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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국내 바이오·헬스케어 기업의 간판 교체는 그다지 낯선 일이 아니다. 올해 상반기만 해도 10여 곳의 바이오·헬스케어 기업이 사명을 변경했다. 바이오·헬스케어업계에서는 좋은 사명 변경은 결국 사업 실체가 우선시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 |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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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전환부터 지배구조 개편까지…사명 변경의 속사정 16일 이데일리 제약·바이오 프리미엄 콘텐츠 팜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6개월간 사명을 변경한 바이오·헬스케어 기업은 15개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은 대부분 기업 이미지 제고를 위한 리브랜딩 차원에서 사명을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사업 변화에 맞춰 사명을 교체한 사례가 적지 않았다. 카루스바이오는 엑소좀에서 인비보(In Vivo, 생체 내) 키메릭 항원 수용체 T세포(CAR-T) 치료제로 사업 방향을 전환하면서 이를 반영해 사명을 변경했다. 새 사명인 카루스(CARUS)는 키메릭항원수용체를 뜻하는 ‘CAR’에 라틴어로 ‘소중하고 값진 존재’를 뜻하는 의미를 결합했다.
사업 정체성을 재정비하는 사례에서 사명을 되돌린 사례도 있다. 동물의약품 업체 애드바이오텍(179530)은 지난해 9월 상호를 애드바이오텍에서 오리온아토믹스로 바꿨다가 6개월 말인 올해 3월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기존 사명으로 복귀했다. 이와 함께 원전·에너지·배터리·가상자산 등 본업과 무관한 사업들을 대거 삭제하며 사업 구조를 기존 축산·바이오 중심으로 정리했다.
에스씨엠생명과학은 줄기세포치료제 사업을 접고 의약품 도·소매업체로 거듭나기 위해 풍전약품(298060)으로 간판을 갈아끼웠다. 지난 4월 1일 완전 자회사였던 의약품 유통업체 풍전약품을 흡수하면서 존속법인의 이름을 소멸법인의 이름으로 바꾼 것이다. 합병 이후 재무상태가 악화된 상황으로 사업 전환의 성과를 입증해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있다.
최대주주 변경으로 인한 지배구조 변화도 사명 변경의 주요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지구홀딩스(221800)는 지난해 12월 최대주주가 엔디에스에서 이재웅 에스오큐알아이 업무집행자(전 쏘카 대표이사)로 바뀌면서 유투바이오를 벤처지주회사로 전환하기 위한 물적 분할을 실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존속법인의 상호를 지구홀딩스로 변경하기로 했다.
차백신연구소(261780)도 지난 3월 소룩스에 인수된 이후 사명을 아리바이오 LAB으로 바꾸기로 했다. 아리바이오의 최대주주이기도 한 소룩스는 그룹 내 계열사끼리 시너지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아리바이오는 알츠하이머 치료제 ‘AR1001’을 임상개발하고 있다.
상장 전 투자자들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사명을 변경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브리즈바이오는 유전자치료제 전달 기술을 강조하기 위해 사명을 기존 진에딧에서 사명을 바꿨다. 카루스바이오는 비상장 단계에서 사업 전환을 실시하며 사명을 교체했다.
글로벌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둔 리브랜딩도 흔하다. 엔케이젠바이오텍코리아(182400), 엘리시젠, 씨어스(458870), 비티젠 등이 많은 바이오·헬스케어 기업들이 사명을 변경하며 글로벌 기업 도약을 내세웠다. 바이오·헬스케어업계에서는 이러한 리브랜딩이 실제 해외 사업 성과로 이어질지는 별개의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알맹이 없는 리브랜딩은 무의미”…좋은 사명 변경의 조건은? 바이오·헬스케어업계의 시선은 대체로 냉정하다. 사명 변경 이후 기대와 달리 성과가 뒷받침되지 못한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헬릭스미스, 카나리아바이오 등은 사명 변경 이후 시장 신뢰를 잃은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된다.
한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최근 사명을 바꾼 기업들 중에서 실적이나 기술로 성과를 입증한 곳은 많지 않다”며 “이름보다 중요한 건 결국 사업 성과”라고 말했다.
바이오·헬스케어업계에서는 △사명을 뒷받침할 수 있는 사업적 실체 △직관적으로 이해되는 명칭 △글로벌에서도 통용 가능한 브랜드 등을 좋은 사명 변경의 주요 기준으로 제시했다.
또 다른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사명을 들었을 때 어떤 사업을 하는지 바로 이해되고 해외에서도 통용될 수 있다면 좋은 사명이라고 생각한다”며 “사명이 세련된 이미지도 갖춘다면 더 좋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사명 변경 이후에도 안정적인 성장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사례로는 리가켐바이오(141080)가 대표적으로 꼽힌다. 리가켐바이오는 항체약물접합제(ADC) 플랫폼 기술과 글로벌 기술이전 성과를 바탕으로 이미 사업 기반을 확보한 상태에서 사명을 바꿨으며 이후에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리가켐바이오의 사명 변경은 사업 전략 변화라기보다 기존 레고켐 상표권 분쟁에 따른 불가피한 측면이 컸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리브랜딩 사례와는 결이 다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좀 더 시계열을 과거로 넓혀보면 동구바이오제약(006620), 에스티팜(237690)도 비교적 성공적인 사명 변경 사례로 거론됐다. 동구바이오제약은 2014년 동구제약에서 현재의 사명으로 변경된 뒤 바이오 사업 확장에 적극 나섰다. 이를 추진한 조용준 동구바이오제약 회장은 직접 바이오 사업에 진출하기보단 벤처 투자 방식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전략을 택했다. 동구바이오제약은 2024년 신약개발사 큐리언트(115180) 인수합병(M&A)에 나서면서 바이오 사업에 본격 진출했다.
에스티팜은 2008년 동아제약(현 동아쏘시오홀딩스)의 계열사 유켐으로 설립된 후 2010년 삼천리제약을 흡수합병하면서 사명을 에스티팜으로 변경했다. 에스티팜의 전신인 삼천리제약은 1983년 설립됐으며 1980년대 중반부터 글로벌 제약사들에 원료의약품을 공급했다. 에스티팜으로 간판을 교체한 후로는 신성장동력으로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를 낙점해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업체로 자리잡았다.
헬스케어업계 관계자는 “사명 변경이 성공적이려면 결국 사업 성과가 뒷받침돼야 한다”며 “사명은 포장이 아니라 그 기업이 실제로 하고 있는 사업을 시장에 설명하기 위한 수단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