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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지완 기자] 비엘이 세계 최초 자궁경부전암 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치료제가 상업화에 성공하면, 연간 최소 매출액이 6000억원에 달할 것이란 분석이다.
| 비엘 홈페이지. (갈무리=김지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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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비엘(구 바이오리더스)은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로부터 자궁경부전암 치료제 ‘BLS-M07 2b상 후속임상 및 3상 임상시험계획(IND)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비엘은 지난해 말 고려대 구로병원을 중심으로 116명 환자를 대상으로 BLS-M07 임상 2b상을 마쳤다. 이 치료제는 후보물질 발굴과 전임상을 거쳐 지난 2015년부터 한국과 일본에서 임상을 시작했다.
자궁경부 상피내암 환자 지속 증가...치료제 없어자궁경부에 생기는 암은 인유두종바이러스(HPV)가 원인이다. HPV는 성접촉으로 자궁경부에 침투해 3단계를 거쳐 자궁경부암으로 진행한다. 1단계는 자궁경부 상피세포 일부가 변한 자궁경부 상피내종양, 2단계는 상피 전층의 세포가 변한 상피내암, 3단계는 암이 상피세포 외부로 전이되는 자궁경부암 직전 단계다. BLS-M07은 자궁경부전암 2단계(중등증)와 3단계(중증)를 타깃으로 한다.
백신 등장으로 자궁경부암 환자 숫자가 줄었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자궁경부암 직전 단계인 자궁경부 상피내암 환자는 오히려 늘었다.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자궁경부암을 진단받은 환자는 지난 2019년 기준 3273명으로 여성암 중 10위를 차지했다. 자궁경부암은 1999년 4489명을 기록한 이래로 꾸준한 감소세다. 반면, 자궁경부 상피내암은 지난 1999년 3066명에서 지난 2019년 8730명으로 매년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그 결과, 최근엔 자궁경부 상피내암 단계에서 진단과 치료가 이뤄져 자궁경부암 환자 숫자가 줄었다는 시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문제는 자궁경부 관련 암에 걸리면 치료제가 전무하다는 점이다. 외과수술로 자궁 세포를 잘라 암 전이를 막는 방법이 현재 유일한 치료법이다.
글로벌 3사 개발 중...비엘이 효능·편의성에서 앞서자궁경부전암 또는 자궁경부암 치료제 개발을 위해 비엘을 포함 세계적으로 3개 바이오사가 뛰어들었다. 미국 이노비오(Inovio)사는 지난 2017년 8월 VGX-3100 임상 3상을 개시했고,
제넥신(095700)은 GX-188E 임상 2b상을 진행 중이다.
치료율은 비엘 75%(임상 2a상), 이노비오 50%(2상), 제넥신 42%(키투르다 병용투여 결과, 1b/2상) 순이다. 비엘이 가장 높다. 제넥신 GX-188E는 단독 투여 시 반응률이 낮아 면역관문억제제인 키투르다와 병용투여로 노선을 틀었다.
| BLS-M07 치료제 개념. (제공=비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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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법만 놓고 봐도 비엘의 BLS-MO7은 여타 후보물질은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다는 평가다.
이도영 비엘 상무는 “이노비오와 제넥신이 개발 중인 치료제는 전기천공 방식을 이용한 주사제 방식으로 환자에게 극심한 고통을 안겨준다”면서 “반면 BLS-M07 경구제로 일반 알약과 다를 바 없어 시장 경쟁력이 높다”고 비교했다. 집에서 복용 가능한 알약과 달리, 전기천공 주사제는 맞을 때마다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는 것도 큰 차이다.
그는 “BLS-M07은 유산균에 HPV 항원을 주입해 캡슐로 싸서 장까지 도달시킨다”면서 “이후 유산균 결합 항원을 소장 점막에 면역세포와 결합시켜 면역반응을 유도한다.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항체가 림프관을 타고 자궁경부 쪽으로 전달돼 치료 효과를 낸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면 기존 치료제 후보물질은 자궁경부까지 치료제 전달이 쉽지 않아 전기충격을 가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상업화되면 연간 6000억 + 알파(α)상업화 전략은 구체적이다. 이 상무는 “BLS-M07 임상 3상에 성공한다면 3년 뒤엔 국내 품목허가가 가능해 보인다”며 “이후 여성 환자들의 의사 접근이 어려운 동남아 회교권 국가를 다음 타깃으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1인당 치료제 가격을 100만~150만원으로 보면, 환자 숫자를 근거로 국내는 연간 1000억~1500억원, 동남아는 연 5000억원의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동남아 지역은 국내 임상과 식약처 품목허가 상당 부분을 인정해, 추가 임상·서류보완 등의 절차만으로 신약 품목허가를 받을 수 있다.
미국·유럽 등의 글로벌 진출 계획도 세워놨다.
이 상무는 “미국·유럽 현지 임상을 우리가 주도해서 진행할 계획은 없다”며 “우리 전략은 국내 임상을 빨리 끝낸 뒤 라이센싱 아웃(기술수출)을 통해 신약 판로를 넓히겠단 전략”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시점에선 BLS-M07은 품목허가까지 받은 상태로, 계약금과 로열티에 비중을 둔 계약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현재 미국·유럽 다국적 제약사들이 BLS-M07에 대한 관심이 높아 문의가 많다고 귀띔했다.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 확대에 따른 시장 의구심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이 상무는 “B형 간염은 신생아 때부터 접종하지만, 환자는 계속 발생하고 있다”며 “자궁경부 백신 접종 사업이 완벽하게 진행된다고 해도 향후 30년간은 국내 치료제 수요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