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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시장이 계단식 성장을 보이고 있다. 그간 정체기(plateau)였다면 이제는 급변의 시기다. 계단을 오르지 못하는 이들은 뒤에 남겨지게 된다. 유동성 위기에 처한 ‘저성과’ 바이오텍의 대거 상장폐지가 예고된 상황에 역으로 수백억원대 펀딩에 성공하는 곳들이 속속 등장하는 것도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한다. 어느 때보다도 엣지 있는 기술, 탄탄한 데이터를 가진 곳에 돈이 쏠리고 있다. 이제는 과연 어떤 기업에 투자해야 할까. 이데일리는 바이오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벤처캐피탈리스트(VC)들을 시리즈로 인터뷰해 투자 인사이트를 구했다.[편집자주] [이데일리 임정요 기자] “회사의 기술에 과도한 애착과 자부심을 가진 기업은 지양한다. 노벨상 학자를 기대하는 게 아니라 좋은 제품으로 사업을 할 경영자를 찾는다. 기업은 비즈니스를 한다는 대명제를 늘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목표 시장과 경쟁자들, 그리고 회사가 개발한 물질(기술)의 시장 내 포지셔닝을 인지하고 있는 곳을 선호한다. 아울러 소신 있는 리더십을 중심으로 사내 팀워크가 견고하며, 대외관계가 원만한 기업이 좋다.”
3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김정현 솔리더스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이와 같이 말했다.
 | | (그래픽=김일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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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벤처투자 경력 25년 ‘업계 맏형’ 솔리더스인베스트먼트는 차바이오텍이 46.53%, 차케어스가 29.55%, CMG제약이 20%를 가지고 있다. 김 대표는 연세대 생화학 학사, 석사를 졸업하고 CJ종합연구소 경영전략팀에서 10년을 재직 후 2000년 벤처투자업계로 뛰어들었다. 이후 25년째 바이오 벤처 투자자로 활동하고 있으며 그 중 솔리더스인베스트먼트 대표로 지낸 기간이 14년이다.
솔리더스인베스트먼트의 투자 포트폴리오는 95%가 바이오다. 재직 중인 5명의 투자심사역 모두 바이오 전공자다. 설립 후 총 11개 조합을 결성했고 누적 운용자산(AUM) 5385억원 중 9개 조합에 해당하는 5085억원이 바이오 투자를 주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간 김 대표의 지휘 아래 솔리더스인베스트먼트는 66개의 바이오 기업에 95건, 3045억원을 투자했다. 완전 회수(엑시트)한 곳은 16곳으로, 투자액은 915억원에 회수액은 1873억원으로 멀티플 2배를 기록했다. 전체 평균 내부수익률(IRR)은 35%다.
김 대표는 “가장 수익률이 높았던 업체는 지엘팜텍으로 IRR 229%를 기록했다. 투자배수로 보면 지노믹트리가 15.5배의 멀티플을 실현해 가장 높았다”며 “가장 기억에 남는 기업은 알테오젠과 지노믹트리다. 2000년 이전부터 박순재 알테오젠 대표와 안성환 지노믹트리 대표를 알게 됐고 현재까지 진실한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2013년 ‘솔리더스 글로벌농식품투자펀드 1호’를 통해 알테오젠에 최초 투자했다. 이후에도 재무총괄임원(CFO) 및 IR 임원을 소개하는 등 적극적으로 업무 지원에 힘썼다. 알테오젠의 외부 홍보, 자금 조달, 기업공개(IPO) 등도 함께 하며 코스닥 상장까지 성공적으로 진행한 것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
솔리더스인베스트먼트가 올해 회수를 예상하는 곳은 2022년 전환우선주(CPS) 투자를 진행했던 올릭스, 2023년 전환사채(CB) 투자를 진행했던 티움바이오, 금년 7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뉴로핏이다. 또한 아이엠바이오로직스, 카나프테라퓨틱스, 유빅스테라퓨틱스 등이 기술성평가를 통과해 내년 중 회수를 기대하고 있다.
드라이파우더 1000억원가량 현재 솔리더스인베스트먼트의 드라이파우더는 약 1000억원가량이다. KB-솔리더스 헬스케어 펀드에 220억원가량이 남아있고, 지난 7월중 800억원 규모로 K-바이오·백신 4호 펀드를 신규결성했다.
김 대표는 “제형 변경 개량형 신약, 항체-약물 접합체(ADC), 방사성의약품 등 기존 치료제의 한계를 극복하는 차세대 기술, 미용의료기기와 같이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성장성이 보장된 분야, AI 신약 개발과 같이 산업 전반의 효율을 높이는 혁신 기술에 대해 관심이 크다”고 말했다.
솔리더스인베스트먼트는 분기별로 100곳이 넘는 회사를 검토하고 실질적으로 투자를 집행하는 곳은 분기별로 3~4건 정도다. 특별히 선호하는 시리즈 단계는 없다.
바이오 투자자로서의 핵심 역량에 대해 김 대표는 “관련 학위도 중요하지만 해당분야에 대한 산업 경험이 더 중요하다”며 “바이오 벤처캐피탈리스트로서 활동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과학적·의학적 전문성, △지속적인 바이오 기술트렌드 학습, △바이오 산업과 시장 구조 이해, △사람을 보는 통찰력과 네트워킹 능력, △학계·의료계·기업·규제 기관 등 다양한 전문가들과의 네트워크 구축을 통한 투자기업 검증, △10년 이상 소요되는 장기 프로젝트에 대한 인내심”을 짚었다.
‘건강한 바이오 생태계’ 전제조건 김 대표는 “VC는 단순히 상장을 통한 투자금 회수(엑시트)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기업의 본질적인 기술력과 장기 성장 잠재력을 평가하는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며 “파이프라인의 성공 가능성, 시장성, 경영진의 역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한 투자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투자가 완료된 후에도 기업의 경영 및 기술 자문을 적극 제공해 단순히 자금 지원에 그치지 않고 전략 수립, 인재 영입, 기술 제휴 등 다양한 측면에서 기업의 성장을 돕는 파트너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투자 기업이 상장한 이후에도 재무관리, IR, 기술 이전 등 다양한 영역에서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VC 간의 공동 투자 및 정보 공유를 통해 상호협력을 강화, 바이오 생태계의 전반적인 투명성과 안전성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오랜 시간 산업을 살펴온 김 대표는 인터뷰에서 초지일관 ‘장기투자’와 ‘인내심’을 얘기했다. 김 대표는 “알테오젠,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 올릭스 등 최근 성과를 내는 기업들이 궤도에 오르기까지 기본 10년이 걸렸다”며 “바이오텍의 성공을 뭘로 정의할거냐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중소형 제약사는 벤처들과의 인수합병(M&A) 전략을 검토해보면 좋겠다”며 “인하우스(in-house)에서 연구를 하다가 접으면 손실로 잡히지만 투자조합에 넣어 혁신형 벤처기업에 투자하면 투자자산으로 분류된다. 연구가 잘되면 오픈이노베이션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