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원천특허가 수익이 될 수 있다는 걸 시장에 보여주겠습니다. 라이선스 사업으로 수익을 내는 바이오업계의 ‘퀄컴’이 목표입니다.”
이병화
툴젠(199800) 대표는 지난 16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지식재산권(IP)사업본부를 만든 것은 특허분쟁을 통해 격상된 지위에 걸맞게 전보다 큰 규모의 라이센싱을 계획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툴젠은 올해부터 시장의 기대에 부합하는 특허 수익화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코스닥 이전상장의 걸림돌이었던 특허분쟁이 오히려 미국에서는 툴젠의 ‘이름값’을 높여줬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 이병화 툴젠 대표이사 (사진=툴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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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미국에서 경쟁자들 사이에서 진행된 크리스퍼(CRISPR) 유전자가위 특허분쟁의 소송 결과도 툴젠에는 유리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 소송은 논문초안이 선(先)발명의 근거로 인정된 사례이기 때문에 경쟁자들보다 앞선 시기 작성한 연구노트를 보유한 툴젠이 승리할 자신이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이 소송으로 3자간 특허분쟁의 승기가 툴젠쪽으로 기울었다며 수백억원대 특허수익도 예상했다.
“3자경쟁서 CVC 탈락…특허분쟁, 툴젠에 유리”지난 2015년부터 툴젠과 UC버클리대학교·빈대학교·노벨화학상 수상자 에마뉘엘 샤르팡티에로 구성된 ‘CVC그룹(이하 CVC)’,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하버드대가 공동설립한 ‘브로드연구소(이하 브로드)’는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원천기술 특허의 최초발명자가 누구인지를 놓고 분쟁 중이다. 지난달에는 미국 특허심판원이 브로드와 CVC의 분쟁에서 브로드의 손을 들어주면서 툴젠과 브로드의 다툼으로 좁혀졌다. 진핵세포에서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실험에 먼저 성공했다고 주장하기 위해 CVC가 제시한 선발명 증거가 인정받지 못하면서다.
이 대표는 “CVC가 항소하겠지만 사실상 3자경쟁에서 탈락한 것”이라며 “논문초안을 근거로 특허심판원이 브로드가 CVC보다 먼저 크리스퍼 진핵세포 발명을 했다고 인정한 것인데 툴젠은 2012년 원천특허 발명 과정에서 작성한 연구노트를 모두 가지고 있고 이는 이번에 공개된 두 기관의 객관적 발명일보다도 빨라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설명했다.
툴젠 역시 지난 2020년 12월 원천특허 저촉심사가 개시되면서 양측과 각각 분쟁을 하고 있다. 지금은 특허·출원의 우선권 주장 인정여부를 결정하는 전반전격인 모션 페이즈(motion phase)가 진행 중이다. 상반기 중 모션 페이즈가 끝나면 비로소 선발명자를 가리는 후반전(프라이어리티 페이즈)에 진입하게 된다.
이 대표는 “CVC와 브로드의 분쟁 과정에서 양측의 주장을 봤고 우리는 브로드가 제출한 증거와 논리의 허점을 파악하고 있어 유리한 고지에 있는 상태”라며 “프라이어리티 페이즈에서 툴젠의 승리로 최종 결론이 나면 상대 입장에서는 협상에서 불리해질 수 있기 때문에 그전에 3자간 합의가 시작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특허분쟁, 3자합의 통해 수백억 확보 예상”툴젠은 3자합의를 통해 기존에 CVC와 브로드가 받은 기술이전 계약금의 일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대표는 “CVC가 특허를 통해 기술이전을 하면서 초기계약금(업프론트)으로 받은 금액만 1조원이 넘는다”며 “당장 (툴젠이 받을 수 있는 협상금의) 규모를 추정하기는 어려우나 최소한 수백억원은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툴젠은 현재 CVC, 브로드와 이 같은 내용으로 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올해 협상을 시작하게 되면 내년에 일부 실현돼 2023년에는 이를 토대로 한 특허수익화사업, 개발 중인 파이프라인의 기술이전을 통해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IP기반 수익, 치료제 파이프라인, 종자개발 등 툴젠은 다양한 수익 포트폴리오가 강점”이라며 “지금은 증시의 영향을 받아 주가가 미진한 측면이 있지만 추후 이런 강점들이 현실화되면 상승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