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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수출 대해부는 의약품 기술수출 양적 측면 및 계약 상대방 분석을 통한 질적인 측면까지 깊이 있게 다룬다. 특히 여러 차례 기술수출을 성공한 제약 바이오사들의 사례를 집중 조명, 이들 기업의 기술 경쟁력, 경제적 이익, 글로벌 브랜드 밸류 그리고 연구개발 투자의 선순환 구조를 분석했다. 기술수출 이후의 임상단계 진전과 신약 후보물질의 상업화 가능성, 기대 수익에 대한 해부는 국내 제약바이오 투자에 있어 중요한 통찰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번 취재는 한국과학기자협회가 지원했다.[편집자]
[이데일리 김지완 기자] HK이노엔(195940)의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이 세계로 뻗어 가고 있다. 잇단 케이캡의 기술수출 성공 비결은 경쟁력있는 경증 치료제를 개발한 데 있다. 여기에 상업화와 기술수출을 동시 추진한 것이 전략적인 성공으로 평가받는다.
5일 HK이노엔에 따르면, 케이캡은 14개 회사와 45개국 수출 계약을 맺었다. 14건의 수출계약은 중국·미국·브라질 등 3건 기술수출과 11건 완제수출이다. 이 가운데 국내를 포함한 15개국에선 품목허가를 받고 제품을 출시했다.
HK이노엔과 케이캡 기술수출 계약을 맺은 14개 회사는 중국 산둥 루신 제약, 베트남 린 파마, 중남미 라보라토리오스 카르노트, 인도네시아 칼베, 태국 폰즈, 필리핀 MPPI, 몽골 모노스, 싱가폴 UITC, 북미 브레인트리 래버러토리스, 말레이시아 파마니아가 로지스틱스, 인도·러시아·CIS 닥터레디, 브라질 유로파마, 사우디아라비아 등 10개 중동지역 타북제약제조사 등이다.
| 케이캡 해외진출 현황. (제공=HK이노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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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캡은 지난 2018년 국산 신약 30호로 식품의약처안전처(식약처) 허가 품목에 이름을 올린 뒤 6년간 눈부신 성과를 창출해오고 있다. 국내에선 블록버스터 신약으로 자리 잡았고, 여러 건의 기술수출을 성사시키며 대표적인 신약개발 성공 사례가 됐다.
중증 질환 대신 성공가능성 높은 신약개발 선택HK이노엔은 난이도 높은 중증 질환 치료제 개발 대신 개발 성공확률이 높은 신약을 선택했다.
회사 관계자는 “우리나라 제약바이오사와 글로벌 제약사와 자본력, 투자규모, 기술력 등에선 여전히 격차가 있다”며 “미충족 수요를 충족하는 혁신 신약도 중요하지만 국내 제약사의 투자 여력과 기술 정도를 고려해 성공 가능성이 높은 신약을 개발을 목표로 했다”고 개발 당시 고민을 전했다.
대신, 시장성과 해외 진출 가능성을 꼼꼼히 따졌다. 그는 “다양한 과에서 다빈도로 처방돼 시장성 높다고 판단된 것이 소화성궤양제 분야”라며 “다케다의 보노프라잔이 중국·미국 진출로 인해 글로벌 시장에서 P-CAB(칼륨 경쟁적 위산분비 억제제) 제제 관심이 올라간 상황과는 반대로 경쟁자는 많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케이캡 사업본부 관계자는 “세계 위식도역류질환 유병률 등을 살펴 시장 성장 가능성을 높게 봤다”면서 “경쟁상황 측면에서도 케이캡으로 충분히 승부를 볼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케이캡은 유한양행 레바넥스(레바프라잔), 다케다제약 보신티(보노프라잔)에 이어 세계 3번째로 개발된 P-CAB 제제다. 레바프라잔은 위식도역류질환 적응증으로 허가받지 못해 국내에서 존재감이 미미한 상황이다. 보노프라잔은 국내 출시를 하지 않았다. 국내 경쟁 강도가 높지 않은 상황에서 해외 시장에서도 보노프라잔 외 뚜렷한 경쟁자가 없었다.
| 중국 출시한 케이캡 중국 제품사진_현지제품명 타이신짠. (제공=HK이노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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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AB 제제는 시장 진입 당시 기존 2세대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인 PPI(프로톤펌프 저해제) 계열 제제의 뒤를 이어 차세대 치료제로 주목받았다. PPI 제제는 위산에 의한 활성화 과정이 필요해 공복 상태나 식전에 복용해야 한다는 불편함이 컸다. 느린 약효와 불안정한 약제 상호 작용 등도 단점으로 지적됐다. P-CAB 제제는 PPI 제제의 단점을 보완했다.
특히, HK이노엔은 P-CAB 제제 핵심 개발 역량을 확보한 상태였다. 유한양행의 레바넥스 개발에 참여했던 연구진 상당수가 HK이노엔(당시 CJ제일제당 제약사업부문)에 대거 합류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P-CAB 제제 개발법을 잘 알고 있었다.
개발초기부터 기술수출·상업화 투트랙 전략케이캡은 개발 초기부터 국내외 시장 모두를 염두에 뒀다.
케이캡 사업본부 관계자는 “국내 소화성궤양제 시장은 1조원 규모”라며 “반면 세계 시장은 20조원 규모”라고 비교했다. 이어 “진정한 블록버스터 신약 지위 위상을 가지기 위해선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 진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기술수출과 상업화 투 트랙 전략을 고려했다.
HK이노엔 관계자는 “예전 기술수출되는 물질은 초기 단계 파이프라인이었다”면서 “하지만 요즘에는 어느 정도 검증된 임상 1상 이후 단계에서 기술이전하는 사례가 다수”라고 비교했다. 그는 이어 “신약개발 최종 목표를 기술이전이 아니라 상업화까지 염두에 두고 개발해야 추후 기술이전에서든, 제품화에서든 좋은 결과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기술수출 실패나 기술수출 반환 후 후폭풍도 사전에 차단했다.
캐이캡 사업본부 관계자는 “기술이전에만 의존하는 형태는 자칫하면 단발성 신약개발 및 파트너사에 의존적인 형태로 변질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며 “기술수출·상업화 투트랙으로 나눠 개발전략을 세우는 것이 지속가능한 연구개발(R&D)전략”으로 판단했다.
탄탄한 국내시장 기반으로 해외 진출 케이캡 기술수출의 또다른 차별화 요인은 탄탄한 국내 시장을 기반으로 해외 진출을 시도했다는 점이다.
HK이노엔 관계자는 “케이캡이 글로벌 소화성궤양용제 시장 6위인 한국에서 단기간에 기존 PPI(양성자 펌프 억제제) 제제를 대체해 시장 1위 제품으로 성공하는 사례를 보여줬다”며 “이는 파트너사에 성공적인 상업화에 대한 확신을 심어줬다”고 진단했다.
케이캡의 연간 처방액은 출시 첫해인 2019년 304억원을 시작으로 771억원(2020년) → 1107억원(2021년) → 1321억원(2022년) → 1582억원(지난해) → 918억원(올 상반기) 순으로 매년 큰 폭으로 성장했다.
국가별 의약품 품목허가 관련 규제 차이를 살펴 국가별 진출 전략을 차별화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케이캡 사업본부 관계자는 “중국, 미국, 브라질 등은 품목허가를 위해 현지임상이 필요하다”며 “현지임상 기술수출은 계약금, 단계별 기술료, 로열티 등을 수취하는 구조다. 현지 파트너사가 직접 생산하고 유통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 케이캡 완제품 수출국가 현황. (제공=HK이노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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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선 현지임상을 끝내고 지난 2022년 ‘타이신짠’이라는 이름으로 출시했다. 미국 파트너사 브레인트리는 비미란성식도염 적응증으론 임상 3상을 마무리하고 결과 분석 중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품목허가가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이다. 브라질 제약사 유로파마와 지난해 케이캡 개발, 제조, 허가, 판매 등 독점권을 이전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기술이전 중이다.
그는 “국가별로 임상 결과 인정 여부와 인정 범위가 다르다”며 “경우에 따라 국내 임상결과를 제출하거나 추가로 허가에 필요한 임상이 있을 경우 현지에서 진행 고려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완제수출국을 HK이노엔이 생산한 케이캡을 현지 파트너사 유통, 판매하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인도·남아공·동유럽5개국의 완제수출 파트너사인 ‘닥터레디’는 인도, 러시아, 남아공 3개국에 대한 임상 3상을 최근 완료했다. 일부 국가에선 시판 후 조사, 가교 임상 등을 고려하고 있다.
HK이노엔 관계자는 “케이캡을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을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글로벌 진출 적극 타진했다”며 “오는 2028년 100개국 진출, 2030년 연매출 2조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포부를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