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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십자 회사채 흥행…‘알리글로’ 美 진출 히트 예감?
  • 등록 2024-02-28 오전 8:30:55
  • 수정 2024-02-28 오전 8:34:31
이 기사는 2024년2월28일 8시30분에 팜이데일리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구독하기
[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GC녹십자가 회사채 흥행에 성공하면서 당초 800억원이었던 조달 규모를 1600억원으로 2배 늘렸다. 녹십자(006280)가 제시한 4%대의 금리뿐 아니라 올해 하반기 미국에 출시할 혈액제제 ‘알리글로’에 대한 기대감도 어느 정도 작용했을 것으로 비춰진다.

‘알리글로’ 제품 패키지(IGIV 10%) (사진=GC녹십자)
27일 금융투자업계와 제약업계 등에 따르면 녹십자는 지난 22일 1600억원 규모의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사채를 발행했다. 녹십자는 당초 800억원 조달을 목표로 했으나 수요예측에서 초과 수요 덕에 발행 규모를 2배로 늘렸다.

이 같은 흥행에는 금리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금리가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에 A급 회사채의 인기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녹십자의 기업신용평가 등급인 A+로 비우량 사채에 속한다. 녹십자의 이번 사채의 금리는 2년물 4.144%, 3년물은 4.288였다. A+등급의 2년물, 3년물 무보증회사채 민평(채권평가사 평균) 금리는 지난 22일 기준 각각 4.4%, 4.6%였다. 같은 등급 회사채 대비 금리 수준이 특별히 높진 않았다.

녹십자의 올해 하반기 미국에 출시할 혈액제제 ‘알리글로’ 매출에 대한 기대감도 작용했을 것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알리글로의 미국 출시 초기 매출 추이가 녹십자의 올해 실적의 키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오너 3세’ 허은철 대표가 10년간 준비해온 ‘알리글로’ 美 진출

허은철 GC녹십자 대표 (사진=GC녹십자)
알리글로는 녹십자의 ‘오너 3세’ 허은철 대표가 취임한 2015년부터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추진해온 혈액제제다. 알리글로는 8년간 세 번의 고배를 마신 끝에 지난해 12월 FDA 품목허가를 받으면서 미국 시장 진출이 목전으로 다가왔다.

녹십자는 오래 전부터 북미 시장 진출을 위해 준비해왔다. 이를 위해 캐나다 공장 건설과 오창 공장 증설 등 생산시설 확대에 쏟아부은 금액만 해도 총 3200억원 규모에 달한다.

창립 이후 최대 프로젝트였던 캐나다 공장 건설에는 2억5000만 캐나다달러(약 2200억원)가 투입됐다. 2017년 공장은 준공됐지만 우수의약품제조·품질관리기준(cGMP) 인증 절차 지연으로 가동이 미뤄지자 2020년 결국 매각을 결정했다. GC는 캐나다 혈액제제 생산공장과 미국 혈액원 사업부문을 4억6000만달러(약 5520억원)에 스페인 혈액제제 회사 그리폴스에 매각하면서 여기에 투자한 자금은 대부분 회수했다.

이와 별도로 녹십자는 국내에서도 2017년부터 1000억원규모의 설비 투자를 추진했다. 이를 통해 충북 오창공장을 증설해 연간 140만ℓ로 생산능력을 2배 늘렸다. 오창공장은 지난해 4월 혈액제제 생산시설에 대한 실사를 무사히 마치고 같은해 12월 FDA로부터 알리글로 품목허가를 받으면서 해당 공장도 cGMP 허가를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GC녹십자 오창공장 전경 (사진=GC녹십자)
GC녹십자 관계자는 “오창공장은 지난해 12월 (알리글로가) FDA 승인을 받으면서 기존 GMP에서 cGMP로 승격된 것으로 보면 된다”면서 “오창공장은 앞으로 알리글로의 글로벌 생산기지 역할을 맡게 된다”고 설명했다.

재무 악화 감수한 대규모 투자, 결실 거두나…올해 목표 매출 400억

이처럼 녹십자는 대규모 설비 투자를 단행하면서 재무건전성 악화를 감수해야 했다. 녹십자의 총차입금은 2019년 4832억원에서 2023년 3분기 말 7656억원 수준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지난 7일 기준으로 녹십자의 미상환 사채는 녹십자의 회사채 2600억원, 지씨지놈과 녹십자엠에스의 회사채가 각각 200억원, 300억원으로 총 3100억원 규모에 달한다. 이 중 2019년에 발행한 1800억원 규모의 회사채는 오는 5월 만기가 도래한다. 녹십자는 이번에 조달한 자금 1600억원을 차환에 사용하고, 나머지 200억원은 자체 자금으로 해결할 것으로 보인다.

재무구조 악화에도 녹십자가 대규모 설비 투자를 단행한 것은 혈액제제에 필수적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설비 투자라는 높은 진입장벽 때문에 혈액제제는 전 세계적으로 생산자가 매우 제한적이라는 특성이 있다. 이 때문에 세계 최대 혈액제제 시장인 미국에서도 공급 부족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녹십자의 오랜 투자의 결실은 올해 빛을 보기 시작할 전망이다. 녹십자는 오는 7월 미국 자회사(GC Biopharma USA)를 통해 알리글로를 출시, 직판체제를 가동할 계획이다.

녹십자의 올해 알리글로 목표 매출은 3000만달러(약 400억원)다. 이익률은 초기 10%에서 점차 20%로 높여간다는 전략이다. 녹십자는 5년 내 미국 혈액 제제 시장의 3% 점유율 확보를 목표로 2028년까지 알리글로 매출을 3억달러(약 3996억원)로 성장시킬 계획이다. 미국 면역글로불린 시장은 2022년 기준 104억 달러(약 13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증권가의 알리글로 매출 예상치는 회사 목표치보다 다소 낮았다. 키움증권은 알리글로의 올해 예상 매출을 201억원으로 추정했으며, 신영증권은 회사 목표치와 비슷한 400억원 전후일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증권의 경우 2028년 알리글로의 예상 매출을 회사 목표치에 비해 37.6% 낮은 2492억원으로 봤다.

다만 이러한 증권가의 실적 추정치는 추후 상향될 여지도 있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녹십자는 당사 추정 올해 알리글로 매출액보다 높은 약 4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초기 매출 추이에 따라 실적 추정치 상향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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