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진호 기자] 중국 그라셀 바이오텍(그라셀)이 개발한 키메릭항원수용체(CAR)-T 신약 후보 ‘GCO12F’의 적응증별 성공적인 임상 1상 결과가 연달아 공개되면서 업계에서 화제다. 혈액암을 일으키는 B세포 표면의 ‘CD19’와 ‘B세포성숙항원’(BCMA)을 동시에 타깃하는 GCO12F가 시판된 CAR-T치료제들의 적응증을 모두 획득할수 있는데다, 생산 기간이 1일 안팎으로 짧아 향후 시장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큐로셀이나
앱클론(174900) 등 후발 CAR-T 신약 개발사도 긴장하며 이를 지켜보고 있다. 이들이 진행하는 남은 확대 임상 2상에서 어떤 CAR-T 신약 후보물질이 보다 뚜렷한 효능 우위를 나타낼지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 중국 그라셀 바이오텍이 자체개발한 이중 타깃 CAR-T 신약 후보 ‘GCO12F’에 대한 임상 결과를 연달아 발표하고 있다. 3일(현지시간)에는 ‘미국 임상종양학회’(ASCO)에서 해당 약물의 다발성 골수종 임상 결과를, 10일에는 ‘유럽혈액학회(EHA) 2023’에서 GCO12F의 거대 B세포 림프종(DLBCL) 임상 1상 장기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제공=그라셀바이오텍) |
|
16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미국이나 유럽 연합(EU) 등 주요국에서 시판된 CAR-T 신약은 총 6종이다. 이중 스위스 노바티스의 ‘킴리아’(티사젠렉류셀)와 길리어드사이언스의 ‘예스카타’(악시캅타진 실로류셀) 및 ‘티카투스’, 미국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브레얀지(이소캅타진 마라류셀) 등 4종은 CD19를 타깃하는 혈액암 치료제다. 거대B세포 림프종(BLBCL)이나 급성 립프구성 백혈병(ALL), 소포림프종 등의 적응증을 획득했다.
이와 달리 BMS의 ‘아벡마’(이데캅타진 비크류셀)와 미국 얀센과 중국 레전드바이오텍이 공동개발한 ‘카빅티’(실타캅타젠 오토류셀) 등은 BCMA 타깃 재발성 및 불응성 다발성 골수종(RRMM) 치료제로 시판됐다. 각 사가 공개한 매출에 따르면 CD19 타깃 CAR-T 시장은 지난해 약 20억 달러에 달했다. 예스카타(약 12억 달러)와 킴리아(약 5억 달러)가 해당 시장을 주도한다. 또 BCMA 타깃 CAR-T 시장은 약 3억~4억 달러 수준이다. 가장 먼저 출시한 아벡마는 시장의 80%를 석권하고 있다. 아벡마는 미국과 EU 이외에 일본과 캐나다, 영국 등에서 시판되고 있다. 카빅티는 미국과 유럽을 넘어 지난 3월 한국 등에서도 승인돼 시장성을 넓히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CD19와 BCMA를 동시에 타깃해 모든 CAR-T의 적응증을 시도할 수 있는 GCO12F의 임상 1상 결과가 발표됐다. 지난 10일(현지 시간) 그라셀은 ‘유럽혈액학회(EHA) 2023’에서 자사의 이중 타깃 CAR-T 후보 ‘GCO12F’를 DLBCL 환자 9명에게 적용한 결과, 객관적 반응률(ORR)은 100%이며 6개월 완전관해율(CRR)은 66.7%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해당 약물로 RRMM 및 전신 홍반성 루푸스(SLE) 적응증에 대한 평가도 진행하는 상황이다. 웬디 리 그라셀 최고의학책임자(CMO)는 “지난해 EHA2022에서 GCO12F에 대한 초기 데이터만 밝혔는데, 이번에 장기 투약 결과를 종합해 내놓을 수 있게 됐다”며 “DLBCL부터 RRMM까지 광범위한 질환에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라셀은 지난 3일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29명의 RRMM 대상 GCO12F의 초기 임상에서 평균 30개월간 분석 내용을 종합할 경우 ORR은 83%, CRR은 82.8%에 각각 달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맞서는 국내 후발주자들의 임상 결과도 만만치 않다. 국내사 중 가장 앞선 개발 단계를 밟고 있는 큐로셀은 지난 15일(현지시간) 스위스 루가노에서 열린 국제림프종학회(ICML)에서 CD19 타깃 CAR-T 신약 후보 ‘안발캅타진 오토류셀’(안발셀·프로젝트명 CRC01)의 DLBCL 환자를 대상 임상 2상의 공식 중간 결과를 내놓았다. 여기에 따르면 안발셀의 ORR은 84%, CRR은 71%이었다.
앱클론도 지난 7일 ASCO에서 자사의 CD19 타깃 CAR-T 신약 후보 ‘AT101’의 ORR은 91.7%, CRR은 67%에 달했다는 임상 1상 최종 결과를 발표했다. 국내외 CAR-T 신약 개발 후발주자들이 앞다퉈 주요 학회에서 임상 성과를 꾸준히 내놓고 있는 것이다. 큐로셀이나 앱클론, 그라셀 등 국내외 후발 CAR-T 개발사들은 초기 임상 1상이나 2상에서는 엇비슷한 결과를 얻은 셈이다. 결국 남은 후기 임상 2상 결과에 업계의 관심이 몰리고 있다.
| 큐로셀이 지난 15일(현지시간) 스위스 루가노에서 열린 국제림프종학회(ICML)에서 CD19 타깃 CAR-T 신약 후보 ‘안발캅타진 오토류셀’(안발셀·프로젝트명 CRC01)의 DLBCL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중인 임상 2상의 공식 중간 결과를 발표하공 있다.(제공=큐로셀) |
|
이런 상황에서 그라셀은 자사의 생산 기술력을 강조하고 나섰다. 그라셀에 따르면 GCO12F의 경우 자체 보유한 FasTCAR 플랫폼이 적용돼 생산 기간을 22~36시간 정도까지 단축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시판된 CAR-T의 경우 최소 1주~6주 가량 소요된다. 환자 대기시간을 사실상 1일 안팎으로 크게 줄인 GCO12F가 상용화한다면 그만큼 시장성이 높다는 평가다. 현재 국내 큐로셀이나 앱클론 역시 CAR-T 제조를 위해 2주 안팎의 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CAR-T 신약 개발 업계 관계자는 “그라셀의 기술력과 임상 결과가 주목받고 있다”며 “DLBCL 대상 임상 결과 자체는 사실 국내 개발 업계의 CD19 타깃 CAR-T 신약 후보물질보다 높지 않다. 하지만 적응증 확장성과 획기적으로 단축한 생산 기간 등이 더해져 관심도가 높은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킴리아나 예스카타 등 기본적으로 3차 치료제로 최초 시판된 CAR-T 신약들이 2차 치료제나 추가 혈액암 적응증으로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며 “후발 주자들은 결국 CRR을 높여, 후기 임상에서 높은 완치 가능성을 보여줘야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