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이수앱지스(086890)는 국내에서는 드물게 자체 개발 신약으로 매출을 거두고 있는 바이오벤처다. 올해 신약 수출이 본격화되면서 매출이 퀀텀점프하고, 내년에는 흑자 전환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 이수앱지스 판교 본사 및 기업부설연구소 (사진=이수앱지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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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앱지스는 상업화에 이른 신약으로 고셔병 치료제 ‘애브서틴’, 파브리병 치료제 ‘파바갈’, 항혈전 치료제 ‘클로티냅’ 등을 보유하고 있는 업체다. 그럼에도 이수앱지스의 최근 3년간 연매출은 2019년 210억원 2020년 256억원 2021년 280억원 순으로 200억원대에 머물렀다.
이수앱지스는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에 강점을 두고 있는 바이오벤처다. 고셔병(고쉐병)은 ‘글루코세레브로시다아제(glucocerebrosidase)’라는 효소의 결핍으로 골수, 비장, 간에 당지질 ‘글루코세레브로사이드(glycolipid glucocerebroside)’라는 지질이 다량 축적되는 희귀 유전성 대사 질환이다. 주로 간과 비장이 커지거나 빈혈, 혈소판 감소, 골격 이상 등의 증세가 나타난다. 파브리병은 당지질의 선천성 대사 이상으로 여러 증세를 일으키는 유전성 질환이다. 혈전증은 혈관 속에서 피가 굳어진 덩어리에 의해 혈관이 막히며 발생하는 질환을 뜻한다.
3분기 사상 최대 매출…상업화 신약 수출 증가 덕이수앱지스는 올해 연매출이 400억원을 넘는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3분기 누적 매출만으로 이미 320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연매출(280억원)을 초과한 상태다. 특히 이수앱지스는 올해 3분기에 분기 사상 최대 매출 160억원을 기록한 것은 물론, 영업손실이 3억원으로 감소하는 등 손실폭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이처럼 실적이 개선된 배경에는 이수앱지스 신약들의 대폭적인 수출 증가가 자리한다. 이수앱지스 신약들이 차지하는 매출액과 매출 비중은 3분기 별도재무제표 기준으로 애브서틴(190억원, 59.5%), 파바갈(67억원, 22.8%), 클로티냅(29억원, 8.98%) 등이다. 이수앱지스의 3분기 매출 중 절반 이상은 수출을 통해 발생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이수앱지스의 수출액은 103억원으로 전체 매출(280억원)의 36.8%에 불과했다. 이수앱지스의 수출액과 수출 비중은 올해 1분기 16억원(28.5%)→2분기 72억원(45.2%)→3분기 193억원(60.2%) 순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올해 들어 이수앱시스는 신약 수출 국가를 적극적으로 늘리고 있다. 이수앱지스는 올해 1월 러시아 페트로박스(Petrovax)와 파바갈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6월에는 독일 헬름(HELM)사와 애브서틴과 파바갈의 원료의약품(DS) 공급 및 기술이전 계약을 맺었다. 7월에는 알제리 중앙병원약제국(PCH) 고셔병치료제 입찰에서 1순위 낙찰사로 선정되면서 140억원 규모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이수앱지스는 3분기에 알제리 수출을 개시해 누적 수출액 154억원을 돌파했다.
모회사 이수화학도 든든한 뒷받침 역할 | 독일 헬름사 소개 자료 (자료=이수앱지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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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 독일 헬름사와의 계약 체결은 이수그룹의 바이오투자 22년 만의 성과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깊다. 아울러 이수앱지스의 신약이 미국, 유럽 등 선진 시장에 진출할 기회도 얻게 됐다. 계약 내용을 살펴보면 헬름사가 이수앱지스로부터 애브서틴과 파바갈의 원액을 공급받아 유럽과 미국 임상을 거쳐 상용화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헬름사가 880만달러(약 114억원) 규모의 원료의약품을 수입하는 것은 물론이고, 마일스톤도 2회 지불하게 된다.
이번 계약이 체결된 데에는 헬름사가
이수화학(005950)과 비슷한 배경을 가진 점도 한 몫 했다는 게 회사 측의 분석이다. 헬름사는 독일 함부르크에 본사가 위치하고 있는 화학회사로 주요 자회사로 바이오의약품 업체 ‘리히터헬름바이오로직스(Richter-Helm Biologics)’를 보유하고 있다. 이수화학 생명공학 사업본부에서 출범해 이수화학을 모회사로 둔 이수앱지스와 사업을 영위하는 방식에서 공통분모가 있는 셈이다.
이수화학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이수앱지스 지분 29.5%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다. 이수화학은 1969년 설립됐으며, 글로벌 6위 세탁세재 원료 생산업체다. 2000년 이수화학 사내 생명공학사업부로 출범한 이수앱지스는 2001년 법인을 설립하며 분사됐다. 화학회사에서 태동했지만 이수앱지스는 바이오의약품을 개발해 상업화에 성공했다. 화학제품과 바이오의약품의 성격이 다른 만큼, 이번 해외 수출건은 이수화학의 해외 영업망과 무관하게 별도로 개척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이수화학은 이수앱지스의 연구개발(R&D)을 위한 자금 지원도 하고 있다. 이수앱지스는 지난해 6월 800억원 전환사채(CB)를 발행했는데 이수화학이 240억원 규모의 매도청구권(Call Option)을 보유하고 있다. 이수앱지스는 통상적으로 매년 R&D 비용으로 매출액의 80% 안팎인 200억원가량을 써왔지만, 지난해에는 84억원을 지출하는데 그쳤다. CB 발행을 통해 R&D에 매진할 수 있게 된 이수앱지스는 내년 하반기에 핵심 신약 파이프라인인 알츠하이머 치료제 ‘ISU203’ 임상 1상에 진입할 계획이다.
내년 신약 수출 확대 따른 흑자 전환 기대이수앱지스의 신약 수출은 내년에도 확대될 전망이다. 헬름사를 통해 내년 3분기까지 독일로 수출될 애브서틴과 파바갈의 수주잔고는 각각 70억원, 44억원으로 총 114억원에 이른다. 내년 독일 수출에 따른 매출 확대가 예약돼 있는 셈이다. 또한 이수앱지스는 지난 11일 페루 식약처(DIGEMID)로부터 애브서틴주 400U 품목허가를 받았다. 이수앱지스는 기존에 페루에서 판매하고 있던 애브서틴주 200U를 단계적으로 400U로 전환하면서 매출을 증대시킬 계획이다.
시장에서는 이르면 내년에 이수앱지스가 흑자 전환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장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수앱지스는 올해 연매출 454억원을 달성하고 영업손실은 94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내년에는 매출 687억원, 영업이익 70억원으로 흑자 전환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태기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이수앱지스는 올해 하반기에 알제리향 수출이 의미 있는 규모로 발생했고, 내년에도 추가 수출 증가 요인이 있다”며 “내년 중에 수출 증가분이 주가에 반영될 시간이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이수앱지스는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에 강점을 두고 있는 바이오벤처다. 창립 5년 만인 2006년 국내 최초 항체치료제 클로티냅의 품목허가를 취득했고, 2009년에는 기술특례를 통해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이후 2012년 애브서틴, 2014년 파바갈의 품목허가를 연달아 취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