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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DA 신약허가 핵심 공문도 공시의무 ‘無’…투자자 혼란 가중
  • 등록 2024-06-10 오전 7:36:00
  • 수정 2024-06-10 오전 7:36:00
이 기사는 2024년6월10일 7시36분에 팜이데일리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구독하기
[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HLB(028300)가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간암신약에 대한 보완요구서한(CRL)을 수령한지 3주가 지났다. 그동안 HLB의 주가는 9만5800원에서 5만9600원으로 떨어졌고 투자자들의 불안도 여전하다. 하지만 CRL 원본에 접근해 투자자들이 직접 판단할 방법이 없고, 나아가 향후 CRL 수령 원인을 알 수 있는 공식실사보고서(EIR) 내용도 공개할 의무가 없어 공시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7일 HLB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달 17일 새벽(한국시간) 6시 45분 리보세라닙+캄렐리주맙 병용요법에 대한 CRL을 수령했다. 수령 당일 오전 8시 37분 HLB는 자사 홈페이지에 진양곤 HLB그룹 회장이 CRL 수령 사실을 알리는 유튜브 영상을 공개했다.

진양곤 HLB 회장이 17일 주식시장이 개장되기 전 자사 유튜브 채널을 통해 보완요구서한(CRL)을 수령했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HLB그룹 유튜브 갈무리)


이후 2영업일 연속 하한가를 기록하며 주가가 급락하자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의 조회공시 요구에 따라 지난달 20일 오후 6시 50분 한국어로 번역된 CRL 내용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도 공시됐다.

HLB 관계자는 “CRL 수령 후 해당 공문을 한국거래소에 제출해 해당 내용을 공시했다”고 말했지만 투자자들이 직접 판단할 수 있도록 CRL 원본을 공개해달라는 요청에는 “아직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한 FDA의 공문을 임의로 공개하는 것은 조심스럽다. 이는 막바지에 이른 현 시점에서 발생할 수 있는 어떤 리스크도 조심하기 위함”이라고 답했다.

국내 제약·바이오 회사가 FDA로부터 CRL을 수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GC녹십자(006280)도 면역질환치료제 ‘알리글로’가 최종 허가를 받기 전인 2022년 2월 CRL을 받은 바 있다. 당시 GC녹십자는 충북 오창 혈액제제 생산시설에 대한 현장실사 필요성을 이유로 CRL을 통보받았다고 공시했다.

이보다 앞선 2021년에는 한미약품(128940)으로부터 경구용 항암제 후보물질인 ‘오락솔’을 기술도입한 미국 아테넥스가 CRL을 수령했다. 해당 내용은 아테넥스의 공시 및 한미약품의 보도자료 배포로 알려졌지만 한미약품이 관련 내용을 공시한 적은 없다.

CRL 수령 사실의 공개를 의무화하고 있는 미국과 달리 한국에서는 CRL 수령 자체도 자율공시사항이다. 앞서 HLB가 해당 내용을 공시한 것도 지난달 20일 HLB의 CRL 수령 사실이 시장에 퍼진 후 거래소가 HLB에 조회공시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한국거래소가 명시하고 있는 공시 의무는 △임상시험계획(IND) 신청 △IND 변경신청 △IND 승인 △임상시험 철회 △임상시험 결과 통보 △임상시험 중단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나 FDA와 같은 규제기관이 최종 판단을 하는 중요 내용을 의미하는 6가지”라며 “품목허가의 경우도 위와 같이 규제기관의 최종판단이 있는 경우에 공시의무를 부과하고 있으며 CRL 수령 사실은 규제기관(FDA)의 최종 결정이 아니므로 공시 의무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HLB 및 HLB의 중국 파트너사 항서제약이 EIR을 수령하더라도 이 내용을 공개하는 것은 전적으로 회사의 판단에 달려있는 상황이다. CRL과 마찬가지로 회사는 EIR 수령 여부 및 내용을 공개할 의무가 없다. 이를 악용해 회사에 유리한 내용만을 알리는 경우가 흔하게 벌어지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한국뿐 아니라 CRL, EIR 수령을 공시하게끔 돼 있는 미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는 FDA의 자료를 토대로 미국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업체 중 CRL을 받은 실제 이유와 언론으로 사전에 공개한 이유가 많이 다르고 100% 매치한 경우는 3%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바이오 회사나 거래소는 CRL 및 EIR에 회사의 영업기밀이 담겨있을 수 있어 원문을 공개하는 것은 어렵다고 항변한다. 거래소 관계자는 “CRL의 경우 상장법인과 규제기관간의 문서로서 법적이슈 등이 발생할 수 있어 원문 공개를 강제할 수 없다”며 “EIR 또한 규제기관의 최종결정이 아니므로 공시의무가 없으며, EIR 수령 사실은 규정에 열거된 지배회사의 종속회사 공시대상 범위가 아니므로 종속회사가 받았다면 공시 의무가 없다”고 했다.

FDA로부터 CRL을 수령한 미국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이 공개한 CRL 내용 정확도 (자료=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 FDA)


이 때문에 CRL 수령 후 FDA 심사가 재개돼 최종 허가 및 거절이 되기까지 투자자들은 회사의 ‘입’만 바라볼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있다. 투자자가 직접 판단할 기회가 없으니 회사의 한 마디가 나올 때마다 되레 투자 불안정성이 높아지는 역효과도 나타난다.

실제로 앞서 HLB 측은 항서제약이 5월31일 EIR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히면서 HLB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높아졌지만 결과적으로 EIR 수령은 이뤄지지 않았다. HLB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항서제약이 EIR을 받으면 해당 내용을 공시할 예정이나 아직 공시가 이뤄지지 않았고 우리도 항서제약이 CRL 이후 EIR을 받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르면 7월 중 FDA와 미팅이 이뤄질 예정이며 여기서 CRL 수령원인을 정확히 알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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