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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노을(376930)이 자궁경부암 진단 솔루션 ‘마이랩 CER’(miLab CER)을 앞세워 톱티어 헬스케어 기업과 유럽 공급 계약을 맺었다고 알렸지만 정작 계약 규모는 비공개했다. 계약 상대방이나 계약 구조에 대해 모호한 표현이 많아 업계 일각에선 “교묘한 말 장난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노을의 마이랩 CER 유럽 공급 공시에서 빠진 것들10일 의료기기업계에 따르면 노을은 마이랩 플랫폼 등의 유럽 공급·판매권 부여 계약에 대해 공시하고 이와 관련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 | 노을은 바이오메디카와 마이랩 플랫폼과 자궁경부암 진단 카트리지 등의 동유럽 6개국 내 공급·판매권을 부여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10일 공시했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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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에 따르면 노을은 바이오메디카(Biomedica Medizinpridukte Gmbh)와 마이랩 플랫폼과 자궁경부암 진단 카트리지, 마이랩 소프트웨어, 소모품(SafeFix CER) 등의 동유럽 6개국 내 공급 및 판매권을 부여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공시에는 계약금이나 계약 수량이 기재돼 있지 않다. 공급 계약의 최소 구매 물량이나 매출 보장 조항 등에 대해서도 공개되지 않았다. 회계상 매출로 인식되는 항목이 없기에 투자 판단 관련 주요경영사항 공시로 분류된 셈이다.
일반적인 공급계약 체결 공시는 실제 매출로 반영 가능한 계약만 해당된다. 직전 회계연도의 매출 5%를 초과하는 공급계약이거나 계약금이 100억원 이상일 경우 공시 의무가 발생한다. 회사가 자율적으로 공시할 수 있는 투자판단 관련 주요경영사항 공시와는 효력 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
이에 대해 노을 관계자는 “거래소와 협의 하에 공시한 것”이라며 “계약금 규모나 최소 구매 물량, 매출 보장 조항 등에 대해선 거래소가 공개하지 말라고 해서 공시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계약 사실 발생일이 이날인데 계약 기간은 이보다 3주 앞선 지난달 20일부터 2027년 10월 19일까지로 설정된 점도 눈에 띈다. 공시상 소급 효력의 사유는 기재되지 않았다.
‘독점 계약 맺은 톱티어 헬스케어 기업’은 어디?회사에 따르면 이번에 계약을 체결한 바이오메디카는 40년 이상 유럽 진단·의료기기 유통 시장을 선도해온 기업으로, 연 매출 약 1조 6000억원 규모의 유럽 대표 헬스케어 그룹 산하에 있다. 노을 관계자는 “이번 계약은 자궁경부암 진단 분야 글로벌 1위 회사의 검증된 유통망을 통한 유럽 시장의 진입이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 | 노을이 10일 배포한 보도자료 중 일부 (자료=노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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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표현에서 애드라이프 AB(AddLife AB)의 연결 매출을 바이오메디카 자체 규모로 오인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바이오메디카는 중·동유럽 중심의 의료기기 유통사로, 2018년 12월 애드라이프 AB에 인수됐다. 바이오메디카의 모회사 애드라이프 AB는 지난해 말 기준 순매출 약 102억8600만 스웨덴 크로나(약 1조6000억원)를 기록했다.
애드라이프 AB는 유럽에 진단장비·시약을 공급하는 중견 업체로, 자궁경부암 진단 분야 1위의 ‘글로벌 톱티어’ 기업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 업계에서 자궁경부암 진단 분야의 글로벌 리더로는 스위스 로슈(Roche), 미국 홀로직(Hologic)과 BD(Becton Dickinson) 정도로 손꼽힌다.
노을 측은 “독점 계약을 체결한 톱티어 헬스케어 기업이 어디를 의미하냐”는 질문에 “사명을 밝힐 순 없다”고 답했다. 노을의 보도자료에는 “자궁경부암 진단 분야 글로벌 1위 회사의 검증된 유통망을 활용한다”고 표현돼 있어 유통업체와 글로벌 자궁경부암 진단 업체를 혼동할 여지가 있다는 지적에는 “영역이 다른 건 맞는데 어딘지 밝히긴 어렵다”며 “보도자료 그대로 보면 된다”고 했다.
마이랩 CER의 LBC 기술 공백…‘번들 판매’로 메워질까?노을은 이번 계약으로 바이오메디카의 유통망을 통해 글로벌 1위 액상세포검사(LBC) 장비와 함께 마이랩 CER을 판매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글로벌 1위 LBC 장비는 미국 홀로직사 장비일 것으로 추정된다. 주의할 점은 이게 LBC와 마이랩 CER의 기술적 통합이 아닌 단순 유통 결합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유통사를 통해 글로벌 LBC 장비와 마이랩 CER을 묶어서 판매하는 번들 판매(bundled sales)와 기술 통합은 다르기 때문에 마이랩 CER의 구조적 한계는 잔존한 상태다.
노을이 LBC 장비를 타사 제품으로 병행할 경우 검체 처리 단계를 외주를 통해 해결할 수 있지만 여전히 통합 솔루션이라고 보긴 어렵다. LBC 기술 확보가 뒷받침될 필요가 남아있는 셈이다.
CE-IVDR 인증 리스크 역시 그대로 남아있다. 노을이 CE-IVDR 인증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LBC 단계 기술을 확보해 검체 준비부터 판독까지 통합된 체계를 갖춰야 한다. 타사의 LBC 장비를 같이 판매하더라고 시스템 수준의 성능·재현성 검증 부담이 남는다. IVDR 체계에서는 시스템 단위 검증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마이랩 CER은 구 체외진단 인증 체계인 CE-IVDD DoC 선언을 완료했으나 최신 규정인 CE-IVDR 인증은 획득하지 못한 상태다. 따라서 유럽 6개국 판매 계약을 통해 유통이 제한적으로 가능해졌지만 유의미한 매출이 가능할 정도로 공급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동유럽 국가에서는 국가 보건당국의 임시허가를 통해 CE-IVDR 인증이 없는 기기도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면서도 “이 경우 판매 물량이 매우 적고, 상업적 홍보·마케팅이 제한되기 때문에 매출 본격화로 이어지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유통·총판 계약은 매출이 없는 상태에도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며 “상업적 판매는 또 다른 얘기다. CE-IVDR 인증이나 각국의 인허가를 획득하는 것은 물론, 보험코드 확보 등 해야 할 게 많다”고 언급했다. 이어 “(진단제품의) CE-IVDR 인증 전 공급 계약이라면 판매망 확보 이상의 의미를 찾기 어려울 것 같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