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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진수 기자] 알테오젠(196170)의 파트너 머크(MSD)와 특허 분쟁 중인 할로자임이 미국 특허청에 ‘등록 후 특허취소심판’(PGR) 정식 개시를 다시 한 번 판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할로자임이 제기한 특허침해 소송으로 이끌어가기 위한 의도로 분석된다.
이에 머크는 이번 특허 분쟁과 유사한 과거 암젠과 사노피의 특허 분쟁 사례를 들며 PGR 정식 개시가 타당하다는 반박 의견을 제출했다.
 | 머크-할로자임 특허 분쟁 타임라인.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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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미국 특허청에 따르면 할로자임은 지난달 미국 특허청 산하 특허심판원(PTAB)의 PGR 개시 결정에 대해 ‘디렉터 리뷰’(Director Review)를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디렉터 리뷰는 특허권자가 PTAB의 결정이 타당하지 않았다고 판단했을 때 할 수 있는 불복절차다. PTAB는 다수의 행정판사로 구성된 패널이 결정을 내리지만, 특허권자는 특허청장에게 이 결정을 다시 살펴봐 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디렉터는 심사를 거부할 수도 있고 리뷰를 통해 PTAB 결정 유지(Affirmed), 취소(Vacated), 환송(Remand) 등의 판단을 내릴 수도 있다. 따라서 할로자임 측에서는 상황을 뒤집기 위한 하나의 방법인 셈이다.
할로자임이 PTAB의 PGR 개시에 대해 다시 한 번 판단을 요청한 근거는 크게 세 가지다. 가장 먼저 이번에 문제가 된 특허 ‘엠다제’는 기존 특허 ‘인핸즈’의 핵심 기술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제 출원 우선일(priority date)을 2012년 3월 16일보다 앞선 것으로 봐야한다는 것이다. PGR 신청은 2012년 3월 16일 이후 출원된 특허에 대해서만 가능하기 때문에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어 할로자임은 PTAB가 ‘modified PH20 polypeptide’라는 단어를 활성 돌연변이(active mutant)까지 포함한 것으로 해석했는데 이것이 잘못됐다는 입장이다. 마지막으로는 머크와 동일한 특허에 대해 지방법원 소송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중복 심사로 인한 비효율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할로자임이 이번 디렉터 리뷰 요청에 나선 것은 특허 분쟁을 지방법원으로 끌고가기 위한 전략으로도 분석된다. PGR이 진행되는 동안 지방법원은 판단을 보류할 가능성이 높은데, 할로자임이 제기한 특허침해 소송만 이뤄지는 경우엔 키르투다의 SC제형 제품 출시에 대해 판매 금지 가처분 등의 조치까지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대형 로펌 퀸 에마누엘 어쿼트&설리번 LLP이 분석한 통계결과에 따르면 디렉터 리뷰 승인 비율은 2.7%에 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알테오젠 관계자는 “할로자임 입장에서는 할 수 있는 모든 선택지를 동원하고 있는 셈”이라며 “조금이라도 할로자임 쪽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다면 일단 시도해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머크, ‘암젠-사노피’ 사례 꺼낸 이유 머크는 할로자임의 주장에 대해 정면 반박하면서 ‘암젠-사노피 특허 분쟁 사례’를 언급했다. 암젠과 사노피의 항체 기반 고지혈증 치료제 관련 특허 분쟁은 머크와 할로자임의 특허 분쟁과 매우 유사한 양상을 보이고 있는 만큼 이를 주장의 근거로 내세운 것이다.
당시 미국 대법원은 암젠과 사노피의 항체 기반 고지혈증 치료제 관련 특허 분쟁에서 ‘실시 가능성’ 여부를 판단했으며 최종적으로는 사노피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2011년 암젠과 사노피는 PCSK9 단백질에 결합하는 고지혈증 치료 항체에 대해 각각 특허를 획득한 뒤 ‘레파타’ 및 ‘프랄런트’라는 제품을 개발했다. 이후 2014년 암젠은 PCSK9 단백질에 결합하는 항체 특허 2개를 추가로 등록하고 사노피가 특허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암젠의 기존 특허는 항체를 아미노산 서열로 한정하고 있었으나, 새롭게 추가한 특허는 항체를 매우 포괄적으로 청구하고 있었다. 암젠은 넓은 권리범위를 청구하면서도, 해당 특허 명세서에는 26개의 항체 아미노산 서열과 청구항 항체를 제조하는데 사용할 수 있는 방법 2가지만을 개시했다.
이에 법원은 “특허가 단순한 아이디어 보호가 아니라 실제로 구현 가능한 기술이어야 유효하다”며 ‘실시 가능성’ 측면에서 암젠의 특허가 요건을 만족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했다.
할로자임의 ‘엠다제’ 특허 역시 암젠의 특허와 유사하다. ‘엠다제’는 할로자임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재조합 인간 히알루로니다제 기술을 여러 분야에 응용하기 위해 만든 포괄적 특허다. 기존 특허인 ‘인핸즈’가 포함하지 않았던 약 1000여개의 아미노산을 치환하는 재조합 인간 히알루로니다제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다.
업계에 따르면 엠다제 특허에 포함된 변이체는 똑같이 재연하기가 어려우며 연구원이 평생 실험을 반복해도 만들 수 없는 수준의 광범위한 특허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이번 머크-할로자임의 특허 분쟁에서도 머크가 더 유리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알테오젠 관계자는 “이번 PGR은 머크 자체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만큼 향후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 등 직접적인 언급은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