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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유진희 기자] 마이크로바이옴(장내 미생물) 기반 신약개발업체 엔테로바이옴이 주요 파이프라인의 수익화 작업에 본격 돌입한다. 대량생산 특허·자체 설비·규제 인증을 축으로 초기 현금흐름을 만들고, 이를 신약 파이프라인 임상과 코스닥 상장으로 연결한다는 계획이다.
 | | 서재구 엔테로바이옴 대표. (사진=엔테로바이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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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산균 모델·기존 마이크로바이옴 상용화 제품 반면교사 서재구 엔테로바이옴 대표는 2일 경기 고양시 본사에서 진행된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기존 전통 유산균 모델의 한계와 마이크로바이옴 상용화 제품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 반전을 이뤄낼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전통 유산균 산업이 효능의 임상적 논란으로 정체되고, 이를 대체할 것으로 기대됐던 마이크로바이옴의 상업적 가치 증명이 실패하면서 침체된 관련 시장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유산균은 락토바실러스, 비피도박테리움 등 ‘살아있는 유익균’을 뜻한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우리 몸속(특히 장내)에 사는 모든 미생물과 그들의 유전자 총체를 의미한다.
서 대표는 “유산균 중심의 국내 시장은 진입장벽이 낮고 효능 차별화가 어렵다”며 “반면 우리가 개발 중인 ‘아커만시아 뮤시니필라’·‘피칼리박테리움 프로스니치’는 인체 장점막에서 직접 대사·면역·염증을 조절하는 핵심 균으로, 기능성과 차별성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엔테로바이옴이 주력하는 아커만시아와 피칼리박테리움은 모두 산소에 극도로 취약한 ‘난배양성’ 균으로 글로벌 기업에게도 상업화 장벽이 높다. 엔테로바이옴은 이미 아커만시아와 피칼리박테리움의 분리·배양·응용 특허를 다수 보유하고, 이를 뒷받침할 품질관리기준(GMP) 설비와 스케일업 체계를 갖추고 있다. 한국특허전략개발원의 ‘아커만시아·피칼리박테리움 특허 분석’에서 엔테로바이옴은 출원 톱10 중 상위권(아커만시아 분야 ‘2위’, 피칼리박테리움 분야 ‘1위’)에 올라 있다. 학교·공공기관을 제외하면 글로벌 최상위권 수준이다.
서 대표는 “2023년 6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은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보우스트’ 수익성 확보 실패는 예견됐었다”며 “분변유래 혼합물·복합균주 치료제 접근은 개인 반응 차와 제조 스케일 한계가 있어 상업성이 낮았다”고 언급했다.
실제 재발성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 감염증(CDI) 치료제로 허가받은 보우스트는 출시 전 연간 최대 7억 5000만 달러(1조원)를 올릴 블록버스터 신약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출시 2년이 지났지만, 분기 매출 200억원 내외를 기록하며,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서 대표는 “우리는 장내 생태계의 구조·안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키스톤 스피시스’(keystone species)를 단일 균으로 고농도 배양·안정화해 일관된 효능과 생산성을 확보했다”며 “난배양성 균을 하나하나 고농도로 키워 일관된 품질로 공급하는 것이야말로 생산 문제와 수익성 문제를 동시에 넘어서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 | (사진=엔테로바이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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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신뢰 회복...차근차근 풀어간다 서 대표는 시장의 신뢰 문제도 차근차근 풀어나간다. 올해 개별형 건강기능식품으로 마이크로바이옴의 상업화를 진행하고, 내년 아토피치료제 등 주요 파이프라인의 본임상에 도전할 예정이다.
우선 엔테로바이옴은 내달 세계 최대 온라인상거래업체 아마존에 자체 브랜드의 아커만시아 기반 호흡기 건강 제품을 선보인다. 이를 위해 올해 초 미국에서 그라스(GRAS, Self-Affirmed Generally Recognized As Safe)의 취득을 완료했다. 그라스는 미국 시장에 진입하는 신규 식품 원료의 안전성 등을 확인하는 제도다. 적합성 여부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위임을 받은 독성 및 위험 평가 전문위원들이 해당 원료에 대한 검증 절차와 심사 결과 등을 토대로 판정한다. 국내 판매를 위해서 엔테로바이옴은 최근 열처리 사균(아커만시아 EB-AMDK19)으로 ‘기관 및 기관지 상태(기침) 개선’에 관한 개별인정형 기능성 원료 인증을 획득했다. 아커만시아 사균에 대한 국내 최초 개별인정형 승인이자 기능성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세계 첫 사례다.
서 대표는 “선주문이 확보돼 아커만시아 호흡기 건기식만으로도 내년 80억원 안팎의 매출을 목표하고 있다”며 “내년 초에는 동아제약과 아커만시아 건기식의 국내 판매를 시작하고 체지방 감소, 모발 건강 등 추가 제품에 대한 연구와 인허가에도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연말부터 건기식 매출이 본격화되면, 기술성평가(기평)와 본임상 전환, 코스닥 상장을 차례로 밟겠다”며 “자문기관과 함께 11월 모의 기술성평가(드래프트)를 진행한 뒤 보완 작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호흡기 건강, 체지방 감소, 혈당·모발 건강 등 건기식 포트폴리오가 먼저 상용화된 뒤 치료제 임상으로 기술수출을 노린다는 전략이다. 신약파이프라인 중 가장 빠른 것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 1상 승인을 받은 아토피치료제다.
서 대표는 “아커만시아 생균 기반 아토피 치료제는 전임상에서 스테로이드와 유사한 수준의 효능, 예방 기능, 효과의 지속성에서 우수성을 보였다”며 “내년 상반기 아토피치료제 본임상을 시작으로 비알코올성 지방간염(MASH)과 비만, 탈모 파이프라인도 업데이트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 “특히 MASH는 셀트리온(068270)과 개방형 혁신 형태로 동물모델 기전 연구를 마무리했고, 자금이 확보되는 대로 독성시험에 착수한다”며 “자금 조달 등을 고려해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장 전 마지막 고비는 자금조달이다. 엔테로바이옴은 내달 100억원 규모의 시리즈 C를 진행해 △임상·규제 인증(40%) △생산·인프라 확충(40%) △글로벌 사업화(20%)에 투입할 방침이다. 엔테로바이옴은 2018년 설립 후 지금까지 3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유치한 바 있다.
서 대표는 “글로벌 학회나 전시회에 참석하면 2~3년 전만 해도 ‘아커만시아가 뭐냐’고 묻던 바이어가 대다수였지만, 지금은 열 명 중 일곱~여덟은 구체적 용도와 포뮬러를 먼저 질문한다”며 “시장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그 흐름 속에서 우리는 매출과 이익을 내는 ‘지속가능한 바이오’로서 가치를 증명할 것”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