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작년 12월 상장해 아직 코스닥에서 가장 새로운 AI 신약 플레이어인 온코크로스는 올 반기 매출이 2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4% 하락했다. 영업손실은 전기 대비 1억5000만원 심화한 69억원으로, 이는 판관비 증가가 원인으로 지적된다.
연말까지 작년 수준의 매출을 낼 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작년 매출은 10억원으로, 직전연도 900여만원 대비 11배 증가한 수치였다.
온코크로스 측은 자체개발한 약물평가서비스가 국내에서 인지도 상승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한다. 파트너사는 다양하게 확보하고 있다. 대웅제약(069620), 4P파마, 동화약품(000020), JW중외제약(001060), 알파몰사이언스 등과 공동연구하고 있고 올해에만 세곳의 신규 공동연구 계약을 체결했다.
채희진 온코크로스 재무총괄이사는 “7월 진행한 CB 조달금으로 AI 플랫폼의 다중오믹스 분석 개발을 진행 중이고, 조기 암 진단 쪽도 개발하고 있다. 당사가 상장할 당시에도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모두 제약 쪽을 하겠다고 공표했었다. 지금도 비슷한 상황인 것으로 비춰진다”며 “AI 신약은 긴 호흡이 필요한 산업이다. 빅테크 기업들과도 협력관계를 구축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