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코로나19와 독감(인플루엔자)이 동시에 유행하는 ‘트윈데믹’이 현실화되면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국내 독감백신 시장에서 GC
녹십자(006280)의 강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3분기까지 올린 독감백신 매출액이 지난해 누적 매출액의 80%에 육박, 연간 독감백신 매출도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이를 소폭 상회할 전망이다. 코로나19 직전 녹십자를 제치고 1위에 올랐던 경쟁사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의 독감백신 시장 귀환이 예고되는 가운데, 녹십자는 매출 감소를 최소화하기 위해 해외 시장 공략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 GC녹십자의 4가 독감백신 ‘지씨플루쿼드리밸런트프리필드시린지’(자료=GC녹십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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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GC녹십자에 따르면 지난 3분기까지 독감백신 누적 매출액은 1800억원이다. 지난해 연간 총 누적 매출액인 2300억원의 78%를 3분기 만에 달성했다. 3분기 녹십자의 전체 매출(약 1조3000억원) 중 독감백신만 14%를 차지하는 셈이다.
2000억원 규모였던 국내 기업의 독감백신 생산액은 코로나19 유행 이후인 2020년부터는 4000억원대로 두 배 가량 성장했다. 트윈데믹 우려로 국내 기업들이 독감 접종 수요가 늘어날 것을 대비하면서다.
여기에 2020년 처음 국내 독감백신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며 녹십자를 위협하던 SK바이오사이언스가 코로나19 백신에 집중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독감백신 생산을 중단하면서 녹십자는 몸집이 커진 국내 시장을 독식하고 있었다. 녹십자에 따르면 2019년 녹십자의 국내 독감백신 매출액은 1000억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1500억원으로 국내 매출액만 1.5배 늘어났다. 녹십자가 생산하는 독감백신 중 국내에서 가장 많이 유통되는 ‘지씨플루쿼드리밸런트프리필드시린지’는 지난해 국내 기업의 전체 독감백신 생산 실적의 40%를 차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엔데믹이 자리잡아 독감백신 시장이 예년 수준으로 쪼그라들고 내년부터 SK바이오사이언스가 독감백신 생산 재개를 예고하면서 녹십자 독감백신의 국내 매출액은 하향세를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시장의 이 같은 우려에 녹십자는 해외 시장 확대를 대안으로 내놨다. 녹십자 관계자는 “조기 물량 공급 및 가격경쟁력 유지를 통해 해외 국제기구 입찰 시장에서 1위를 수성하는 한편, 기타 해외시장에서 진출 국가 및 물량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자료=GC녹십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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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십자의 독감백신 수출국은 미주 지역, 그중에서도 남미를 중심으로 한다. 현재 미주 지역 35개국이 범미보건기구(PAHO)에 가입돼 있고, PAHO 가입국은 여기서 계약한 백신을 공급받기 때문에 미주 백신시장을 장악하려면 PAHO에서 최대한 많은 물량을 수주하는 것이 관건이다. PAHO에서 독감백신 수주 경쟁이 치열해지더라도 시장 점유율 60%대를 유지하는 것이 녹십자의 목표다. 이를 위해 내년에는 아르헨티나에 추가 진출하고 필리핀, 이집트 등 남미 외 중저소득국으로도 수출국 확대를 준비 중이다. 이란에서의 신규 입찰에 참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독감백신 물량 확대를 위해서는 위탁생산(CMO)시설을 보유한 충북 오창공장 가동률을 최대화할 방침이다. 3분기 기준 오창공장의 가동률은 71%다. 약 30%에 달하는 나머지 생산라인을 독감백신 생산에 활용하겠다는 것인데 이 경우 2500만 도즈를 추가 생산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2020년까지 독감백신은 전남 화순공장에서만 생산됐지만 지난해부터 일부 공정이 오창공장에서 진행되기 시작했는데 내년부터 이 비중을 확대한다는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녹십자가 PAHO에서 시장 점유율 60%를 차지하고 있는데 내년에도 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그 이상으로 수주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CMO 사업으로 비워둔 설비까지 독감백신 쪽으로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