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진수 기자]
유한양행(000100)이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의 허가 뿐 아니라 글로벌 처방을 늘리기 위한 데이터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렉라자는 올해 각종 임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1차 치료제 허가가 기대된다. 이어 병용요법을 통한 치료 효과까지 확인되면서 10조원 규모의 글로벌 시장을 빠르게 점령할 것으로 예상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유한양행의 파트너사 얀센은 다음달 11일 싱가포르에서 크리살리스-2(CHRYSALIS-2) 임상 데이터를 발표한다. 크리살리스-2 임상은 EGFR 변이 진행성 비소세포폐암(NSCLC) 환자에 유한양행 렉라자와 얀센의 리브리반트, 표준 치료인 백금화학요법을 병행해 치료 효과를 확인하는 연구다.
| 크리살리스2 연구개발 디자인과 평가지표. (사진=유한양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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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브리반트는 EGFR과 MET 수용체를 동시에 직접 표적하는 이중 특이항체로, 3세대 EGFR 티로신 키나제 억제제인 렉라자와 함께 사용하는 경우 타그리소 처방 이후의 환자에서도 항암 활성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20명의 환자에서 병용요법의 객관적반응률(ORR)은 50%로 확인됐다. 10명 중 8명에서 효과는 6개월 이상 지속됐다. 무진행 생존 중앙값(mPFS)은 14.0개월이었으며, 33.6개월 이상 장기추적에서 무진행생존기간 비율은 85%로 집계됐다.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폐암 중 비소세포폐암의 경우 뇌전이 발생 비율이 40%를 넘는 것으로 알려져 뇌전이 환자에 대한 치료 효과도 중요한데, 이번 병용요법의 경우 뇌전이 병력을 가진 12명의 환자에서 무진행생존 중앙값이 6.7개월로 나타나면서 효과를 보였다.
특히 크리살리스-2 연구 중 일부 코호트는 경쟁 약물인 ‘타그리소’ 투여에도 치료 효과가 없는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이 진행된 것으로, 활용 범위 확장의 가능성도 확인했다.
크리살리스-2 임상 연구의 부작용으로는 발진, 호중구감소증, 주입관련 반응 등이 있었으나 임상을 중단하는 경우는 없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비소세포폐암 환자가 타그리소에 반응하지 않을 때 이후 선택지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렉라자와 리브리반트 병용 요법이 효과를 보였다는 점이 고무적”이라며 “또 뇌전이 환자에 대한 효과도 확인되면서 많은 관심을 받는 중”이라고 말했다.
렉라자, 단독·병용 모두 효과…처방 증가 기대이번 병용 임상에서의 치료 효과 확인은 렉라자의 활용 범위가 더 넓어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렉라자 병용요법 뿐 아니라 단독요법에서도 경쟁 약물 대비 치료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나오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단독요법과 병용요법 모두에서 렉라자가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유한양행 렉라자 관련 주요 임상은 모두 6건인데, 이 중 ‘LASER-301’ 다국가 임상의 경우 1차 치료제 단독요법으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임상 3상 단계인 LASER-301 연구 결과에 따르면, 렉라자 투여군에서 1차 평가변수인 시험자 평가 기반 무진행 생존 중앙값이 20.6개월로, 1세대 약물인 이레사 투여군 9.7개월보다 약 두 배 가량 길었다. p값은 0.001보다 작아 통계적 유의성도 확보했다.
또 엑손19 결손 돌연변이를 가진 환자군과 엑손 21 L858R 치환 돌연변이(L858R) 환자군에서도 이레사 대비 약 2배 가량의 무진행 생존 중앙값을 보였다. 이는 EGFR 돌연변이 종류에 관계없이 일관성 있는 결과를 보여주는 것으로 렉라자 단독요법으로도 우수한 효과를 확인한 셈이다.
특히, 향후 3세대 EGFR 표적 치료제인 타그리소와 렉라자가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시장을 양분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단독에 이어 병용요법을 통한 처방 증가는 시장점유율 확보 등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얀센 측에서는 렉라자와 리브리반 병용요법이 허가되는 경우 매년 6조5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현재 1·2·3차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는 타그리소는 연 매출액이 7조원 수준이기 때문에, 렉라자가 단독·병용요법으로 사용되는 경우 시장 확대 및 점유율에 따라 최대 10조원의 매출을 올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렉라자는 단독요법과 병용요법 모두에서 사용될 수 있기 때문에 처방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국내에서 이어 미국에서도 1차료 치료제로 허가받은 이후 타그리소와 본격적 경쟁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