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한국의 전자의무기록(EMR) 구축률은 92%지만 의료기관 사이 진료정보교류는 1%에도 미치지 못한다. 기존에 구축된 시스템의 목표가 심평원에 수가청구를 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의료기관간 사용하는 용어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진료정보교류에 활용되는 임상문서표준(CDA) 역시 문서 형태 데이터에 적합한 구조여서 다양한 데이터를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 에비드넷의 다기관 CDM 모델 (자료=에비드넷)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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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의료기관들이 이 같은 한계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이전에도 이를 해결하고자 정부에서 정책과제로 진료정보교류사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장기적 비전없이 단발성 사업으로만 접근하면서 궁극적인 해법을 찾지 못해 지지부진한 상태였다.
조인산 에비드넷 대표는 의료기관 사이 진료정보교류가 이뤄져야 연속성있는 의료서비스가 가능하고 약물 부작용을 사전예방해 의료비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그래서 가장 먼저 착수한 것이 데이터 표준화 작업이었다.
지금은 아시아 최대 규모 데이터 보유량을 자부하는 에비드넷이지만 처음부터 데이터 확보가 쉬웠던 것은 아니다. 디지털 헬스케어 업계 관계자들은 “병원과 소통해 의료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조 대표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병원은 대내외 이해관계자가 많아 협업의 필요성을 설득하고 협조를 구하는 일이 가장 힘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하나 둘 제휴 맺은 병원이 늘어갈수록 손을 내미는 곳들이 급격히 늘어났다. 잘 정돈된 데이터를 원하는 곳이 생각보다 많았던 것이다. 에비드넷이 비교적 단기간에 많은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가능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자신이 가진 데이터를 내주기 싫을 거라 생각했던 대형병원들도 예상외로 데이터 공유에 우호적이었다. 조 대표는 “아무리 대형병원이라도 모든 분야에 강한 것은 아니어서 자신들이 상대적으로 약한 분야에 강점을 지닌 다른 의료기관과 데이터 교류를 원했다”고 설명했다.
인공지능(AI) 관련 사업에서 빅데이터는 그 자체로 자산이다. 하지만 에비드넷은 제휴를 맺은 의료기관에 데이터를 독점할 수 있는 권리를 주장하지 않는다. 이제 막 태동하는 의료데이터 산업이 커질 기회를 막을 수도 있다고 봐서다.
조 대표는 “에비드넷이 표준화한 데이터는 우리의 자산이지만 각 병원이 보유한 원자료까지 다른 기업과 교류하지 못하게 막는 것은 산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대기업이 자본력을 앞세워 진출한다 해도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고 했다. 오히려 그는 “대기업이 진출하면 시장이 커지니 호재”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코스닥 입성을 통한 스케일업 계획도 있다. 조 대표는 “코스닥 상장을 위해 1~2년 내 기업공개(IPO)를 위한 준비를 시작할 것”이라며 “의료서비스 공급자와 수요자를 이어 정밀의료·맞춤의료의 시대를 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