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석지헌 기자] 한미약품의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제품명 롤베돈)가 오는 4분기 미국에서 출시된다. 3조원 규모 미국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시장에서 롤론티스가 얼마나 선전할수 있을지 주목된다.
| 한미약품 ‘롤론티스’와 롤론티스 생산 공장인 평택 바이오플랜트.(사진= 한미약품) |
|
13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과 파트너사 스펙트럼은 지난 9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롤론티스 품목허가를 승인받고 연내 출시를 목표로 상업화 준비에 돌입했다. 앞서 한미약품은 롤론티스 미국 출시 제품명을 ‘롤베돈’으로 확정했다. 미국 시장 공략을 위해 미국 전역에서 영업과 마케팅 인력을 충원한 상황이다. 한미약품과 스펙트럼은 미국 전역으로 확대한 영업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최대한 신속히 미국 시장에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한미약품과 스펙트럼은 당일 투여요법 임상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임상1상을 진행 중이며 향후 임상 결과에 따라 추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스펙트럼 임상 디자인은 기존 치료제 ‘뉴라스타’ 대비 비열등성으로 설계됐다”며 “롤론티스는 효능보다는 우수한 상대적 위험 감소율과 가격 경쟁력으로 시장에 침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현재 글로벌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시장은 8조 규모이며 이 중 미국 시장은 절반에 가까운 3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암젠의 뉴라스타가 이 시장의 70% 가량을 차지하고 있으며, 뉴라스타 바이오시밀러 제품 3개가 나머지를 점유하고 있다.
뉴라스타 등은 항암제 투여 후 24시간이 경과 해야 투여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환자들은 화학요법을 받은 다음 날 한번 더 병원을 방문하거나, 입원 기간을 하루 더 연장하는 등 불편함이 있다. 하지만 롤론티스가 당일 투여 적응증 확대에 성공하면 투약 편의성 측면에서 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아직 전 세계에서 당일 투여가 가능한 호중구 감소증 치료제는 없다. 여기다 롤론티스는 체내 의약품 약효 지속 시간을 늘려주는 ‘랩스커버리’ 플랫폼을 적용, 기존 약물보다 적은 용량으로도 충분한 약효를 낼 수 있다는 강점도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롤론티스 시장 가치를 2300억~3910억원 정도로 보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내년 롤론티스가 출시되고 로열티를 13%로 가정할 경우 롤론티스가 한미약품에서 가질 가치를 3910억원으로 추정했다. 유진투자증권은 2300억원으로 산출한 롤론티스 예상가치를 기업가치 산정에 반영했으며 이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증권은 롤론티스에 적용된 임상 성공 확률을 기존 80%에서 100%로 변경해 시장 가치를 2390억원으로 추정했다. 한미약품 내부에서는 시장 점유율 10%는 무난히 달성할 수 있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롤론티스는 그룹의 핵심 사업회사인 한미약품이 출시하는 첫번째 글로벌 신약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미국에서만 약 3조원대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분야에서 반드시 실질적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그룹 역량을 집중시키겠다”고 말했다.
롤론티스는 한미약품의 약효 지속성 기술 랩스커버리가 적용된 바이오 신약이다. 2007년 연구를 시작한 후 2012년 1월 스펙트럼에 기술이전했다. 2018년부터 세 번의 FDA 신약허가 심사를 걸쳐 이번에 최종 승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