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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은 인생을 건 모험이다. 나 홀로 창업을 선택하는 이들도 많지만, 리스크 헷징을 위해 역량을 보완해 줄 파트너와 공동창업을 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 중 스승과 제자의 공동창업 사례는 전 산업군을 통틀어 유독 바이오산업에서 두드러진다. 이는 연구개발(R&D) 사이클이 길기 때문에 나온 솔루션이다. 평균적으로 신약 방면 연구에 10년~20년의 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석·박사 과정이 끝난 후에도 연구를 지속하려 교수(스승)와 대학원생(제자)이 공동창업을 하는 구도다. 공통된 기술의 이해와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벤처 창업의 성공가능성은 올라간다. 이데일리는 사제 공동창업 회사들의 코파운더 인터뷰를 통해 개별 기업의 면면을 들여다 봤다.[편집자주] [이데일리 임정요 기자] 인공지능(AI) 신약개발 플랫폼 회사 히츠(HITS)는 2020년 5월 김우연 카이스트 화학과 교수와 제자 임재창 박사가 공동창업했다.
김 교수가 대표(CEO), 임 박사가 최고기술총괄(CTO)을 각각 맡았다. 창업 당시 임 박사가 26세에 불과해 사회경험이 많은 연장자 김 대표가 사업개발과 자금조달, 경영일반을 통솔한다. 수재인 임 박사가 AI 플랫폼 기술 개발에 집중하는 2인3각을 구성했다.
1978년생 김 교수와 1994년생 임 CTO가 16년의 나이차이를 넘어서 창업 파트너가 되기로 결심한 것에는 인공지능과 바이오 분야의 접목에 분명한 수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전세계적으로 검색 플랫폼으로는 구글, 콘텐츠 플랫폼으로는 넷플릭스 등 분야별 ‘플랫폼’ 강자들이 속속 자리잡는 상황에서 신약개발을 위해 누구나 사용하는 범용적인 플랫폼으로 히츠가 거듭나겠다는 포부로 출발했다.
 | | 히츠 공동창업자 김우연 대표(오른쪽)와 임재창 최고기술책임자(CTO)(사진=히츠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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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공동 창업 사제간 공동 창업 김 대표에게 임 박사는 수재 학생이었다. 임 박사는 한국과학영재학교를 나와 카이스트 입학 3년만에 조기졸업하고 카이스트 대학원 5년 학위과정으로 박사를 졸업했다. 임 박사가 졸업한 2020년 두 사람은 히츠를 공동창업했다.
김 대표와 임 박사의 첫 만남은 2012년이었다. 임 박사가 카이스트에 입학한 해이기도 하다. 임 박사는 1학년 때부터 2학년이 듣던 전공과목을 들었다. 그 중 김 대표가 진행하던 물리화학 양자역학 수업이 있었다.
김 대표는 “그 때 강의에 학생이 120명 정도였고 그 많은 사람 중 (임 박사는) 가장 눈에 띄는 학생이었다”며 “사람이 그렇게 많으면 질문을 잘 안하는데, 임재창 박사는 질문을 꽤 했다. 찾아와서 질문하기도 했고 어떤 질문은 꽤 괜찮아서 변형시켜 시험문제로 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반대로 임 박사에게 김 대표는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어른이기도 하다. 그는 “교수님 첫 수업을 들은게 13년 전인데 그때도 그렇고 앞으로도 편한 대상은 아닐 거 같다. 다만 어려움은 있지만 두려움의 대상은 아니”라며 “(제가) 어떻게 보면 도발적인 얘기도 많이 하고 질문도 많이 하는데 교수님이 그런 걸 항상 기분 나빠하지 않고 이해해주신다. 논쟁을 하다가도 다음날 와서는 똑같이 대해주신다”고 말했다.
임 박사는 “성인이 되면 주변에서 쓴소리를 하거나 내 잘못을 지적해주는 경우가 거의 없다. 뒤에서 얘기하거나 마음 속으로만 한다. 하지만 (김 교수님은) 늘 솔직한 의견교환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서로 듣기 좋은 말만 하는 사이가 아니기에 공동창업도 가능했다.
공동창업자간 지분이 대등한 수준은 아니다. 김 대표와 임 박사간 2.5대 1 정도의 차이가 난다. 임 박사는 “결국 회사에 기여한만큼 지분을 갖는 것”이라며 “(김 대표가) 지분 차이 이상으로 훨씬 더 많이 기여하고 있어 제가 가진 지분에 만족하고 제가 더 분발해야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임재창 박사가 박사를 26살에 빨리 받았다. 기술적으로나 영리함은 뛰어나지만 그 나이에 사회경험 없이 회사를 운영하는건 쉽지 않다. 지금은 5년 반 경험이 많이 채워졌다”며 “지분율에는 보상도 있지만 책임도 있다. 내가 얼마나 회사에 집중할 수 있는가, 체력적으로 시간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가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카카오, LG화학이 눈독 들였던 회사 히츠 창업의 계기로 알파고가 꼽힌다. 2016년 3월 구글 딥마인드 팀은 이세돌 9단과 대전 중 하루 쉬던 날 대전시 카이스트에 방문해 강연을 했다.
김 대표는 “TV로 바둑 두는 걸 보는 것에 그친 게 아니라 직접 만나 얘기 나누며 더 영향을 받았던 것 같다. 그때 우리도 AI로 화학, 생물학을 해야겠다 생각을 가졌다”고 말했다.
김 대표 연구실에서 임 박사가 AI, 약물 발굴 연구를 앞장서 주도했다. 이어 2018년 국내 최초로 카이스트에서 인공지능 신약개발 심포지움을 개최했는데 그때 200명 가까이 모인 관중 가운데 카카오브레인에서 온 인물도 있었다. 임 박사는 카카오브레인에서 방문연구원처럼 LLM, 바이오 연구를 했고 같이 창업하자는 얘기도 나왔지만 카카오 그룹 차원에서 흐지부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나중에는 LG화학에서 공동연구해서 약을 만들어보자하다가 창업을 하면 투자를 하겠다고 제안했다. 계약서까지 다 썼는데 구체적인 투자 조건에서 이견이 발생해 투자를 받지는 않았다”며 “처음 회사 시작은 LG사이언스파크에서 했고 1년 정도 머물렀다”고 회상했다. 결국 히츠 창업에는 한국투자파트너스가 초기투자했다.
히츠는 여느 AI 신약개발사처럼 직접 신약 파이프라인을 갖추는게 아니라 바이오 연구자들이 쓸 만한 모든 AI 서비스를 구독형 플랫폼으로 제공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김 대표는 “히츠의 목표는 딥러닝으로 할 수 있는 가장 값어치 있는 연구를 해보자는 것이며 이것이 바로 바이오”라며 “화학을 잘하려면 물리를 잘해야하고 물리를 잘하려면 수학을 잘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면 기초과학 중 바이오는 아직 규명되지 않은 것이 많은 학문”이라며 “달과 지구의 움직임은 정확히 계산할 수 있지만 생명이 왜 노화하고 병에 걸리는지는 사람마다 세포마다 다르다. 바이오는 통계의 학문인 것이며 바로 데이터 기반 딥러닝과 궁합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그는 “바이오 시장은 크지만 쿠팡, 네이버쇼핑, 구글, 넷플릭스 같은 이렇다할 플랫폼 회사는 없다. 히츠는 지난 한 해 동안 화학제품, 시약, 실험기구들을 취급하며 수십조원씩 버는 글로벌 회사들과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것에 공들였다”며 “글로벌 M사, T사 등과 MOU를 체결했고 그 생태계에서 움직이고 있다. 올해는 이러한 글로벌 생태계 속 강자들과 협력, 깊숙이 침투해서 전세계에 서비스를 확장하는 것을 내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임 박사는 AI 플랫폼 구축을 총괄을 맡고 있다. 하이퍼랩에 추가기능을 개발해 사용자들의 연구에 맞춰서 기간별로 사용하는 기능들을 제공하고 있다.
임 박사는 “의약화학자, 생물학자들로부터 AI 모델 결과 해석과 사용자 경험 등 도메인 지식 부분에서 도움을 받는다. AI 모델, 성향 마다 개발 기간은 다르다”며 “고객의 니즈를 수집해서 해결하는 데는 하루이틀에서 한두달이 소요될 수 있다. 코어기술 개발에는 1년~3년이 걸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현재 히츠에는 전체 35명 중에 AI 인력만 15명 그리고 AI를 플랫폼화 시키는 프론트엔드, 백엔드 개발자가 10명에 이른다. 중견회사나 제약사는 5~6년간 5명의 AI 개발 인력을 모으는 것에 대비해 인적자원이 집약적으로 구성됐다.
바이오 연구자들의 ‘Go-To’ 플랫폼 히츠의 구독형 AI 플랫폼 서비스 하이퍼랩(Hyper Lab)은 2023년 말 상업화돼 2024년부터 판매되기 시작했다. 하이퍼랩이란 AI를 클라우드에 담아서 사용자들이 설치나 부담없이 로그인만 하면 최신의 AI 툴을 쓸 수 있는 내용의 소프트웨어 서비스(SaaS) 플랫폼을 말한다.
현재는 100% 아마존 클라우드를 사용하고 있으며 매출이 일정 수준에 다다르면 직접 데이터센터를 갖추는 방향도 염두에 두고 있다. 성과는 적지 않다. 국내 다수의 제약사가 하이퍼랩을 사용한다.
△한미약품(128940) △SK케미칼(285130) △GC녹십자(006280) △LG화학(051910) △종근당(185750) △일동제약(249420) △HK이노엔(195940) △보령(003850) 등 회사들이 고객사로 있다. 지난해 창업 후 최고 수준인 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상장된 일부 AI 신약개발사들의 매출 실적을 앞지른다.
여기에는 해외 매출도 포함돼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 텍사스주 MD앤더슨 암센터, 캐나다 서니브룩 등 유명 연구기관과 병원에서도 저분자화합물 약물발굴 및 신규타겟 연구에 하이퍼랩을 사용하고 있다. 기존 약이 듣지 않는 환자에 있어서 새로운 타겟을 탐구하는 연구 등에 활용되고 있다.
김 대표는 “시장에 구조적으로 변화가 생기고 있다”며 “제약사들이 직접 AI 기술을 개발하느니 잘 만들어진걸 가져다 쓰자는 움직임이 있다”고 말했다.
히츠의 마지막 조달은 2024년 6월이다. 시리즈 A 브릿지 라운드에서 37억원을 조달하며 투자전 기업가치(프리밸류)로 270억원을 책정했다. 누적 조달금은 103억원에 달한다. 히츠의 재무적 투자자(FI)는 △한국투자파트너스 △스틱벤처스 △키움인베스트먼트 △컴퍼니케이파트너스 △캡스톤파트너스 △라플라스파트너스 △동훈인베스트먼트 △민트벤처파트너스 등으로 구성됐다.
다음 투자라운드인 시리즈 B 라운드는 올해 상반기 진행할 예정이다. 히츠는 올해 하반기에 기술성평가를 신청하고 내년에는 상장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