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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유진희·김새미 기자] 27억 8000만 달러(4조원) vs. 1000억 달러(145조원).
각각 항체약물접합체(ADC) 블록버스터 신약인 일본 다이이찌산쿄의 HER2 타깃한 항암제 ‘엔허투’의 2023년 매출과 지난해 ADC 관련 인수·합병(M&A) 규모다. 최근 급부상하는 ADC 시장선점을 위해 국내는 물론 글로벌하게 바이오기업들이 속속 이 분야에 뛰어들고 있다.
 | (그래픽=이미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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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C, 절대강자 없어...후발주자 한국 기업에도 기회특히 ADC 시장에는 아직 절대강자가 없다. ADC는 꿈의 치료 기술로 보이지만 개발 난이도가 높기 때문이다. ADC는 특정 항원에만 반응하는 항체에, 치료 효과가 뛰어난 화학 약물을 결합해 약물이 항원에만 정확히 작용하도록 한다. 항체에 접합체(링커)로 연결된 화학 약물이 표적 항원인 암세포를 만나는 순간 링커가 끊어지면서 약물을 전달해 세포를 즉시 사멸시키는 방식이다.
하지만 부작용의 위험도 있다. 화이자의 급성 골수성 백혈병 치료제 ‘마일로탁’이 대표적이다. 마일로탁은 2000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처음 허가를 받은 ADC이지만 부작용 문제로 퇴출(2010년)과 재승인(2017년)이라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2000년 마일로탁 출시 이후 ADC 기반한 새로운 치료제의 FDA 승인까지 10년이 넘게 걸렸을 정도다. 화이자는 최근 씨젠으로부터 인수했던 일부 파이프라인이 개발 중단되면서 10억 달러(약 14조원)를 날렸다.
역설적으로 이 같은 시장 상황은 후발주자인 국내 기업에 큰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도 문제를 해결할 방안이 있다면 누구라도 손을 잡아야 하는 상황이어서다. 개발부터 생산까지 최고의 기술이 접목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시장이라는 뜻이다. 이 틈새를 파고든 대표적인 기업으로 리가켐바이오(141080)와 알테오젠(196170)이 있다. 이들은 차별화된 기술로 ADC 시장에서 존재감을 톡톡히 드러내고 있다.
리가켐바이오의 경우 플랫폼 기술인 ‘콘쥬올’이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항체의 특정 부위에 정확하고 일정하게 약물을 연결하는 기술이다. ADC 주요 부작용이었던 약물의 혈중 방출문제를 해소한 게 특징이다. ADC에 연결된 약물이 혈중에서 방출되지 않게 해주는 안전한 링커 기술의 확보를 통해서다. 만일에 대한 안전장치로 약물이 정상세포 및 혈중에서 분해됐을 때 세포독성을 일으키지 않도록 비활성화 상태로 유지하는 기능도 탑재했다.
이를 기반으로 리가켐바이오는 지난해 말 오노약품공업에 ADC 후보물질 ‘LCB97’의 기술수출을 성공했다. 이를 포함해 2019년 다케다, 2020년 익수다, 2021년 소티오, 2022년 암젠, 2023년 얀센에 이어 6년 연속 기술수출이라는 쾌거를 이뤄냈다. 이 기간 총 20개의 파이프라인, 총 9조 7300억원의 기술수출 계약을 맺었다.
리가켐바이오 관계자는 “현재 보유한 ADC 플랫폼과 개별 파이프라인에 대한 추가 기술수출 가능성이 여전히 열려 있다”며 “현재도 복수의 기업과 관련해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대전 유성구에 자리한 알테오젠 본사 전경. (사진=알테오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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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테오젠, 엔허투 독성 문제 해결 열쇠 쥐어..대규모 로열티 기대알테오젠은 엔허투의 독성 문제 해결과 기술 진보의 열쇠를 쥐고 있다. 다이이치산쿄는 지난해 11월 알테오젠과 인간 히알루로니다제(ALT-B4)에 대해 3억 달러(약 4300억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ALT-B4는 히알루론산을 분해하는 재조합 효소 단백질이다. 인체 피부에 통로를 만들어 약물이 피하조직을 뚫고 들어갈 수 있게 돕는다. 이를 활용하면 단백질 제제의 정맥주사제(IV)를 피하주사제(SC) 로 바꿀 수 있다.
알테오젠과 다이이찌산쿄는 현재 ADC 항암제 ‘엔허투 SC’를 개발하고 있다. ADC를 SC로 개발하는 것은 이번이 세계 최초이다. 엔허투 SC의 비열등성을 입증할 임상 1상은 올해 개시돼 2028년에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엔허투 SC 상용화 후 본격적인 판매가 시작되면 알테오젠이 1조원 이상의 로열티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엔허투의 2029년 예상 매출은 100억 달러(약 14조원)에 이른다.
알테오젠 관계자는 “ALT-B4를 사용해 엔허투에 대한 SC 치료제를 개발함으로써 환자에게 새로운 대체 투여 경로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추가적인 ADC 관련 기술수출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 (사진=각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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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ADC 신약 개발 탄생 가능성도 높아져국내 최대 자본력을 자랑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와 셀트리온(068270)이 ADC 사업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면서 국내에서 첫 ADC 신약 탄생도 기대된다. 셀트리온뿐 아니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협업에 나선 리가켐바이오도 신약 개발의 가능성이 커진 덕분이다. 양사는 최근 업무협약(MOU)을 맺고 3개 이상 ADC 공동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양사는 이미 ADC 물질 특성에 적합한 분석법 구축 및 제형 개발 수행도 완료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리가켐바이오의 ADC 관련 위탁생산(CMO) 수주를 기대하고 있다.
김용주 리가켐바이오 대표도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기술수출이라는 명목으로 자식과 같은 주요 파이프라인을 글로벌 기업에 내주는 게 속이 편하지는 않다”며 “기술수출이 아닌 바이오벤처의 궁극적인 지향점인 신약개발로 주목받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이밖에도 롯데바이오로직스(ADC 생산설비 증설) 동아에스티(170900)(링커 특화기술 보유한 바이오기업 앱티스 인수), 에이비엘바이오(298380)(ADC에 이중항체 결합), 인투셀(약물 연결 링커에 특화) 등이 차별화된 기술을 바탕으로 시장 진입을 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