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진호 기자
]디지털헬스케어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디지털화된 의료 영역에서 원격의료, 디지털치료제, 인공지능(AI), 전자약 등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세계 디지털헬스케어 시장 규모는 2019년 1063억 달러에서 2026년 6394억 달러로 급속도로 커질 전망이다. 이 중 미국과 유럽 시장 점유율이 68%에 달한다. 각국 정부는 디지털헬스케어 분야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경쟁적으로 전폭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이미 미국, 중국, 유럽 기업들은 디지털헬스케어 분야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속속 성장하고 있다.
2002년 설립된 미국 텔라닥(Teladoc)은 고객사 1만2000개, 회원 3000만명 규모를 갖춘 미국 원격진료 시장 1위 기업으로 성장했다. 중국 오랭거(Oranger)는 실시간 신체 모니터링 플랫폼을 개발해 원격 모니터링 글로벌 기업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은 아직 세계 시장에 명함을 내밀지 못하고 있다. 정부 지원과 디지털헬스케어 산업에 대한 제도가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서다. IT 강국인 한국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제도 개선이 신속하게 이뤄진다면, 세계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는 분석이다. 이데일리는 글로벌 톱 플레이어로 발돋움하려는 국내 기업들을 시리즈로 집중 분석, 디지털헬스케어 세계 속 한국의 현주소를 파악해본다.[편집자주] | 김동민 제이엘케이 대표가 자사의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헬스케어 사업과 방향성을 설명하고 있다.(제공=김진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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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원격의료 플랫폼 ‘메디허브 텔레’, 빅데이터 플랫폼 ‘헬로 데이터’, AI 유전자 진단 플랫폼 ‘메디컬 지노믹스’ 등 세 가지 주요 사업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곳이 세계적인 의료시장을 보유한 일본입니다. 일본에서 단기적으로 매출 증대가 이뤄질 것으로 확신합니다”
김동민
제이엘케이(322510) 대표는 13일 이데일리와 만나 “일본 내 공급망을 갖춘 ‘닥터넷’과 협력을 구축해 왔다. 무엇보다 AI 진단에 대한 규제가 전혀 없는 일본은 현재 우리 사업의 주요 타깃 시장이다”며 이같이 말했다.
제이엘케이는 2014년 뇌 영상 의료 빅데이터와 AI 기술을 접목한 디지털헬스케어 기업으로 출발했다. 2018년 자체 개발한 뇌졸중 진단용 AI 솔루션 ‘JBS-01K’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3등급 의료기기 인증을 국내 최초로 획득했다. 당시 JBS-01K는 보건복지부에서 부여하는 ‘보건신기술’(NET) 인증 역시 최초로 획득한 AI 솔루션으로 기록됐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제이엘케이는 2019년 코스닥에 상장했다.
현재 제이엘케이는 자기공명영상(MRI)과 컴퓨터 단층촬영(CT), 내시경, 안저 이미지 등 8종의 의료 영상 빅데이터 자료를 바탕으로 인간의 뇌나 폐, 전립선 등 14가지 신체 부위의 질환을 예측하는 통합 AI 솔루션 ‘메디허브’를 개발했다. 아시아 및 유럽, 호주, 중동 등 53개국에서 메디허브를 이루는 각각의 솔루션에 대한 품목허가를 두루 획득했다. 각국의 여건에 맞춰 회사는 메디허브 텔레와 헬로 데이터, 메디컬 지노믹스 등의 주요 사업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메디허브 텔레는 2021년 보건복지부 규제 샌드박스에서 임시 허가를 받아 재외국민을 대상으로 원격의료를 위해 적용되고 있다. 향후 각국의 규제나 정책적 방향성에 따라 사업의 규모가 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제이엘케이는 2020년 연결매출기준 45억원, 이듬해에는 38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김 대표는 “매년 40억원 가량의 매출은 꾸준히 올릴 수 있는 공급망을 확보했다”며 “이를 한 차원 더 높이 끌어올리기 위해 여러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미국시장의 인허가 문턱을 넘으려고 두드리고 있지만, 아직은 시간이 필요하다. 태국,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시장도 두루 진출했지만, 영상의 화질 등 해당 국가에서 제공하는 의료 데이터의 질적 수준이 낮아, 솔루션이 효율이 비교적 떨어지고 있다”며 “인허가 획득, 양질의 의료환경 등을 갖춘 일본을 가장 큰 매출원으로 판단하는 이유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제이엘케이의 일본 내 사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회사는 2020년 일본 내 최대 원격의료 기관인 ‘닥터넷’ 제휴를 체결했다. 이듬해 3월 일본 후생성 산하 의약품 의료기기 종합기구(PMDA)로부터 제조업 허가를 받았다. 같은해 12월 회사가 개발한 AI 폐질환 솔루션 ‘JVIEWER-X’도 긴급승인 받은 바 있다.
김 대표는 “우리의 솔루션이 승인되면서, 일본 전역 1200여 곳의 병원에 원격의료 관련 시스템을 공급하는 닥터넷을 통해 우리 제품을 공급할 수 있게 됐다. 올해 하반기에는 해당 지역에서 매출을 높이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뇌질환 및 유전자 진단 AI 솔루션 등에 대한 일본 내 인허가 절차도 준비 중이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의 흑자전환을 위해 연간 70억원 대의 매출을 빠르게 달성하는 것을 단기적 목표로 잡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제이엘케이는 지난해 9월 관계사인 제이엘케이바이오를 설립해 신약 후보물질 발굴용 AI도 개발하는 중이다. 제이엘케이바이오는 국립암센터 및 한국화학연구원 등과 함께 여러 암세포에서 과발현되는 ‘단백질인산화효소(PLK)’-1 억제제 후보물질을 공동으로 개발하는 중이다. 2023년부터 전임상을 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 대표는 “영상 자료를 분석해 질병을 진단하는 AI와 신약 후보물질의 물리화학적 구조를 예측하는 AI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기술이다”며 “제이엘케이바이오를 통해 후보물질 발굴 AI를 고도화하고, 추후 발굴해 낸 물질의 기술수출까지 이뤄낼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갈 예정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