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명선 기자]
피플바이오(304840)는 ‘진단 시장’을 공략한다. 지난해 알츠하이머 혈액진단키트 ‘inBlood OAβ test’에 대해 신의료기술 인증을 받으며, 병·의원에 제품 공급이 가능해졌다. 본격적인 시장 침투가 시작된 셈이다. 그런데 회사가 타깃한 알츠하이머, 파킨슨병, 당뇨병 등 세 질환에 아예 진단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과연 피플바이오 제품이 시장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강성민 대표는 자신감을 표했다. 기존 진단 대비 확실한 강점을 갖췄다는 것. 피플바이오의 알츠하이머 진단키트는 간단하게 혈액을 통해 진단할 수 있다. 고가의 분석 장비가 필요 없다. 가격 경쟁력도 갖췄다. 테스트 당 소비자 가격은 10만원대다. 그렇다고 민감도와 특이도가 떨어지지도 않는다. 물론 의료 현장에서의 성능은 다르게 나타날 수 있지만, 식약처 품목허가용 임상 시험 결과 민감도는 100%, 특이도는 92.3%였다.
| 피플바이오 알츠하이머 혈액진단키트. (사진=피플바이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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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기존 검사들은 한계가 분명했다. 가장 흔한 문진은 증상이 발현한 후에야 진단이 이뤄진다. 신경심리검사는 검사 시간이 길고 검사에 전문인력이 필요해 고가다. MRI나 CT는 일정 수준 진행된 알츠하이머만 명확하게 진단할 수 있다. 침습 채취 방식인 뇌척수액검사는 환자 통증을 수반한다. 아밀로이드 PET 검사는 방사선 노출 위험이 있으며 120만~180만원 정도로 가격이 높다.
후발 주자들과의 경쟁도 자신 있다는 게 강 대표 말이다. 피플바이오 알츠하이머 혈액진단키트는 기존 MDS 기술을 확장한 SI-MDS(Spiking&Incubation Multimer Detection System) 플랫폼을 활용했다. 치매가 진행될 때 나타나는 아밀로이드베타 올리고머화(OAβ)를 검출하는 게 까다로운데, 피플바이오는 SI-MDS 기술을 활용해 단백질을 응집해 잘 검출될 수 있도록 했다,
그는 “아밀로이드베타 올리고머화를 측정하는 데 기술적 장벽이 있다. 뇌에서 혈액으로 넘어가는 뇌 질환 유발 단백질들의 농도가 낮기 때문이다. 그래서 후발 주자들이 나온다 해도 춘추전국시대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혈액 진단키트를 개발한 경쟁 업체들 역시 장비를 통해 정밀하게 검사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고 내다봤다.
혈액 기반 알츠하이머 진단 기술을 개발한 피플바이오 경쟁사는 미국 C2N 다이어그노스틱스(C2N Diagnostics), 일본 의료기기업체 시마즈제작소와 대만 맥규(MagQu) 등이다. 그러나 세 기업의 제품은 모두 질량 분석기 등 고가 분석 장비가 필요하다.
그만큼 경쟁사들의 제품 가격은 상대적으로 높게 책정됐다. C2N 다이어그노스틱스와 시마즈제작소 제품은 각각 1200달러(약 146만원) 이상, 500달러(약 61만원)~900달러(약 109만원)다. 세 기업 제품 모두 상용화 전이다. C2N 다이어그노스틱스 제품은 LDT(실험실 자체개발 검사) 서비스 중이며, 시마즈제작소는 임상 밸리데이션 중이다. 맥규 제품은 대만 FDA 승인을 받은 상태다.
| 피플바이오는 알츠하이머 혈액진단기술을 개발한 경쟁사 대비 편리성과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는 입장이다. (사진=피플바이오 ir 자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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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대표는 시장 선점을 통해 의료 현장에서의 지위를 확고히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제약·바이오 분야는 사람의 건강과 직결된 분야다. 그래서 처음에 시장에 진입해 데이터를 쌓은 기술 혹은 제품들이 시장을 선점한다. 알츠하이머 혈액진단키트를 처음 상용화한 우리가 유리하다고 보는 이유”라고 말했다.
국내외 기업들이 알츠하이머 치료제를 개발하는 상황도 긍정적이라 밝혔다. 진단 이후 치료법을 제시할 수 있으면, 진단하려는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이유다.
물론 근본 치료제가 있으면 가장 좋다.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승인한 미국 바이오젠의 아두헬름(성분명 아두카누맙)의 경우 병세 악화를 지연해주는 보조 치료제다. 알츠하이머를 일으킨다 알려진 아밀로이드베타 플라크를 제거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부작용 논란이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그는 “아두헬름 관련 안 좋은 이야기가 나오는 게 안타까운 게 사실이다. 다만 임상 단계에 있는 약 중 기대할만한 것들이 있다”고 했다.
피플바이오가 진출하려는 다른 질환의 진단 시장 상황도 비슷하다는 게 강 대표 설명이다. 파킨슨병도 알츠하이머처럼 뇌세포가 손상된 시점에서야 증상이 나타난다. PET-CIT라는 진단법이 있지만 일선 병·의원에서 실시할 수 없고 방사선에 노출된다는 단점을 지닌다. 전문의 진단 오진율은 15~25%에 달한다.
당뇨병은 현재 혈액을 검출해 혈당 혹은 당화혈색소 수치를 측정하는 식으로 당뇨 진단이 이뤄진다. 강 대표는 “당뇨 전 아밀린 올리고머가 형성되는 전당뇨 단계 진단이 목표”라며 “전당뇨 단계에서는 혈당이나 당화혈색소로 진단 시 진단율이 아주 낮게 나온다”고 말했다. 당뇨병은 합병증 위험이 커 조기진단 및 치료가 중요한 질환이다.
한편 글로벌데이터에 따르면, 피플바이오가 주력하는 글로벌 퇴행성 뇌질환 시장은 2016년 약 7조원에서 2026년 25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