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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바이오·헬스케어 업계에서 지배구조 재편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와 삼양홀딩스(000070)에 이어 파마리서치(214450)가 인적분할을 결정했지만 시장의 평가는 기업마다 엇갈렸다.
인적분할은 자본시장에서 문제시됐던 물적분할과 달리 기존 주주들에게 신주를 부여하는 방식이라 주주가치를 보호하는 방식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분할 비율에 따라 실질적으로 대주주의 지배력이 강해지면서 주주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중장기적으로 대주주와 소액주주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구조라면 윈윈이 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예고된 분할…에피스홀딩스 출범 올해 바이오업계 지배구조 재편의 포문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열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달 22일 단순·인적분할 방식으로 ‘삼성에피스홀딩스’를 설립해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과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완전히 분리한다고 공시했다.
 |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할 전후 지배구조 (자료=삼성바이오로직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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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는 순수 CDMO 회사로 거듭나며, 오는 10월 지주사로 출범할 삼성에피스홀딩스는 바이오시밀러 기업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완전 자회사로 편입할 예정이다. 그간 제기됐던 고객사와 삼성바이오에피스 간 이해상충 문제가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증권가에서는 대체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인적분할에 대해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한편, 분할 비율의 타당성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하기도 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존속법인)와 삼성에피스홀딩스(분할신설법인)는 65:35로 분할될 예정이다. 이에 삼성에피스홀딩스의 기업가치가 고평가된 것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증권가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적정 기업가치는 88조원, 삼성바이오에피스는 9조원대로 평가했다. 이는 91:9 비율로 회사 측이 발표한 분할 비율(65:35)과는 거리가 있다. 이희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에피스홀딩스의 지난 12개월간 기업가치 대비 상각전 영업이익(EV/EBITDA)은 65.6배가 된다”며 “같은 바이오시밀러 기업인 산도즈 EV/EBITDA는 15.9배, 셀트리온은 23.1배”라고 언급했다.
시장에선 이번 인적분할을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연관 짓는 시선도 적지 않다. 삼성의 지배구조는 이재용 회장 등 오너일가→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진다. 이번 분할 이후 삼성물산과 삼성전자가 보유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을 에피스홀딩스에 현물출자할 경우 약 29조6000억원의 자금 마련이 가능하며, 이를 삼성전자 지배력 강화에 활용할 수 있다는 추측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은 “이번 분할은 그룹 지배구조 개편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파마리서치, 승계 목적 인적분할?…시총 9400억 증발 ‘후폭풍’ 파마리서치는 이번 인적분할로 인해 소액주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핵심 사업 아이템인 스킨부스터 ‘리쥬란’을 쥐고 있는 신설법인의 분할 비율(26%)에 비해 지주사의 분할 비율(74%)이 너무 높게 설정됐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파마리서치는 지난 13일 투자를 담당하는 존속법인 ‘파마리서치홀딩스’(가칭)와 기존의 에스테틱 사업을 영위할 신설법인 ‘파마리서치’(가칭)으로 인적분할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소식에 시가총액 5조원을 돌파했던 파마리서치는 공시 직후 하루 만에 약 9400억원이 증발하며 4조5559억원으로 시총이 줄어들었다.
 | 파마리서치 지배구조 개편 계획 (자료=파마리서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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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들은 리쥬란을 보유한 파마리서치의 기업가치가 파마리서치홀딩스보다 현저히 낮게 설정된 것은 승계를 위한 포석이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최준 맥쿼리증권 연구원은 “숨은 의도가 명확하다”며 “정상수 파마리서치 이사회 의장은 주식 교환을 통해 파마리서치홀딩스 과반수 지분을 확보하고, 분할 후 낮은 기준 가격으로 상속세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맥쿼리증권 이번 인적분할에 대해 “불공정한 분할 비율로 주주들에게 가치 없는 껍데기 주식만 남긴다”고 일갈했다. 투자의견은 ‘아웃퍼폼’(Outperform·시장 수익률 상회)에서 ‘언더퍼폼’(Underperform·시장 수익률 하회)으로 하향 조정했고 목표주가는 53만원에서 36만원으로 32% 내렸다. 키움증권도 “지주사에 75% 수준으로 분할비율을 설정한 사례는 없었다”면서 목표주가를 61만원에서 55만원으로 하향했다.
파마리서치 지분 1%를 보유한 머스트자산운용도 “이번 분할 결정이 전체 주주를 위한 결정인지 아니면 대주주만을 위한 결정인지 의문을 갖고 있다”며 반발했다. 이에 파마리서치 측은 “이번 분할은 승계 목적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시장의 우려가 과하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지배주주 입장에서도 사업 자회사인 파마리서치의 주가를 적극적으로 높여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중장기적으로 보면 대주주와 소액주주의 이해관계는 일치한다는 의미다.
김충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지배주주 입장에서는 사업자회사의 주가가 높을수록 지주회사의 주식 교환에 있어 지주회사의 신주를 더 많이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공개매수가 이뤄지기 전까지 사업 자회사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려는 유인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는 “파마리서치의 펀더멘탈, 즉 영업가치에 대한 확신이 존재한다면 인적분할 이후 지주사 전환까지 가장 정석적인 투자 전략은 지배주주와 이해관계를 함께하는 것”이라면서 인적분할 대응 전략을 제시했다. 김 연구원은 지금부터 인적분할 전까지는 과매도 시 매수 전략을 펼치고, 분할 이후 지주사 전환까지는 사업 자회사를 투자하는 전략이 합리적이라고 봤다.
삼양바이오팜, 4년 만에 지주사 품에서 독립 삼양홀딩스의 삼양바이오팜 인적분할은 비교적 시장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삼양그룹은 지난달 30일 지주사인 삼양홀딩스의 의약바이오 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하기로 결정했다.
삼양바이오팜은 2011년 삼양사로부터 물적분할됐다 2021년 삼양홀딩스에 흡수합병됐던 업체다. 봉합원사(봉합사)와 항암제 사업이 궤도에 올랐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어려움에 봉착하자 지주사의 품에 들어갔다.
그간 삼양바이오팜은 지주사 내 사업부문으로 편입되면서 사업보고서상 실적과 재무지표를 확인할 수 없어 가치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기 어려웠다. 이 때문에 주주들은 삼양바이오팜이 코스피 시장에 재상장하면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양바이오팜의 주요 매출원은 전체 매출의 45%를 내고 있으며, 글로벌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생분해성 봉합원사이다. 분해성 봉합원사란 수술 후 체내에서 일정 기간이 지나면 인체에 무해하게 분해돼 없어지는 제품으로 흔히 ‘수술용 녹는 실’로 불린다. 삼양바이오팜은 제넥솔, 페메드 등 세포독성 항암제 시장에서도 선도적 입자를 구축하고 있다.
삼양홀딩스가 4년 만에 삼양바이오팜의 독립을 결정한 데에는 봉합사와 항암제라는 캐시카우를 통해 충분히 자체적으로 경영 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뿐만 아니라 삼양홀딩스는 429억원의 현금성자산을 삼양바이오팜에 승계하면서 독립 이후 자금 운용의 안전성을 더했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인적분할이라는 형식만으로 주주가치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분할 이후 어떻게 기업가치를 제고할지에 따라 이번 재편의 성패가 갈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인적분할 비율이 공정하면서 분할 후 지배구조가 대주주와 소액주주의 이해관계가 일치한다면 장기 투자자 입장에선 유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