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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임정요 기자] 웨어러블 인슐린 펌프 회사 이오플로우(294090)가 미국 인슐렛(Insulet)과의 지식재산권 소송 배심원 평결에서 패소해 6337억원의 배상금이 부과됐지만 김재진 이오플로우 대표는 이에 불복, 반드시 항소해 재기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구체적으로는 김 대표와 가족이 회사에 자금을 투입하고 나아가 3자배정 유상증자로 항소를 제기할 3월까지 이오플로우에 재무적 ‘인공호흡기’를 달 계획이다.
김재진 이오플로우 대표는 9일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주주들께 패소 소식을 전해 죄송하지만 너무 걱정하지 말고 기다려 달라고 부탁드리고 싶다”며 “이번 1심 배심원 평결은 최종판결이 아니기에 1심 내에서도 이의제기가 가능하고 항소도 진행할 것, 항소 시 십중팔구 이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보스턴 연방 지방법원은 최종판결을 위해 이의신청 등을 검토하는 회의를 2025년 1월 3일 속개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기존 진행하던 주주배정 유상증자는 주관사측 결정으로 철회했지만 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이오플로우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려고 한다”며 “그 사이에는 저와 제 가족들이 유증참여를 위해 모은 자금을 활용해 버티기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새롭게 추진할 3자배정 유상증자 대상과 규모는 미정이다. 김 대표는 “자금조달이 어려운 상황인 것은 맞지만 현재의 낮은 주가를 투자기회로 보는 이들이 있어 전혀 비관적이진 않다”고 말했다.
| 김재진 이오플로우 대표 (사진=이오플로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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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플로우에게 외부 조달은 선택사항이 아니다. 회사에는 3분기 말 연결기준 100억원의 현금성자산이 남아있고 3분기 누적 40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자체적으로 이익을 내고 있지 않아 운영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자금조달이 필수다.
앞서 2월 발행한 170억원 규모 3회차 전환사채(CB)의 조기상환청구(풋옵션)가 2025년 8월부터 가능한 점도 주목된다. 채권자들의 풋옵션 행사시 분기단위 연복리 5%의 조기상환률이 적용된다. 이에 대응하려면 이오플로우는 2025년 2월부터 매도청구권(콜옵션) 행사에 나서야 해 선제적인 자금마련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CB에 대해서는 채권자들과 협의를 시작했고 잘 조정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낮은 주가에 강행하는 유증과 앞으로의 CB 전환가액 조정 등으로 낮아질 대표이사 지분율에 대해서는 “회사 생존이 우선이고 지분율을 만회할 기회는 차후에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오플로우가 최근 진행하던 구주배정 유상증자를 철회는 유증 주관사인 KB증권과 한양증권의 의견에 따른 결정인 것으로 파악됐다. 대규모 실권주를 발행사가 떠안아야 할 리스크가 존재해 앞서 엔지켐생명과학, 미코바이오메드 유상증자에서 실권주를 대량 인수했던 KB증권으로서는 고민이 컸을 것으로 보인다.
해당 유상증자는 올 8월 발표한 것으로 조달 희망액은 822억원으로 시작했으나 시장의 분위기를 받아들여 385억원까지 축소한 상태였다. 발행가액은 주당 4235원으로 책정했고 배심원 평결 결과를 반영해 최종발행가액을 확정할 계획이었지만 전면 철회했다.
이오플로우는 배심원 평결 패소를 공시한 4일 하한가인 7680원에 장을 마감했고 이어 5일 5380원, 6일 3770원으로 3일 연속 하한가를 기록했다. 9일도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현 상황에서 김 대표가 반전승리를 얘기하는 근거는 제척기간 기산일에 대한 기준 적용과 관련 있다.
그는 “이번 배심원 평결은 제척기간(3년)기산일에 대해 영업비밀침해와 무관한, 유가증권 사기사건 관련 대법원 판례를 적용해 이오플로우에 불리했다”며 “심지어 이 대법원 판례는 거의 15년 전인 2010년에 나온 것이고, 그 사이의 많은 영업비밀침해 소송에서 사용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배심원 평결에서 인용된 일명 ‘머크’(Merck) 기준은 실사를 통해 사업적 침해 사실을 확인한 시점부터 3년의 제척기간을 적용한다. 반면 이오플로우가 주장하는 ‘인퀴리노티스’(Inquiry notice) 기준은 침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어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이를 문제 삼았을 것으로 판단되는 최초 시점부터 제척기간을 시작한다.
즉, 이오플로우 주장에 따르면 인슐렛은 적어도 2019년 초부터 지재권 침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었고 이미 시효가 만료되었다는 내용이다. 앞선 미국 매사추세츠 지방법원 재판에서는 이를 토대로 가처분 결정 효력정지로 승기를 잡기도 했다.
김 대표는 “1심 재판장이 작성한 문서에 보면 머크 기준 대신 인퀴리노티스 기준을 적용할 시 이오플로우가 이기는 케이스라고 명문화 했다”며 “항소에서 기존 기준을 준용하라는 판결이 나면 이오플로우가 자동으로 승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오플로우는 배심원 재판에 3일 앞서 제척기간 기준을 항의했으나 데니스 세일러(F. Dennis Saylor) 1심 재판장은 이 같은 막바지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일정상 무리한 요구라는 점과 이오플로우의 요청대로 기준을 적용할 시 앞선 재판과 다를 바 없이 이오플로우의 승소일테니 배심원 평결을 열 이유도 없다는 판단이었다.
이오플로우가 Merck 기준을 적용한 배심원 평결에서 패소한 것의 의미는 원고인 인슐렛이 주장하는 영업비밀이 인정되고, 피고인 이오플로우의 영업비밀 침해가 인정된다는 것. 다만 제척기간이 유효한지에 대한 논쟁이 시작되는 셈이다.
이오플로우는 2011년 9월 설립한 의료기기 업체다. 당뇨 환자들의 투약 편의를 강화하는 인슐린 자동주입기 제품을 개발해 미국 인슐렛의 견제를 받았다. 인슐렛이 전세계 유일하게 공급하던 제품에 대항마를 생산했다는 이유다.
이오플로우의 ‘이오패치’는 2019년 6월 식약처 승인을 받고 2021년 4월 국내 판매 및 2022년 9월 유럽판매를 개시했다.
인슐렛과의 지재권 소송은 메드트로닉(Medtronic)의 이오플로우 인수 시도가 시발점이 됐다. 메드트로닉은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시가총액 154조원을 자랑하는 의료기기 업체로, 주요 제품인 연속혈당측정기(CGM)의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서 웨어러블 인슐린 펌프와 시너지 포인트가 크다.
다만 인슐렛의 펌프는 경쟁사 덱스콤(Dexcom)의 CGM 디바이스와 연동되어 한 제품처럼 사용되기에 메드트로닉은 인슐렛과 협업이 불가하다. 메드트로닉이 이오플로우 인수를 시도한 배경이다.
인슐렛은 메드트로닉이 이오플로우 인수계획을 발표한지 3개월 만인 작년 8월 소송을 제기했다. 바로 인슐렛 전 고위임원 3명이 이오플로우에 합류한 2017년부터 이오플로우의 ‘이오패치’가 인슐렛의 ‘옴니팟’와 유사한 형태의 디자인 및 기술을 채택하기 시작했다는 것. 해당 소송 제기 후 메드트로닉은 이오플로우 인수계획을 철회했다.
투자자들은 이오플로우가 지재권 이슈를 해소할 경우 글로벌 인수 딜이 재점화될 것에 지속적인 기대를 걸고 있다. 메드트로닉이 아니더라도 소송이 진행되던 사이 이오플로우가 파트너십을 맺을 만한 기타 CGM 회사들이 새롭게 두각을 나타냈다. 중국의 사이노케어(Sinocare)와 국내 아이센스(099190) 등이다. 기사회생한다면 이오플로우는 다수의 CGM 파트너사와 사업을 키워갈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