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유림 기자]
메디톡스(086900)가
휴젤(145020)을 상대로 제기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소송 접수 여부가 이르면 이번 주 내에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대웅제약 소송전과 가장 큰 차이는 미국 기업이 소송 당사자에 들어가 있지 않다는 점이다. 자국 기업이 없는 소송을 ITC가 어떠한 판결을 내릴지 주목된다.
| (사진=이미지투데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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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30일(현지 시간) 메디톡스가 휴젤을 ITC에 제소했다고 밝히면서 보톡스 전쟁 2차전을 알렸다. 메디톡스는 소장에 “휴젤이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균주와 제조공정 등 영업비밀을 도용해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개발 및 생산했으며, 해당 불법 의약품을 미국에 수출하려 한다”고 명시했다. 또한 ITC가 휴젤의 불법 행위에 대한 조사를 개시해야 하며, 해당 보툴리눔 톡신 제품에 대한 수입금지 명령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ITC 소장에는 한국 국적의 회사(메디톡스와 휴젤), 오스트리아 소재 회사(크로마 파마)만 적시돼 있다. 앞서 보톡스 전쟁 1차전이었던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ITC 소송은 미국 회사가 2곳이 포함됐었다. 2019년 2월 메디톡스는 세계 1위 보톡스 회사 엘러간과 공동으로 대웅제약과 대웅제약의 파트너사인 에볼루스를 ITC에 제소했다.
ITC는 미국 기업들이 자국 산업의 구제와 지원을 얻어내기 위해 불공정한 교역행위를 해소해 달라고 제소하는 곳이다. 자국내 산업에 피해가 있었는지 판단하고, 산업피해구제조치나 지원조치를 건의한다. ITC의 주요 기능 중 하나인 특허와 상표, 지적재산권 분야에서는 외국의 불공정한 수입관행에 대해 직접적인 제재조치를 취하기도 한다.
ITC에게는 보톡스 전쟁 2차전은 미국 자국기업이 없는 분쟁이다. 메디톡스가 최대주주로 있는 에볼루스가 소송 중간에 합류하는 건 불가능하다. 에볼루스가 참여하려면 소장을 처음부터 작성해 새롭게 제소해야 한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휴젤을 상대로 우리가 제소를 한 거라서 에볼루스가 소송 당사자로 들어올 필요가 없다”며 “소송에서 이기면 여러가지 이득이 따라오겠지만, 주요 목적은 아니다. 자사 기술을 훔쳐간 것을 바로잡겠다는 게 제일 큰 목표다”고 설명했다.
휴젤은 메디톡스가 주장하는 ‘보툴리눔 균주와 제조공정 등 영업비밀 도용’에 대한 내용은 전혀 사실과 다른 허위 주장에 불과하다고 일축한 상황이다. 휴젤 측은 “보툴리눔 톡신 제제의 개발시점과 경위 등 개발 과정 전반에서 메디톡스의 터무니없는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어떠한 사실이나 정황도 없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분별한 허위 주장을 제기해 오랜 시간 휴젤 임직원들이 고군분투해서 일궈낸 성과를 폄훼하고 비방하는 행태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현재 ITC 직원 변호사가 정식 준수절차에 맞는지 소장을 검토하고 있는 단계다. ITC의 제1337조에 근거한 조사절차는 제소장의 접수 또는 ITC의 직권으로 개시된다. 제소장 접수 후 30일 이내에 조사개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메디톡스의 소장이 제출된 지 이미 30일이 넘어갔으며, 이르면 이번 주 안에 조사개시와 관련된 결론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소송이 본격화될 경우 향후 몇 년간 양사의 주가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했다. 한 증권사 바이오 연구원은 “대웅제약은 미국 소송에서 연간 많이 나가면 380억원을 썼다. 휴젤과 메디톡스 지난해 매출 각각 2451억원, 1849억원에 불과하다”며 “소송비용뿐만 아니라 핵심 사업이 아닌 소송에 에너지를 쏟게 되면 시장에서 투자를 꺼리게 될 수밖에 없다. 대웅제약과 메디톡스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다. 당분간 서로 힘든 싸움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메디톡스는 미국 법정 대리인으로 글로벌 소송 및 분쟁 해결 전문 투자(Litigation Funding) 회사인 로펌 퀸 엠마뉴엘 어콰트 & 설리번을 선임했다. 글로벌 소송 및 분쟁 해결 전문 투자 회사는 당사자 대신 소송 비용을 부담하고, 승소 배상액의 일정비율을 받게 된다. 투자자들이 메디톡스의 승소에 배팅, 로펌을 통해 소송 비용을 투자하는 방식이다. 메디톡스 소송 투자자들은 요청에 따라 비공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