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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만약 부프레노르핀 장기지속형 주사제에 대한 수요가 있고, 국가적으로도 다양한 치료제 확보를 필요로 한다면 인벤티지랩(389470)은 개발에 있어 빠른 대응이 가능합니다.”
지난 17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이데일리와 만난 김주희 인벤티지랩 대표는 “인벤티지랩은 자체 약물 전달 시스템(DDS) 플랫폼을 갖고 있기에 날트렉손뿐 아니라 부프레노르핀도 장기지속형 주사제로 만들어보고자 내부적으로 연구했다. 하지만 사업적 확장성, 시장성을 감안해 본임상 단계로의 개발은 진행하지 않은 상태”라며 이 같이 말했다.
 | 김주희 인벤티지랩 대표이사가 1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마약중독 치료의 현황과 국가 주도 치료제 확보 필요성’ 세미나에서 ‘글로벌 약물중독 치료제 적용 사례와 국가주도 치료제 확보 필요성’에 대해 발제하고 있다. (사진=인벤티지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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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벤티지랩이 ‘날트렉손’ 선택한 이유 인벤티지랩은 날트렉손 성분의 1개월 지속형 주사제 IVL3004를 개발 중이다. 하지만 2024년 기준 약 52억8990만 달러(약 7조4000억원)로 추산되는 오피오이드 사용장애(OUD) 치료제 시장 규모 중 59.58%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성분은 날트렉손이 아니라 부프레노르핀이다(그랜드뷰 리서치). 날트렉손은 OUD 치료(마약중독 치료)에 있어 두 번째로 많이 사용되는 성분이지만 약 40%의 비중을 날트렉손과 메타돈, 그외 다른 약물들이 나눠갖고 있으므로 비중은 전체 OUD 치료제 시장의 20% 안팎에 불과하다.
인벤티지랩 역시 이 때문에 부프레노르핀으로도 연구에 나섰다. 다만 시장성에 대한 판단 끝에 날트렉손을 정한 것이다. 부프레노르핀의 경우 이미 1개월 지속성 주사제 ‘부비달’(미국 제품명 ‘브릭사디’)이 북미와 유럽 전역에서 출시돼 있어 후발주자가 유의미한 성적을 내기 쉽지 않을 것으로 봤다. 반면 날트렉손 성분의 1개월 지속성 주사제 ‘비비트롤’은 북미, 러시아와 영국, 독일 등 유럽 일부국가에서만 허가를 받아 후발주자가 유럽 미출시국을 중심으로 판매전략을 펼친다면 시장에 진입하기 비교적 유리하다.
김 대표는 “날트렉손은 부프레노르핀보다 안정적이고 장기간 사용할 수 있는 약물이다. 지금은 비비트롤이 미국 및 일부 국가에서만 판매되고 있어 시장이 상대적으로 작아보이지만 날트렉손은 부프레노르핀, 메타돈과 달리 약물중독뿐 아니라 알코올 중독치료에도 사용되기 때문에 글로벌 시장에서 출시될 경우 결코 작은 시장이 아닐 것”이라며 “날트렉손을 개발할 경우 한국처럼 알코올중독 치료제 시장이 더 큰 나라에도 진출하기 좋다는 점도 최종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베리파이드 마켓 리서치(VMR)에 따르면 글로벌 알코올중독 치료시장 규모는 2024년 기준 23억 달러(약 3조2000억원)로 추산된다. 매년 8.9%씩 성장해 2033년에는 48억 달러(약 6조7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미국에서는 1450만명의 성인이 알코올 사용장애(AUD)를 겪고 있다(2019년 기준). 보건복지부는 2021년 국민 정신건강실태조사를 통해 국내 AUD 환자가 134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2023년 알코올 의존증 진단을 받고 치료받은 환자 수는 6만2818명에 불과해 한국에서만 하더라도 알코올중독 치료제가 출시될 경우 시장 확대 가능성이 크다.
김 대표는 “IVL3004는 (비비트롤이 가진) 주사부위 부작용이 획기적으로 개선됐기 때문에 경쟁력있는 글로벌 파트너사와 공동개발이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미국 단일시장으로 4억5000만 달러 정도 되는 비비트롤 시장도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종료된 IVL3004 임상 1상 결과 인벤티지랩은 날트렉손 투약 초기 약물 과방출 구간을 비비트롤보다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는 간세포 독성 등 날트렉손으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비비트롤 대비 약물 용량을 줄여 IVL3004를 가격경쟁력을 높인 제품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 스웨덴 제약사 카무루스가 미국 브래번에 기술이전해 지난 2023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은 ‘브릭사디’ (사진=MP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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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VL3004, 한국 출시 가능성은? 최근 국내에서도 마약 및 마약중독 치료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대중의 이해도는 높지 않다. 그래서인지 현재 국내 상장사 중 알코올중독 및 마약중독 치료제를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진 회사는 인벤티지랩뿐이다. 디지털 치료기기를 개발 중인 곳은 더러 있지만 신약 및 개량신약을 개발 중인 곳은 비상장사 중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인벤티지랩도 그래서 IVL3004의 임상 1상을 한국이 아닌 호주에서 진행했다. 김 대표는 “국내 마약중독 치료제 시장은 아직 형성 초기 단계라 IVL3004에 대해 국내 제약사보다는 유럽이나 미국의 글로벌 제약사들의 관심이 더 크다”며 “IVL3004의 기술수출 역시 글로벌 제약사에 먼저 기술이전한 후 (한국 등) 추가 진출 국가는 파트너사와 논의 후 결정하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개발시 한국을 출시 우선국으로 여기지는 않았지만 부비달이 아닌 날트렉손을 개발하게 된 것도 결국은 마약중독 환자보다 알코올중독 환자가 많은 한국의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향후 국내 출시를 준비할 때 IVL3004의 임상 1상을 한국에서 다시 진행해야할 가능성도 낮을 것으로 봤다. 그는 “날트렉손에 대한 인종간 차이는 없거나 미미할 것으로 보이며, 이 때문에 국내 인·허가를 준비하더라도 단회 1상에 대한 반복적인 수행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IVL3004는 물론 1개월 지속형 부프레노르핀 주사제가 국내 출시되려면 보다 적극적인 정부 지원이 뒷받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 한국에서는 알코올중독을 비롯한 중독치료가 ‘의지’의 문제로 여겨져 적극적인 약물치료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마약중독 치료제로 허가된 약물도 드물고 남용가능성이 있는 오피오이드 계열 중독치료제(부프레노르핀, 메타돈 등)에 대해서는 인·허가는 물론 관련 연구도 쉽지 않다. 국내에서 마약중독 치료로 허가된 약물은 하루 한 알씩 복용하는 경구용 날트렉손 제제와 아캄프로세이트뿐이다. 국내에서는 대안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쓰이는 아캄프로세이트의 경우, 해외에서는 알코올중독 치료제로 쓰이고 마약중독 치료제로는 거의 처방되지 않는다.
김 대표는 마약중독 치료제의 필요성에 대한 공론화가 더 많이 이뤄지고, 신약개발사들도 적극적으로 개발에 나서며, 이를 기반으로 정부의 지원이나 제도 개선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봤다.
“앞서 코로나19 팬데믹 때 그랬던 것처럼 마약중독과 관련된 위기 상황이 닥치기 전 국가 의약품 공급체계가 갖춰지지 않으면 향후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신속하고 적절한 대응이 어렵습니다. 중독치료제의 임상·허가 단계에서 패스트트랙과 같은 신속심사제도를 도입하고 평상시부터 공공치료제의 생산·비축·유통 인프라를 갖춰야 합니다. 미국과 유럽처럼 다양한 마약중독 치료제에 대한 보험적용 범위를 넓히고 치료 및 재활을 위한 공공예산이 편성되는 등 제도적·재정적 보완이 이뤄지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