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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승권 기자] “코스닥이 1996년 100으로 시작해 현재 1000을 넘었으니 30년 간 사실상 지수가 그대로인 셈이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최근 던진 이 말은 코스닥 시장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정부는 이 만성적인 저평가 문제를 정면 돌파하기로 했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불을 지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바통을 코스닥이 이어받아 이른바 3000스닥(코스닥 지수 3000 달성)을 향한 정책 드라이브가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코스닥 시가총액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제약·바이오·헬스케어 섹터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한 때 코스닥 시가총액 1위였던 삼천당제약(000250)으로 인해 신뢰도에 일부 금이 갔지만 다른 방법으로 인식 개선이 나선 것이다. 배당 정책을 확대하거나 주주환원 정책을 펴는 기업 등을 중심으로 제약·바이오업계에 옥석 가리기가 시작됐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이데일리 제약·바이오 프리미엄 콘텐츠 팜이데일리는 벨류업 지수 편입이나 연기금 투자 확대가 기대되는 기업을 분석해봤다.
 | | (자료=퀀티와이즈, 미래에셋, 유진투자증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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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다음은 코스닥…정부 밸류업 정책 분석해보니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란 코리아 디스카운트(저평가) 해소를 위해 정부가 도입한 기업가치 제고 프로젝트를 말한다. 기업이 자본을 이용해 얼마만큼의 이익을 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인 자기자본이익률(ROE) 개선, 자사주 소각, 배당 확대 등 구체적인 계획을 공시하면 정부는 세제 혜택과 모범 납세자 선정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코스피가 밸류업을 통한 재평가 유도 중심이었다면 코스닥은 상장폐지 요건 강화를 통한 시장 구조 정비까지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을 취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는 약 1400조원에 달하는 국민연금 등 67개 연기금의 자산 운용 평가 기준에 코스닥 지수를 반영하겠다는 핵심 카드를 꺼내 들었다. 2024년 기준 5조 8000억원(국내 주식 투자 규모의 3.7%)에 불과했던 연기금의 코스닥 투자 비중을 높여 수급의 하단을 구조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복안이다.
시장은 이미 반응하고 있다. 배당소득 분리과세 특례라는 강력한 세제 유인이 작용하며 지난 3월 한 달 만에 무려 409개사가 새로 밸류업 공시에 참여했다. 누적 공시 기업은 590개사로 급증했다. 이 중 코스닥 기업(283곳)의 참여 열기가 뜨겁다.
정치권에서도 주가순자산비율(PBR, 주가가 회사의 장부상 순자산(자본) 대비 몇 배로 거래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이 2년 연속 1배 미만인 기업에게 공시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발의되는 등 자율에서 의무로 밸류업의 무게감이 달라지고 있다.
코스닥 밸류업, 제약·바이오기업 후보군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리아 밸류업 지수에 이름을 올린 코스닥 헬스케어 기업은 △클래시스(214150) △파마리서치(214450) △동국제약(086450) △메디톡스(086900) △케어젠(214370) △엘앤씨바이오(290650) 등으로 파악된다.
이들 선정 기업들은 확실한 캐시카우(현금창출원)를 기반으로 한 높은 수익성과 적극적인 주주환원 의지를 지녔다는 점이 공통점으로 분석된다.
클래시스는 에너지기반 의료기기(HIFU 등)의 글로벌 판매 호조로 높은 수익성을 방어하며 코스닥 대표 밸류업 종목으로 자리매김했다. 파마리서치는 리쥬란 제품군의 꾸준한 성장과 함께 배당금 증가율 218.7%라는 공격적인 주주환원책으로 시장의 환호를 받았다. 엘앤씨바이오는 자본잉여금을 재원으로 한 감액배당(비과세 혜택)을 통해 이익이 아직 충분치 않은 바이오기업들에게 현실적인 주주환원의 롤모델을 제시했다.
반면 제약·바이오업계 전체의 밸류업 참여율은 아직 3% 수준에 불과하다. 대다수 중소 바이오텍이 매출이 미미하거나 적자 상태이며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수립할 재무 및 기업설명활동(IR) 전문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약·바이오업계 전문가들은 공시 투명성과 지배구조 개선이 바이오텍의 생존 요건이 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글로벌 대형 연기금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펀드들이 투명성이 낮은 기업을 투자 배제하는 추세로 다국적 제약사와의 기술이전 시에도 재무 투명성이 핵심 검증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 | 벨류업 지수 편입 대상 기업 후보군 리스트 (자료=각사, 팜이데일리 재구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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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환원 ‘두 마리 토끼’ 잡는다…대형 바이오텍 밸류업 합류 ‘주목’ 현재 밸류업 지수에 편입된 헬스케어 기업들이 탄탄한 흑자 구조에 강점이 있다면 향후 코스닥 밸류업 지수의 확장성을 결정지을 넥스트 대장주로는 시가총액 최상위 대형 바이오텍들이 꼽힌다. 특히 파이프라인 기대감을 넘어 조 단위 기술이전 성과로 막대한 현금 창출력을 입증한 알테오젠과 리가켐바이오의 행보에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코스닥 시총 상위권인 알테오젠(196170)은 제약바이오 밸류업 논의의 가장 완벽한 모범 사례로 꼽힌다. 피하주사 플랫폼 기술(ALT-B4)의 상업화에 힘입어 지난해 영업이익 1148억원을 달성했다. ROE는 29.52로 코스닥 헬스케어 최상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알테오젠은 최근 총 200억원 규모의 현금배당까지 결정하며 배당에 인색했던 코스닥 바이오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 알테오젠은 이르면 오는 3분기 말 코스피 이전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향후 코스피 밸류업 지수 편입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알테오젠이 열어젖힌 배당의 문은 코스닥 바이오 업계에 훌륭한 선례로 남았다.
시가총액 6조4000억원 규모의 리가켐바이오(141080) 역시 차기 밸류업 지수 편입 1순위로 거론된다. 항체약물접합체(ADC) 분야 글로벌 선도 기업으로서 다수의 빅파마와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해 압도적인 성장성을 입증했다.
현재는 자사주 매입을 진행하며 주주가치 제고의 시동을 걸었다. 향후 대규모 마일스톤 유입으로 흑자 기반이 안정화되면 적극적인 배당 정책과 함께 밸류업 지수에 무난히 합류할 것으로 증권가는 내다보고 있다.
이 밖에도 이중항체 플랫폼 기업 에이비엘바이오(298380)가 기술 이전 수익 가시화에 따른 주주환원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HLB(028300) 역시 그룹 상장사 주주간담회를 신설하는 등 주주 소통을 대폭 강화하며 밸류업 편입의 전제 조건들을 하나씩 충족해 나가고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과거 파이프라인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만으로 시총을 유지하던 시대는 끝났다”며 “K바이오 기술 이전 20조원 시대를 맞아 글로벌 파트너십을 통해 실제 이익을 내고 이를 주주에게 환원하는 대형 바이오텍들이 코스닥 3000 시대를 견인하는 진정한 밸류업의 주역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