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지완 기자] 대웅제약·메디톡스 간 민사소송 판결로 감염병 예방법 개정안 통과에 힘이 실렸다는 분석이다.
14일 감염병 예방법 개정안을 발의한 최종윤 의원실은 이데일리와 전화통화에서 이번
대웅제약(069620)·
메디톡스(086900) 민사판결을 계기로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감염병 예방법)이 오는 3월 보건복지위 법안소위 상정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을 내놨다. 이 개정안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쟁점법안으로 판단하며 보건복지위 법안소위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해당 법안이 복지위 법안소위에서 통과되면 법사위를 거쳐 국회 상정 절차를 거치게 된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61민사부(권오석 부장판사)는 지난 10일 “피고 대웅제약이 원고 메디톡스의 균주와 제조공정 영업 비밀을 도용했다”고 판결했다. 이날 재판부는 대웅제약에 400억원에 대한 손해 배상과 함께 ‘나보타’를 포함한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 제조 및 판매를 금지하고 균주 폐기 및 기생산 제제 전량 폐기를 명령했다.
감염병 예방법 개정안 핵심은 ‘생물테러감염병병원체 관리·감독 강화’(최종윤 의원안) 조항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보툴리눔 톡신은 정부로부터 엄격한 관리감독을 받게 된다. 이 과정에서 보툴리눔 톡신 업체들은 보유 균주의 전체 염기서열 제출은 물론, 제출 균주와 생산 균주 간 일치 여부에 대해 불시 검문을 받게 된다. 만약 균주 불법 취득이나 허위 서류를 꾸민게 드러나면 톡신 보유허가가 취소된다.
감염병 예방법 개정안은 겉으로 내세운 명분은 테러위협이 있는 바이러스·균주를 엄격히 관리하자는 명분이지만, 실상은 불법적으로 취득한 균주로 영업행위 중인 사업자에게 철퇴를 가하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감염병예방법 개정안 반대 명분 사라져이번 판결로 감염병 예방법 개정안 법안통과를 반대할 명분이 약해졌다는 분석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감염병 예방법 개정안은 민주당 최종윤 의원은 지지를,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은 반대해왔다”면서 “반대 이유가 법안에 쟁점이 있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는데, 이번 메디톡스-대웅제약 판결로 불법적인 균주 취득이 사실로 드러났다”고 진단했다. 이어 “불법적인 균주 취득 사업자를 조사해 시장 교란 행위를 막자는 이 법안에 반대할 명분이 사라졌다”면서 “만약 반대한다면 불법 균주 취득 사업자를 지지하고 있단 의미”라고 꼬집었다.
이번 판결 직후 대웅제약은 나보타 수출은 국내 소송 결과와 무관하게 메디톡스 측과 사전 합의로 문제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질병청은 당사자 간 합의 및 감염병 예방법 통과와는 별개로 최종판결에 따른 행정처분을 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파악됐다.
최종윤의원실 관계자는 “애초 감염병 예방법 개정안은 질병청의 관리감독 강화 의견을 그대로 수렴해 만들어진 것”이라며 “이번 개정안은 앞서 백종헌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해 통과된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과 더불어 세트 법안으로 불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백종헌 의원안을 보완하는 것이 이번 감염병 예방법 개정안이기 때문에 국민의힘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불법 균주 취득 기업 일망타진 전망도 ‘솔솔’법안이 통과되면 제2의 대웅제약 사례가 속출할 것으로 봤다.
톡신업계 관계자는 “메디톡스가 대웅제약 판례를 바탕으로 기업마다 소송전을 벌인다면 돈도 많이 들지만,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면서 “감염병 예방법 개정안이 국회 통과가 되면 질병청이 불법 균주 취득 기업을 일망타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 감염법 예방법 중 생물테러감염병병원체 관리·감독 강화 개정안. (제공=국회 보건복지위) |
|
이번 판결 후 보톡스 업계에서는 “정상 경로로 보톡스 균주를 확보했다는 일부 업체들의 주장엔 설득력이 없다”는 의견이 강해지고 있다. 톡신업계 한 고위관계자는 “일부 업체는 생산성(일드)이 나오지 않는 연구용 균주를 제출하고 생산은 훔친 균주로 하고 있다”면서 “연구용 균주 염기서열을 들이밀면서 우리껀 다르다고 해봐야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다른 업체는 균주 공정개발도 없이 전임상, 임상에 들어갔다”면서 “훔친 균주에, 공정까지 그대로 베꼈기 때문에 공정개발 절차가 없다는 것이다. 이런 건 조사하면 다 나온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A사는 국내 수도권 모 대학에서 연구용으로 들여온 균주를 불법적으로 사들였단 의심을 받고 있다. B사는 균주도입 시점과 동물실험 및 임상시험 시기가 뒤바뀐 경우다. C사는 균주 기원에 대해 수차례 말 바꾸기를 했다.
현재 카이스트에서 균주를 무상으로 분양받은
메디톡스(086900)와 영국공중보건원(PHE) 산하기관 NCTC에서 톡신 균주를 상업용 라이선스 계약으로 도입한
제테마(216080) 외엔 균주기원이 불확실하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말 톡신 업체들 주장대로 균주를 놀이터, 개천, 마구간, 통조림 등에서 발견했다면 그 균주를 보호하기 위한 NCBI 등록과 같은 조치가 필요하다”면서 “이런 균주 보호행위없이 DNA가 일부 다르다는 걸 내세우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질타했다.
메디톡스는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미국 국립생물공학정보센터가 운영하는 유전정보 데이터베이스 진뱅크에 ‘Hall A 균주’를 등록했다. 제테마는 균주(NCTC13319)를 미국국립생물정보센터(NCBI)에 등록했다.
최종윤 의원실 관계자는 “감염병 예방법이 그대로 통과될지, 조항 수정이 이뤄질 지 알 수 없다”면서 “법안 문구 수정 여부를 떠나 이 법안은 질병청 판단과 해석이 들어가는 부분이 많다. 질병청은 현재 불법균주 취득 기업 정리 의지가 강하다”고 전했다.
한편, 해외에선 2종류 균주로 상업화에 성공한 회사가 4곳에 불과하다. 반면, 국내에선 22개사가 톡신 균주를 자체 발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