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유진희 기자] “이거 됩니다. 당신의 기술력과 저의 사업 경험이 합해지면 제대로 된 것 하나 만들 수 있습니다.”
김정국 네오켄바이오 사장이 당시 과학기술연구원(KIST) 연구원 창업을 고민하던 함정엽 KIST 천연물연구소 책임연구원(현 네오켄바이오 대표)을 강원 강릉까지 찾아가 건넨 말이다. 함 대표가 개발한 원천기술에 대한 언론보도를 보고, 한달음에 서울에서 강릉까지 찾아간 것이다.
| 함정엽 네오켄바이오 대표. (사진=네오켄바이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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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두 사람의 운명적 만남은 네오켄바이오의 시발점이 됐다. 지더블유바이오텍 등 코스닥 주요 상장사까지 이끌었던 김 사장의 확신에 찬 말에 함 대표의 인생 괘도가 완전히 달라진 셈이다.
그는 뇌전증, 치매 등 치료제로 주목받는 의료용 대마 ‘헴프’의 치료성분 ‘칸나비디올’(CBD)을 고순도로 추출·가공하는 플랫폼 기술을 개발했다. 헴프에서 CBD를 단시간에 98% 이상 추출할 수 있는 기술이다.
한평생 연구자로 살았던 함 대표와 전문경영인으로 다양한 경험을 쌓았던 김 사장의 시너지는 폭발적이었다. 두 사람이 의기투합해 2021년 설립한 네오켄바이오는 2년 만에 시리즈 A, B를 성공적으로 이끌며 약 150억 원의 자금을 유치했다. 바이오 사업은 조기에 수익 창출이 쉽지 않다는 고정관념도 깨고 지난해부터 매출이 발생해 내년에는 100억 원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영국 GW파마슈티컬스의 칸나비디올(CBD) 기반 소아용 뇌전증치료제 ‘에피디올렉스’의 제네릭(복제약)을 시작으로 신약개발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들 계획이다.
더 기대되는 것은 네오켄바이오의 미래다. 설립 당시 함 대표는 최고의 기술력을, 김 사장은 든든한 우군을 각각 확보하기로 약속했다. 함 대표는 KIST 연구직을 겸임하며, 기술개발팀도 지원받고 있다. 그를 믿고 KIST가 기술출자하며, 2대 주주로 합류한 덕분이다. 현재 KIST의 연구진이 함 대표를 중심으로 기술 경쟁력을 책임지고 있다.
이는 국내외 바이오 인적 네트워크를 가진 김 사장의 투자자 확보에 힘을 실어줬다. 그가 설득한 네오켄바이오의 주요 주주로는 현대코퍼레이션(011760), KT&G(033780), HLB생명과학(067630) 등이 있다. 단순한 투자자가 아닌 동반자로서 네오켄바이오와 협업이 가능한 기업들이다.
이들 기업이 네오켄바이오의 투자자를 넘어 동반자로 나선 배경에는 김 사장도 있지만, 헴프의 미래 시장 가치도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리서치앤마켓에 따르면 세계 헴프 시장은 2022년 277억 달러(약 38조 원)에서 2027년에는 823억 달러(약 114조 원)로 커진다.
김 사장은 “헴프에서 발견되는 140여 개 치료제 성분은 신약개발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할 것”이라며 “선제적으로 R&D에 나서 글로벌 의료용 대마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 김정국 네오켄바이오 사장. (사진=네오켄바이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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