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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부터 바이오베터까지...호주 제약사 'CSL 리미티드'의 저력
  • 호주 정부기관으로 출발한 'CSL 리미티드'
  • 백신 사업 '시퀴러스', 혈액 제제 사업 'CLS베링' 등 자회사 운영
  • B형 혈우병 유전자 치료제...세계 최초 품목허가 신청
  • 백신, 바이오 베터 등 임상 중인 약물 18종 보유
  • 등록 2022-05-31 오전 8:43:13
  • 수정 2022-06-02 오후 4:10:40
이 기사는 2022년5월31일 8시43분에 팜이데일리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구독하기
[이데일리 김진호 기자]세계 의약품 매출 순위 20위권의 호주 생명공학기업 ‘CSL 리미티드’가 향후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근 적극적인 인수합병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동시에 희귀 유전질환 관련 신약 개발까지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어서다. 업계에서는 2030년경 CSL리미티드의 한 자회사가 10위권 내 바이오베터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CSL리미티드는 호주 정부가 1916년 백신 공급을 위해 세운 보건 기관으로 출발해, 1994년 민영화된 제약기업이다. 회사 측은 민영화 후 스위스 ‘ZLB 바이오플라즈마 AG(2000년)’, 독일 ‘아벤티스 베링’(2004년), 스위스 노바티스의 인플루엔자 백신 사업 부문(2014년) 등 혈액 및 혈장 관련 회사를 공격적으로 인수해 온 바 있다. 현재 CSL리미티드는 영국에 본사를 둔 백신 전문 기업 ‘시퀴러스’(Seqirus)와 미국에 소재한 혈장 유래 재조합 치료제 전문 기업 ‘CSL 베링’ 등의 자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제공=CSL 리미티드


30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최근 CSL 리미티드가 신약개발 등 연구개발 투자와 인수합병을 통한 사업 확장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CSL 리미티드의 자회사 CSL 베링이 개발 중인 성인 대상 B형 혈우병 유전자 치료제 ‘에트라나코진 데자파보벡’의 허가 신청 건을 신속 심사 대상으로 지정했다. 이 약물의 임상 1상 결과, 1회 투여 시 유전적인 이유로 혈액응고인자가 결핍돼 나타나는 B형 혈우병 환자의 출혈 발생률을 크게 낮추는 것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에트라나코진 데자파보벡이 신속심사대상으로 선정되면서 일반적인 심사 기간(10개월) 보다 짧은 6개월 내로 FDA로부터 최종 심사 결론을 통보받게 될 전망이다.

빌 메자노트 CSL 리미티드 연구개발담당 부회장은 “우리가 개발한 에트라나코진 데자파보벡이 B형 혈우병 최초의 유전자 치료제로 승인될 경우 중증의 희귀 혈액 질환 환자에게 최고의 치료 옵션을 제공하는 회사로서의 지위를 더 공고히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CSL 리미티드는 지난해 12월 스위스 제약기업 비포파마(Vifor Pharma)을 117억 달러(한화 약 14조5150억원)에 인수합병했다. 비포파마는 성인 중증 활동성 항-호중구 세포질 항체(ANCA) 연관 혈관염 치료제를 ‘타브네오스’(성분명 아바코판)를 개발해 지난해 10월 FDA의 판매 승인을 획득한 바 있다. 당시 철분 결핍, 혈관염 등여러 질환의 치료제를 보유한 비포파마를 흡수한 CSL 리미티드가 혈액 관련 전문 기업으로 체급을 크게 확장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CSL 리미티드는 현재 인플루엔자 백신(7종), 호흡기 질환치료제 (1종), 면역치료제(3종), 혈우병 치료제(2종) 등을 미국이나 유럽 등 35개국 이상에서 출시했다. 이중 국내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A형 혈우병 치료제 ‘앱스틸라’(성분명 로녹토코그알파)다. 이 약물은 SK케미칼(285130)에서 분사한 SK플라즈마가 개발해 2009년 CSL리미티드에 기술수출한 물질로, FDA와 유럽의약품청(EMA)이 2015년 판매 승인했다.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도 2020년 이 약물을 품목 허가한 바 있다.

국내 혈액제제 관련 업계 관계자는 “CSL리미티드 자회사 중 ZLB 바이오플라즈마 AG와 아벤티스 베링 등을 흡수하며 출발한 CSL 베링이 혈액 분야에서 차별화된 입지를 다져왔다”며 “유전자 치료제를 포함해 이들이 가진 신약 후보물질은 대부분 희귀 질환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이들이 출시될 경우 높은 약가로 주요국에서 새로운 매출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발간한 ‘2021제약바이오산업 데이터북’에 따르면 2020년 약물 판매 기준 CSL 리미티드의 매출액은 96억5600만 달러(한화 약 11조9734억원)로 세계 제약사 중 22위이며, 같은 기간 회사가 개발 중인 신약 후보물질은 60개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에서 임상 이상 단계에 진입한 물질은 총 18종이다. CSL 리미티드의 2021년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임상 1상(6종), 2상(5종), 3상(7종) 등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는 호중구감소증 치료제로 알려진 과립구자극인자(G-CSF) 후보물질 ‘CSL324’(임상 1상), 면역조절제 후보물질 ‘CSL730’(임상 1상), A형 혈우병 치료제 ‘CSL112’(임상 3상) 등 다양한 바이오베터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오베터는 기존 바이오의약품의 효능이나 투약방식 등을 개선한 신약을 말하며, 개발 완료 시 기존 의약품의 2~3배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

캐나다 시장조사업체 이머전 리서치는 지난 4월 발표한 ‘의약품 종류 및 질환, 투여 경로, 유통채널, 지역 등에 따른 2030년 바이오베터 시장 전망’ 보고서를 통해 바이오베터 시장은 2030년경 3010억8000만 달러(한화 약 383조941억원)에 이를 것이며, 해당 시장의 상위 9개 업체 중 하나로 CSL 베링을 선정했다.

앞선 관계자는 “백신, 면역조절제, 혈액 관련 바이오베터 등 성장성 있는 약물을 직접 개발하거나 인수합병을 통해 확보한 CSL 리미티드가 매출 10위권 내 최상위권의 글로벌 제약사 중 하나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며 “국내에서도 CSL 리미티드가 보폭을 확대하고 있는 만큼 관련 물질 개발사와 협력에 나설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CSL 리미티드는 CSL베링코리아(2020년 4월)와 시퀴러스코리아(2022년 2월) 등을 출범하며, 한국 내 혈액제제 및 백신 사업을 확장하는 중이다. 지난해 6월 CSL 베링코리아는 국내 혈우병 시장 공략을 위해 SK플라스마과 앱스틸라 독점 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시퀴러스코리아는 국내에서 면역증강 및 세포배양 4가 독감백신 등을 추가로 도입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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