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진수 기자]
오스코텍(039200)이 ‘제2의 레이저티닙’으로 기대되는 세비도플레닙(개발명 SKI-O-703)의 면역혈소판감소증(ITP) 임상 3상을 추진하는 동시에 다른 적응증으로도 개발하기 위한 방안도 검토 중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8일 오스코텍은 현재 임상 2상을 마친 세비도플레닙 관련 ITP 임상 3상을 통해 품목허가 받는 것을 최우선 순위로 두고 있지만, 류마티스 관절염과 ITP 외 또 다른 면역질환을 대상으로 한 비임상도 실시하면서 상황에 따라 적응증 추가 또는 변경을 위한 데이터를 확보하는 중이다.
| 오스코텍의 주요 파이프라인. (사진=오스코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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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상 통계적 유의성 아쉬움에도 3상 실시 의지세비도플레닙은 대박 기술이전을 이끈 비소세포폐암치료제 ‘레이저티닙’에 이어 오스코텍이 야심차게 개발 중인 SYK 억제제다. 세비도플레닙은 면역질환 등에 활용이 가능하며 현재 ITP 환자 대상 임상 2상 데이터까지 확보돼 2025년 임상 3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ITP는 혈액응고에 필수적인 혈소판이 감소해 점막·피부·조직 내 비정상출혈이 발생하는 희귀 자가면역질환이다. 전세계적으로 성인 10만명 당 9.5명 및 아동 10만명 당 5.3명이 질환을 겪고 있으며 잦은 코피, 잇몸 출혈, 월경 과다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ITP에는 1차적으로 스테로이드 및 글루코코르티코이드가 처방되는데, 반응성과 지속성 등에 대한 문제가 있어 대체할 수 있는 치료제에 대한 수요가 높다.
오스코텍은 세비도플레닙의 ITP 임상 2상을 통해 효과에 대한 부분을 확인했다. 발표된 임상 결과에 따르면 혈소판수치 3만/μL 미만인 환자 61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임상 중 1차 평가지표인 ‘혈소판수치 3만/μL 이상 및 2배 이상 개선’에서 고용량군 63.6%, 저용량군 46.2%의 반응률을 보여 위약 33.3% 대비 효과를 보였다.
그러나 P값이 세비도플레닙 저용량 투여군 0.504, 고용량 투여군 0.151로 나타나면서 통계성 유의성을 확보하지는 못했다. 오스코텍은 임상 2상의 규모가 크지 않아 P값을 충족시키기 어려웠던 것으로 분석하고 임상 3상은 더 큰 규모로 실시해 P값까지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오스코텍 관계자는 “세비도플레닙이 환자들에게 보여주는 효과 및 효능에 대해서는 임상을 통해 충분히 확인됐으며, P값과는 별개로 현재 시판 중인 경쟁 약물과 1차 지표를 동일하게 산출해본 데이터에서 세비도플레닙이 더 우월한 결과를 보여줬다”며 “임상 3상은 기술이전 여부 등에 따라 시기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추후 상황 고려해 적응증 추가 및 변경도 준비오스코텍은 ITP 환자 대상 임상 3상을 강력하게 추진하는 가운데, 또 다른 자가면역질환에 대한 세비도플레닙의 효과도 확인 중에 있다.
이는 세비도플레닙의 적응증 추가 확보를 통해 적용 범위를 넓히고 가치를 더 높일 뿐 아니라, ITP 환자 대상 임상 3상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가 나왔을 때 빠른 적응증 변경에 나설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026년 미국의 ITP치료제 시장 규모가 4조5000억원 수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2019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품목허가를 획득한 뒤 시판 중인 SYK 억제제 기전의 ITP 치료제 ‘타발리스’가 고혈압 등 여러 부작용으로 지난해 매출 995억원에 그쳐 있다는 점도 적응증 추가 또는 변경 가능성에 무게를 더한다.
오스코텍 관계자는 “류마티스 관절염과 면역혈소판감소증 외에도 매우 다양한 자가면역질환이 있다”며 “여러 자가면역질환에 대해 세비도플레닙의 효과를 확인 중”이라고 언급했다.
구체적으로 오스코텍은 자가면역질환 중 ‘항인지질항체증후군(APS)’과 ‘항체매개거부반응(AbMR)’에서 세비도플레닙의 효과를 탐색하고 있다. 현재 비임상이 진행 중이며 내년 상반기 중으로 본격적인 개념검증(PoC)이 이뤄질 예정이다.
항인지질항체증후군은 면역계 이상 반응으로 인해 자신의 조직과 세포를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이다. SYK 억제제인 세비도플레닙이 면역계 과도한 반응을 억제함으로써 항인지질항체증후군의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항체매개거부반응은 주로 장기이식 환자에게서 발생하는데, SYK 억제제 세비도플레닙이 항체와 장기 사이의 상호작용을 억제하고 면역 반응을 조절함으로써 항체매개거부반응 발생 가능성을 감소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통해 이식된 장기의 기능을 보호하고 장기 거부 반응을 예방하는 것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세비도플레닙은 이미 임상 1상에서 안전성 부분이 확인된 만큼 새로운 적응증으로 임상을 실시하더라도 바로 임상 2상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스코텍은 이미 한 차례 세비도플레닙의 적응증을 변경한 바 있다. 애초에 오스코텍은 세비도플레닙을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로 개발할 계획이었으나, 2021년 발표된 2a상 결과에서 1차 평가지표를 달성하지 못하면서 류마티스 적응증 관련 임상은 중단한 상태다.
오스코텍은 세비도플레닙의 기전상 류마티스 관절염 같이 염증을 직접 겨냥해야하는 질환보다 전신성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로 개발이 더 적합한 것으로 분석한 뒤 2019년부터 ITP 적응증을 추가해 임상을 실시했다.
오스코텍 관계자는 “현재 최우선 목표는 세비도플레닙의 기술이전 및 ITP 환자 대상 임상 3상을 실시하는 것”이라며 “ITP 외 자가면역질환에 대해서는 비임상 단계에서 데이터를 확보 중에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