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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중국 정부가 세포·유전자치료(CGT)와 짧은간섭리보핵산(siRNA) 등 첨단 바이오 원천기술의 해외 이전을 통제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업계에서는 중국산 신약을 도입한 국내 기업들의 향후 사업에 차질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지만, 특정 의약품의 수출보다는 원천기술 유출을 차단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만큼 당장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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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신약의 국내 제조와 생산을 추진하거나 중국 기업의 원천기술을 들여오려는 경우에는 이번 규제가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오히려 글로벌 CGT 시장에서 한국이 글로벌 파트너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中, 핵심기술 소유권 이전 금지…신약 라이선스는 허용 21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와 과학기술부는 지난 16일 인공지능(AI)·바이오·태양광 분야 40개 기술을 수출 금지·제한 목록에 추가하는 개정안을 공개했다. 14개 기술은 수출 금지로, 26개 기술은 수출 제한 대상으로 분류했다. 바이오 분야에서는 CGT와 siRNA, 병원성 미생물 관련 5개 기술이 포함됐다. 중국 정부는 오는 11월 15일까지 의견을 수렴한 뒤 세부 목록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번 중국 정부의 바이오 첨단기술 수출 규제의 핵심은 원천기술 유출 방지에 초점이 맞춰졌다. 구체적으로 CGT와 siRNA 분야에서는 여러 의약품 개발에 활용할 수 있는 범용 원천기술 플랫폼의 해외 소유권 이전을 금지할 방침이다. 병원성 미생물의 기능을 강화하는 기술도 여기에 포함됐다.
다만 기술수출 자체가 가로막히는 것은 아니다. 중국 정부의 허가 아래 소유권을 이전하지 않고 단순히 기술만 수출하거나, 특정 의약품을 제조하고 시험하는 데 필요한 기술이전은 가능할 전망이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중국 기업이 신약 기술수출을 통해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허용하면서도 여러 신약을 개발할 수 있는 핵심 원천기술의 소유권이 해외 기업에 넘어가는 것은 막겠다는 취지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규제는 중국 내 바이오 산업이 급성장하며 해외에 기술수출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중국 바이오 기업이 미국을 비롯한 다국적 제약사와 맺은 라이선스 계약 규모는 지난해 약 1360억달러(약 180조원)에 달했다.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5000만달러 이상의 대형 제약·바이오 라이선스 계약 중 절반에 가까운 48%가 중국 기업의 계약이었다.
GC셀 “푸카소 수입은 영향 없어”…국내 생산 추진 땐 별도 검토 중국이 핵심 바이오 기술수출 통제에 나서며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모인다. 중국 내 바이오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며 국내 기업들이 중국 의약품이나 기술을 도입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만 보더라도 JW중외제약이 중국 제약기업 간앤리 파마슈티컬스와 GLP-1 수용체 작용제 신약후보물질 ‘보팡글루타이드’에 대한 국내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으며, HK이노엔 역시 지난 2024년 중국의 사이윈드 바이오사이언스와 GLP-1을 타깃으로 하는 비만치료제 후보물질 에크노글루타이드의 국내 개발과 상업화 권리를 확보해 현재 국내서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다만 GLP-1 치료제는 이번 규제안에 명시된 세포·유전자치료 및 siRNA 원천기술과는 다른 분야로, 이번 규제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지씨셀의 경우 이번 중국 규제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T세포 치료제(CAR-T)의 국내 도입을 진행하고 있다. 지씨셀은 지난해 10월 중국 난징 이아소바이오로부터 다발성골수종 치료제 ‘푸카소’를 도입했다. 푸카소는 환자 자신의 T세포를 유전자 조작해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만드는 키메라항원수용체 T세포(CAR-T) 치료제다. 2023년 중국에서 품목허가를 받았으며, 지씨셀은 올해 2월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수입품목허가를 신청했다.
지씨셀은 당시 공시를 통해 푸카소의 국내 독점 개발과 판매뿐 아니라 제조와 생산 권리도 확보했다고 밝혔다. CGT 기술이 이번 중국 정부의 수출 통제 대상에 포함되면서 지씨셀의 향후 사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지 관심이 모이는 배경이다.
지씨셀 측은 현재 추진 중인 푸카소의 국내 허가 및 공급에는 영향이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신청한 수입품목허가는 국내 환자의 혈액을 채혈해 중국으로 보낸 뒤 현지에서 CAR-T 치료제를 제조하고, 이를 국내로 들여와 환자에게 투여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중국 내에서 제조가 이뤄지고 완성된 치료제를 국내로 공급하는 구조인 만큼 이번 기술 수출 규제와는 무관하다는 설명이다.
그렇다고 이번 규제가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지씨셀은 푸카소의 국내 판매뿐 아니라 제조와 생산 권리도 확보하는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지씨셀 관계자는 “제조품목허가의 경우 아직 논의 전인 상태”라며 “만약 국내 생산을 추진하게 될 경우 중국 내 규정에 위반되는지 여부를 별도로 검토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CGT·siRNA 기업에 새로운 기회? 반대로 중국 정부의 원천기술 소유권 이전 제한이 국내 바이오기업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중국 기업의 핵심 플랫폼을 직접 인수하기 어려워질 경우 다른 국가에서 기술 확보를 추진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siRNA 플랫폼을 보유한 올릭스와 바이오니아 등이 관련 기업으로 꼽힌다. 올릭스는 자체 siRNA 기술을 기반으로 지난 2025년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 릴리와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한 경험도 있다.
다만 중국 정부가 소유권 이전 없는 라이선스 계약은 허용하고 있어 국내 기업에 대한 기술수출 수요가 실제로 늘어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하는 부분이다. 게다가 아직 기술수출 범위나 품목 등 규제안이 확정된 것은 아니어서 변수가 될 가능성도 높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의 중국 거래는 주로 개별 물질 라이선스 인·공급계약으로 통제 예외에 해당하지만, 11월 15일 의견수렴 후에 범위가 바뀔 가능성도 있다”며 “CGT·핵산 분야는 중국이 해당 플랫폼의 해외 이전을 막는 만큼 글로벌 파트너의 대안 공급원으로서 한국이 부상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