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진호 기자]코로나19가 세계를 강타하면서 제약·바이오 산업의 중요도가 커지고 있다. 급성장세를 거듭하는 제약·바이오 산업은 자동차, 반도체 등에 이어 한국의 차세대 미래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할 것이 확실시된다. 이데일리의 제약·바이오 프리미엄 뉴스 서비스 ‘팜이데일리’에서는 한국을 이끌어 갈 K-제약·바이오 대표주자들을 만나봤다. 이번에는 치료용 항암백신 전문 개발 기업 ‘애스톤사이언스’다. | (제공=애스톤사이언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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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진단을 받은 환자를 위한 항암제 중 면역시스템에 관여하는 면역관문억제제(혹은 면역항암제)가 본격적으로 출시되기 시작한 것은 불과 8~10년 전이다. 그 과정에서 암 세포 표면에 있는 항원에 대한 추가 연구가 꾸준하게 이뤄졌다. 이런 항원을 학습시켜 면역세포의 활성을 돕도록 만들면, 암을 퇴치하는 인체의 능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이런 기전을 바탕으로 만드는 물질이 바로 치료용 항암백신(혹은 암 치료 백신)이다.
2018년 정헌 대표가 주도해 설립한 애스톤사이언스는 연구 또는 임상 단계의 치료용 항암백신 후보물질을 기술이전을 통해 확보했다. 여러 후보물질의 임상 단계를 진척시키면서 업계에서 이름을 알려왔다. 외과의로서 한국MSD와 삼성바이오에피스 등을 거친 정헌 대표는 블록버스터인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 등 면역관문억제제의 임상 개발 참여한 경험을 바탕으로, 생체 내 면역시스템을 증폭시키는 치료용 항암백신에 주목했다.
정 대표는 “암이 우리 몸을 회피하는 기전을 바탕으로 면역관문억제제가 설계됐다”며 “그렇다면 우리 몸의 면역 능력을 높이도록 만드는 약물도 가능하다. 일반적인 예방용 백신과는 다르다. 치료용 항암백신은 암에 걸린 사람에게, 이를 대적할 수 있는 무기를 몸속에 만들어주는 개념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암의 재발 위험을 줄이기 위한 방식으로 널리 시도되고 있으며, 향후 다양한 제품이 등장한다면 암 치료에 있어 새로운 대안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애스톤사이언스는 현재 임상(4종)과 비임상(3종) 등 개발 단계별로 총 7종의 치료용 항암백신 후보물질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애스톤사이언스가 미국 워싱턴대 암백신연구소로부터 기술이전 받은 3종에 대한 글로벌 임상이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는 2020년 3월과 2021년 6월 각각 임상 1상 완료 후 기술이전된 ‘AST-301’과 ‘AST-201’, 그리고 지난해 임상 1상 도중 기술이전받은 ‘AST-302’ 등이 포함된다.
이외에도 회사 측은 2019년 고려대로부터 기술이전 받은 ‘AST-021p’에 대해 고형암 대상 국내 임상 1상도 진행하고 있다. 정 대표는 “암 진단을 받은 뒤 수술을 통해 암을 제거한 환자에서, 보이지 않는 조직이 남아 재발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런 환자에게 우리 후보물질을 투여하는 임상을 두루 수행하고 있으며, 환자의 면역력을 높여 남은 암을 억제하거나 퇴치해 재발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AST-301과 AST-201, AST-302 등 애스톤사이언스가 워싱턴대로부터 확보한 3종의 물질은 모두 T세포의 활성화를 돕는 항원의 유전자를 ‘플라스미드 디옥시리보핵산(DNA)’에 삽입해 체내로 전달하는 방식으로 설계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국내
JW중외제약(001060) 관계사인 JW크레아젠은 수지상세포에 암세포의 항원을 학습시킨 후 몸에 주입하는 기술을 활용한다. 글로벌 제약사로 성장한 미국 모더나는 코로나19 백신에 사용한 메신저리보핵산(mRNA)을 활용해 암이 가진 항원 정보를 전달하는 치료용 항암백신을 설계해 비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정 대표는 “우리가 확보한 AST-021p는 펩타이드를 활용하는 물질이다. mRNA 기술을 갖춘 기업과 협력해 새롭게 치료용 항암백신 후보물질을 개발하는 것도 염두에 두고 있다”며 “과학이 발달하면서 새로운 설계 기술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방식으로 항암백신 개발을 시도해 나갈 예정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