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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지완 기자] 중소 진단키트 기업 ‘래피젠’이 국내 진단업계 1위인 ‘에스디바이오센서(137310)’를 상대로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에 나섰다.
소송 규모는 최소 701억원에서 최대 8000억원까지다. 체외진단 분야에선 보기 드문 초대형 특허 침해 분쟁이다.
 | 래피젠이 2018년 7월 출원(2019년 3월 등록)한 체외진단검체필터용 케이스 도안. (제공=특허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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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 불씨는 코로나 초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진단 수요가 폭증하면서, 래피젠은 지난 2018년 7월 검체 희석액 튜브를 안정적으로 고정할 수 있도록 고안한 ‘체외진단검체필터용 케이스’ 구조를 실용신안으로 출원했다.이 특허는 이듬해 3월 등록됐다.
그런데 이 구조와 유사한 제품이 SD바이오센서와 자회사 바이오노트에서 출시되면서 논란이 커졌다. 래피젠은 “우리 기술을 무단 사용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고,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이미 알려진 기술”이라며 맞섰다.
양측의 법적 다툼은 2022년 1월 시작돼 무려 3년 넘게 이어졌다. 그리고 지난달 29일, 대법원은 래피젠 손을 들어줬다. 실용신안 등록 유효성을 인정하며, 에스디바이오센서 측의 상고를 기각했다.
이 판결로 래피젠 기술 권리가 인정되면서, 이제 남은 건 손해배상을 비롯한 민·형사 책임 문제로 2라운드가 전개되고 있다.
“케이스, 5대 구성품” Vs. “타업체에서 구입” 래피젠 측은 체외진단 케이스는 단순히 튜브를 끼우는 형태가 아니라, 검사 정확도와 조작성, 안정성까지 고려된 설계라는 설명이다.
강원석 래피젠 특허고문은 “코로나 진단키트엔 5개 주요 구성품이 있다”며 “케이스는 그 가운데 하나”라고 강조했다. 이어 “래피젠 케이스가 코로나19를 진단할 때,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가려주는 건 아니다”면서 “하지만 검사한 용액을 지지해 줘 안정적으로 보호해주는 역할을 케이스가 했다. 그런데 애스디바이오센서가 무단으로 특허를 침해했다”고 말했다.
에스디바이오센서 측은 케이스가 허가사항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에스디바이오센서 관계자는 “이번에 문제가 된 ‘케이스’는 위법령상 명시된 허가 대상 구성요소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케이스 관련 내용은 허가신청서와 허가증 어디에도 포함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에스디바이오센서 측은 “코로나 19 자가검사키트는 체외진단의료기기로 체외진단의료기기법제5조 제3항 제2호에 따라 품목별 제조허가를 받아야 한다”며 “이에 따라 체외진단의료기기 허가·신고·심사 등에 관한 규정 제7조 내지 제18조가 규정에 따라, 허가신청서에 제품의 명칭, 모양 및 구조, 원재료, 제조방법, 사용목적, 성능, 사용방법, 사용 시 주의사항, 포장단위, 저장방법 및 사용기간, 시험규격 및 제조원을 기재한 허가신청서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출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더욱이 해당 케이스를 외부업체에서 구입했단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
그는 “문제의 케이스는 상대 측의 아이디어를 모방한 것이 아니라, 제3의 업체로부터 구입한 부품”이라며 “해당 부품은 업계에서 이미 널리 사용되던 일반적인 구조로 굳이 상대 측의 실용신안을 참고하거나 모방할 필요가 없다”며 반박했다.
“매출 5.5조 기준 손배 청구” Vs. “일방적 주장” 래피젠이 제기한 701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은 단순 금액 청구가 아닌, 산업 내 기술 기여도에 기반한 계산 결과다.
소장에는 5500억원의 피해 가능성이 언급돼 있다. 이는 상대 기업의 치매 진단키트 매출 추정액 5조 5000억원에 업계 평균 로열티율를 적용했다.
래피젠 관계자는 “로열티 11.1%는 관련 논문에서 제시된 수치이며, 업계 평균값”이라며 “바이오 업계 평균 로열티는 4.4% 정도지만, 우리 기술은 진단키트 핵심 5대 구성 중 하나로써 기여도가 높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술적 중요도를 고려할 때 20~30%까지 가치가 인정될 수 있고, 이런 기준을 적용하면 손배소 규모는 8000억원대까지도 가능하다”고 했다. 이어 “다만, 고액 인지대 부담으로 인해 701억원부터 소송을 제기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래피젠의 인지대 비용은 2억원 이상 추정된다. 그는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추후 소송 규모를 확대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런 이유로 적게는 701억원, 많게는 2000억~8000억원대 소송 얘기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현재 이 사건은 민사 1심이 진행 중이다.
 | 래피젠 코로나19 진단키트 검체필터 케이스. (제공=래피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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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디바이오센서는 일방적 주장이라며 래피젠 손배소 액수에 선을 그었다.
에스디바이오센서 측은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실용신안권에 관한 법적 분쟁”이라며 “언론에 보도된 손해배상 금액은 상대 측이 일방적으로 주장한 수치일 뿐, 객관적인 손해 산정 자료나 법원의 판단에 기반한 사실이 아니다”며 말을 아꼈다.
제2의 삼성-애플 소송될 가능성 높아 대형 법무법인의 한 변호사는 두 회사 간 민·형사 소송 전망을 묻는 전망에 “삼성-애플 소송 사례를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고 귀띔했다.
2011~2012년 미국에서 진행된 ‘애플-삼성’ 소송은 디자인권과 실용신안권 침해가 인정된 대표적 사례다. 애플은 아이폰의 둥근 모서리, 홈 버튼, 아이콘 배열 등 디자인 요소 등의 특허 침해를 주장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배심원단은 특허 침해를 인정, 삼성에 약 10억4900만 달러(약 1조 2000억원) 배상 판결을 내렸다.
이 소송은 2016년 미국 대법원까지 이르렀고, 디자인 특허 침해에 대한 손해배상 계산이 주요 쟁점이 됐다. 삼성과 애플은 2018년 6월 비공개 합의에 도달하면서 소송은 최종 종료됐다. 삼성-애플 분쟁은 형사고소까지는 이어지지 않았다.
그는 “특허소송 관련 민사 판결은 손해배상, 사용제한, 판매금지+손해배상 등 다양하다”며 “또 형사 소송의 경우 고소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도 있고, 임직원 기소에 그친 사례도 있다. 형사사건은 고의성 입증 여부가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래피젠 법률고문은 “코로나 초기엔 무려 5개 회사가 우리 케이스를 도용해 경고장을 발송했다”며 “이후 3개 회사는 즉각 제품 제조·판매를 중단했다. 끝까지 버틴 회사가 2곳인데, 에스디바이오센서와 에스디바이오센서 자회사인 바이오노트”라고 했다.
에스디바이오센서 측은 “본 사안에 법률 절차에 따라 성실히 대응하고 있으며, 법원 판단을 위한 모든 자료를 충실히 제출하고 있다”며 “근거 없는 주장으로 인해 당사에 대한 오해나 기업 이미지 훼손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