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코로나19가 세계를 강타하면서 제약·바이오 산업의 중요도가 커지고 있다. 급성장세를 거듭하는 제약·바이오 산업은 자동차, 반도체 등에 이어 한국의 차세대 미래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할 것이 확실시된다. 이데일리의 제약·바이오 프리미엄 뉴스서비스 ‘팜이데일리’에서는 한국을 이끌어 갈 K-제약·바이오 대표주자들을 만나봤다. 이번 주인공은 한국 인공지능(AI) 신약개발 대표기업 ‘스탠다임’이다.
지난 2015년 설립된 스탠다임은 국내 최초 AI 신약개발 기업이다. 글로벌 AI 신약개발사가 400개에 달하는 지금과 달리 스탠다임이 설립되던 2015년만해도 AI 연구의 주요 거점인 미국, 영국을 제외한 지역에서는 관련 기업이 전무한 상태였다.
| 스탠다임 창업자 3인. 왼쪽부터 김진한 대표이사, 송상옥 최고운영책임자, 윤소정 최고연구책임자 (사진=스탠다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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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전문가(김진한 대표이사), 화학공학 전문가(송상옥 최고운영책임자), 생물학 전문가(윤소정 최고연구책임자) 등 스탠다임 공동창업자 3인은 삼성종합기술원 재직시절 사람의 DNA가 손상을 입은 뒤 복구되는 과정을 시뮬레이션하는 연구프로젝트를 통해 만났다.
엔씨소프트 등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근무하던 김 대표는 2006년 서울대 대학원에서 컴퓨터공학을 공부하며 AI에 매료됐다. 이후 영국 에든버러대에서 AI 연구로 박사학위까지 딴 뒤 삼성종합기술원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한 신약개발 가능성을 연구했다.
송상옥 상무이사(COO)는 서울대에서 화학생명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피츠버그메디컬센터와 삼성종합기술원에서 연구원으로 경력을 쌓은 화학공학 전문가다. 스탠다임 창업 이후 전문성을 바탕으로 신약개발을 위한 AI 플랫폼 개발을 담당하다 현재는 기술운영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포항공대에서 시스템생물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윤소정 상무이사(CSO)는 스탠다임의 연구소장으로 전사 연구를 총괄하고 있다.
삼성종합기술원에서 함께 하던 프로젝트가 종료되자 김 대표는 회사를 나왔다. 프로젝트를 하며 만난 송상옥·윤소정 연구원과도 함께였다. 세 사람은 AI로 신약개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어 제약업계 표준이 되겠다는 공동의 목표를 갖고 곧바로 스탠다임을 창업했다. 사명도 이 같은 뜻을 담아 ‘스탠다드(Standard)’와 ‘새 패러다임(New Paradigm)’을 조합해 만들었다.
스탠다임은 AI 솔루션으로 데이터를 학습해 신약군을 생성하고 최종 합성후보를 선별해 새 신약후보물질을 찾는다. 이를 통해 임상시험 전 후보물질 탐색 단계에서 드는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화이자, 로슈, 노바티스, 바이엘, 사노피와 같은 글로벌 유수 제약사들이 AI 신약개발사와 손잡는 것도 신약개발 효율화의 가능성을 봐서다. 글로벌 마켓 인사이트에 따르면 AI 신약개발 시장은 연 평균 40%씩 성장해 오는 2024년에는 약 4조8200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스탠다임은 영미권 기업들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영국 제약·바이오 전문투자 리서치사인 딥파마인텔리전스(DPI)가 최근 발간한 ‘2020년 AI 신약, 바이오마커 개발 및 R&D 환경시장 보고서’에서 스탠다임은 ‘AI 신약 발굴 분야 선두기업 톱33’에 이름을 올렸다.
이 분야 선두기업인 인실리코메디슨과 슈뢰딩거에 투자한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의 자회사 파빌리온캐피털도 스탠다임에 1000만 달러(약 121억원)를 투자했다. 해외 투자를 받은 것은 국내 AI 신약개발사로서 스탠다임이 첫 사례다. SK㈜, SK케미칼은 전략적투자자(SI)로 들어와 이제까지 총 174억원을 투자했다.
국내외 주요 제약사들과 신약개발 협력을 맺은 스탠다임은 올해부터 협력에서 한발 더 나아갈 방침이다. AI로 개발한 신약후보물질에서 실제 임상성과를 내는 것도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김 대표는 “자체 개발 중인 파킨슨병 치료물질에 대한 전임상을 연내 시작해, 이르면 내년께 임상시험에 진입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