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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대접받는 국내사간 기술이전…유한양행 서브라이선싱 성공사례 재조명
  • 등록 2025-01-26 오전 8:30:39
  • 수정 2025-01-26 오전 8:3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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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임정요 기자] 최근 상장에 도전하는 바이오텍들의 국내 기술이전(L/O) 실적이 도마에 올랐다. 규제 당국이 상장 심사 과정에서 기술력 검토 방법으로 기술계약 상대방과 규모를 따져보는데, 국내 딜은 인맥을 통한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색안경을 끼고 있다는 거다. 국내 기술이전이 해외 빅파마 기술 재이전(Sub-licencing)으로 이어져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까지 달성한 최근 성공사례와 대치되는 기조라 주목된다.

국내 기술이전, 없느니만 못하다?

22일 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상장도전 바이오텍들이 또다시 진퇴양난에 빠졌다. 국내 기술이전 실적이 오히려 독이 된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해외에 기술이전할 역량이 없으니 국내사간 형식적인 계약을 하는게 아니냐는 의혹에 부딪치면서다. 셀트리온에 기술이전한 피노바이오와, 동아에스티, 오스코텍, 유한양행에 기술이전한 카나프테라퓨틱스가 기술성 평가에서 미끄러진 것에 대한 얘기다.

한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거래소에서 국내 기술이전 딜은 친분을 동원한 서로 도와주기식 행태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차라리 기술이전 실적이 없는 게 유리해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이 같은 기조는 바이오텍과 제약사 간의 오픈이노베이션을 장려하는 산업계 움직임과 정반대의 방향으로 지적된다. 국내 기술이전이 분명한 성과를 낸 사례도 있다. 제노스코에서 오스코텍→유한양행→미국 얀센으로 이어져 마침내 미국 FDA 허가까지 받은 첫 국산 항암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가 재조명되는 이유다.

신약개발을 위한 ‘계주’(이미지=챗지피티 생성)
‘서브라이선싱’ 선두주자

유한양행(000100)은 2016년 제노스코-오스코텍으로부터 폐암 항암제 ‘레이저티닙’(출시명 렉라자)을 기술도입해, 2018년 존슨앤드존슨 자회사 얀센에 서브라이선싱했다. 유한양행이 자체적으로 2021년 렉라자의 국내 식약처 허가를 획득했고 2024년에는 얀센이 리브리반트와 렉라자의 병용요법을 미국 FDA 허가를 받았다. 총규모 1조3000억원 가량에 더해 매출에 따른 로열티가 별도로 발생하는 ‘빅딜’이 결승선까지 완주했다.

유한양행과 제노스코-오스코텍은 얀센 기술이전 수익을 6:4 비율로 나눈다.

렉라자는 국내사가 발굴한 항암제가 FDA 허가를 받은 최초의 사례로 주목된다. 그간 FDA 문턱을 넘은 국산 신약으로 LG화학의 팩티브(항생제), 동아에스티의 시벡스트로(항생제), SK케미칼의 앱스틸라(혈우병치료제), SK바이오팜의 엑스코프리(뇌전증치료제), 한미약품의 롤베돈(호중구감소증치료제), GC녹십자의 알리글로(면역증강제) 등이 있었지만 항암제는 렉라자가 처음이라 의미가 크다.

유망한 물질이지만 제노스코와 오스코텍만으로는 역부족이었던 R&D가, 유한양행으로 넘어가며 ‘빅파마 서브라이선싱’ 성공사례를 일으켜 국내 신약개발 산업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유한양행은 국내 제약사 중 매출액이 가장 큰 곳으로, 가장 최근 사업보고서(2023년) 기준 1조 8000억원대 매출을 냈고 연구개발비에만 연 1200억원을 투입했다. 렉라자의 성공에 힘입어 서브라이선싱 전략을 지속 펼치고 있다. 지난 2020년 지아이이노베이션(358570)과 공동연구 계약을 체결한 아토피성 피부염 치료제 후보 ‘GI-301’ 또한 임상 1상 데이터를 쌓아 서브라이선싱을 타진 중이다.

업계에서는 이런 유한양행에 기술이전하고자 하는 바이오 R&D 기업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일례로 타깃단백질분해제(TPD) 기업 유빅스테라퓨틱스는 유한양행에 기술이전을 이룬 후 VC 자금조달에도 훈풍이 일었다.

유빅스테라퓨틱스는 지난 12월 257억원의 프리IPO 펀딩을 성료시켰는데, 투자를 망설이던 일부 VC들이 유한양행에 전립선암 치료제 후보 ‘UBX-103’을 기술이전했다는 소식이 나오자 투자집행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도 신규투자자로 합류했다.

휴먼 PoC 데이터 요구하는 해외사

신약 개발은 10년 이상의 연구개발 기간과 적게는 4500억원에서 최대 4조원까지의 자금이 투입됨에도 성공확률은 약 10% 수준밖에 안되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산업이다.

물질 발굴부터 규제기관 허가획득까지 신약개발 전주기를 자체적으로 이끄는 기업은 손에 꼽는다. 개발 단계마다 요구되는 전문성이 완전히 다른 점도 유념해야 할 대목이다. 실험실에서의 연구(Research)와 환자에 약을 적용하는 임상개발(Development)에 요구되는 역량은 다르다. 전자의 경우 인하우스(in-house) 연구원이 많아야 하고, 후자의 경우 임상병원과 소통하고 프로젝트 매니징을 할 수 있는 실력가 한두 명만 있으면 되는 등 인적자원 구성에도 차이가 있다.

초기 연구에 전문성을 가진 바이오텍이라면 규모 있는 파트너사와 공동연구 또는 기술이전을 통해 R&D 비용을 줄이는 게 똑똑한 ‘선택과 집중’ 전략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VC 관계자는 “해외사에 기술이전을 하기 위해서는 인간 대상 개념증명(Human PoC) 데이터를 갖춰야 하는게 부지기수다. 이 단계까지 개발을 추진하려면, 물질 종류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수백억원의 자금이 필요하다. 후속 파이프라인의 연구까지 병행하려면 비용은 더 커진다. 요즘처럼 투자회수가 어려운 상황에 바이오텍에 그만한 자금을 대줄 VC가 많지 않다. 제약사가 공동연구나 기술도입에 나서서 해외사에 서브라이선싱하는 릴레이 경주를 뛰어주면 다행”이라고 말했다.

한 바이오텍 대표는 “원개발사가 최대한 데이터를 쌓은 후 직접 해외사에 L/O 하는게 경제적 효익은 극대화할 수 있지만 녹록지 않다”며 “유한양행이 얀센에서 받는 미국 매출 로열티 비율은 10~12% 수준으로 알려졌고 여기서 오스코텍과 제노스코가 각각 20%씩을 받아간다. 원개발사들은 전체 렉라자 매출의 2%씩 밖에 가져가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괄목할 만한 성과가 아닌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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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블록버스터 등극할 K신약은?

1. 유한양행 렉라자

518명( 50% )

2. SK바이오팜 엑스코프리

156명( 15% )

3. 셀트리온 짐펜트라

171명( 16% )

4. 기타(댓글로 작성)

185명( 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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