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승권 기자] 인공지능(AI) 의료기기 전문업체인
뷰노(338220)가 경쟁사들과 대조적인 전략으로 국내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어 주목된다.
루닛(328130)과
제이엘케이(322510)(JLK)는 자사의 인공지능(AI) 의료기기에 대해 보건복지부 ‘혁신의료기기 통합심사’를 통해 임시 수가를 받는 방식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반면 뷰노는 통합심사를 거치지 않고 ‘신의료기술 평가 유예’로 비급여 시장에 진입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는 것.
이 제도를 통하면 유예 기간 동안 가격 정책을 기업이 정할 수 있다. 반면 통합심사로 요양급여 평가를 받으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가격 상한선 통제를 받아야 한다.
18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국내 첨단 의료기기 기업 제품 중 혁신 의료기기로 인정된 기기는 총 55건이다. 하지만 이중 보험 임시 수가를 빠르게 받을 수 있는 통합 심사를 신청하고 절차를 통과한 기기는 전체의 4분의 1에도 못 미치는 12건이다.
| 루닛, 뷰노, 제이엘케이 주력 제품 및 보험 수가 전략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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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의료기기 통합 제도, 가격 상한가 통제·낮은 임시 수가 등 단점 혁신의료기기로 인정받은 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의 통합심사까지 통과하면 임시 수가를 받아 보험 급여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의료시장에 진입할 때 건강보험 재정에서 비용의 10%를 지원받는 ‘선별급여’를 선택하거나, 환자가 해당 기술 비용을 100% 지불하는 ‘비급여’ 등 진입 수단을 모두 선택할 수 있다.
그럼에도 기업들이 통합심사 지원에 적극적이지 않은 건 ‘가격 상한가 통제’와 ‘원가보다 낮은 수가 적용 가능성’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예컨대 기업 입장에서는 원가를 맞추려면 비급여로 10만원 이상을 받아야지만, 정부가 상한선을 5만원 수준으로 고정시키게 되면 팔수록 적자가 쌓이는 구조가 될수 있는 것이다.
| 혁신의료기기 건강보험 등재 절차 (자료=보건복지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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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뷰노는 혁신의료기기(일반)로 △생체신호분석 소프트웨어(VUNO Med DeepCARS, VN-C-01), △2등급의료영상검출·진단보조 소프트웨어(VUNO Med-LungCT AI, VN-M-04), △안과영상검출·진단보조 소프트웨어(VUNO Med - Fundus AI, VN-M-03), △심전도분석 소프트웨어(VUNO Med-DeepECG, VN-C-04) 등 4개 제품이 지정됐지만 모두 통합 심사를 신청하지 않았다.
루닛의 경우 2등급 의료영상검출·진단보조 소프트웨어(Lunit INSIGHT CXR, Lunit INSIGHT CXR)로 통합 심사를 통과했고 임시 수가 신청을 준비 중이다. 제이엘케이도 뇌영상검출·진단보조 소프트웨어(JBS-01K, JBS-01K)로 통합 심사를 통과했고 임시 수가까지 받은 상황이다.
이와는 다르게 뷰노는 ‘신의료기술평가 유예’ 제도를 활용해 비급여에 진입했다. 가격 상한선은 없고 모든 의료기관에서 판매가 가능한 것이 이 제도의 장점이다. 비급여 대상은 대표 제품인 딥카스다. 이 제품은 일반병동 입원환자 대상 4가지 활력 징후(혈압, 맥박, 호흡, 체온)에 기반하여 24시간 내 발생 가능한 심정지를 조기 진단하는 의료기기다.
뷰노 관계자는 “무엇보다 제품 가격을 기업이 정할 수 있는 것이 이 제도의 장점”이라며 “심정지 예측 의료기기 ‘딥카스’의 경우 의료영상이 아닌 생체신호 분야로 ‘신의료기술평가 평가유예’ 제도를 활용해 비급여에 진입해 있다”고 강조했다.
현행 평가유예 기간은 2년이다. 뷰노의 경우 2022년 8월 1일부터 2024년 7월 30일까지 유예 기간이며 이후 최장 250일 간의 정식 신의료기술평가 기간에도 비급여로 판매할 수 있다. 즉 2025년 3월까지는 회사가 정한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다는 의미다.
뷰노 관계자는 “당사의 경우 신의료기술평가 평가유예 제도를 탄 제품이기 때문에 이 길로 쭉 가게 된 개념”이라며 “다른 의료영상 제품들로 혁신의료통합심사에 들어가지 않고 있는 이유는 우선 해외 진출을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제도 진입은 신중하게 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뷰노 딥카스, 비급여 도입 병원수 70곳 돌파...‘신의료기술평가 유예’ 전략 먹혔다뷰노의 국내 영향력은 빠르게 커지고 있다. 예후 예측 기기인 딥카스는 업계 최초로 비급여 시장에 진입했다. 1월 15일 기준 단국대병원, 경희대병원, 조선대병원 등 전국 70개 이상의 의료기관에서 활용되고 있다. 작년 청구 병원 목표(40곳)를 60곳으로 초과 달성한데 이어 올해도 15일만에 10곳이 더 늘었다. 작년 초까지 도입병원 수가 20개 정도였다는 걸 고려하면 최근 확장세가 빠른 상황이다.
| 뷰노 딥카스 실행 화면 (사진=뷰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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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매출도 우상향 추세다. 뷰노의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매출은 83억원으로 전년 연간 매출 82억원을 초과 달성하게 됐다. 작년 전체 매출은 1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주력 매출은 영상의료가 아닌 생체신호 분야에서 창출되고 있다. 전체 매출의 대략 65%가 생체신호 분야인 ‘예후·예측’ 제품에서 나왔다. 영상의료 분야인 진단솔루션 제품 매출 비중은 약 15%다.
뷰노 관계자는 “기존의 영상 판독 제품 판매와 기술 이전도 매출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라며 “의료AI 업계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수익 창출에 대한 리스크를 해결해가며 AI 솔루션의 품질 향상과 비급여 진출 확대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업손실도 크게 줄었다. 3분기 뷰노의 영업손실은 약 18억5000만원으로 전분기 53억원 및 전년 동기 약 45억원 대비 큰 폭으로 개선됐다. 누적기준 영업손실도 약 112억원으로 전년 동기 약 156억원에 비해 크게 감소했다.
김준홍 뷰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금과 같은 매출 증가와 영업손실 개선 흐름이 지속되면 2024년 분기 중 영업이익 기준 손익분기점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뷰노메드 딥브레인이 미국 시장 진입을 앞두고 있는 만큼, 2024년부터는 해외 매출의 증가폭과 매출 비중이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루닛의 경우 해외 매출 비중이 높기 때문에 국내가 주력인 뷰노와 입장이 다르다는 관점도 있다. 실제 뷰노는 국내 매출 비중이 예후 예측 기기 3분기 매출 기준으로 99% 이상이고, 영상 의료 기기도 80%가 넘는다. 반면 루닛은 86% 이상의 매출이 해외에서 나온다. 또한 뷰노의 경우 예후 예측 기기가 주력이지만 루닛은 영상 보조 기기가 메인이라 주력 제품도 다르다.
혁신의료기술 방식으로 보험 수가 전략을 취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낫다는 주장도 있다. 해당 제도가 신의료기술 평가유예 제도보다 검증 과정을 빠르게 거치기 때문에 향후 급여 심사에서도 보다 유리한 고지에서 심사를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루닛 관계자는 “신의료기기 제도를 신청하는 것도 내부적으로 검토했지만 정부에서 새로운 제도로 혁신의료기술평가를 도입했기 때문에 그쪽으로 방향을 틀었다”며 “이 기술이 장기적으로 보면 패스트트랙으로 진행되어서 급여 산정이 속도가 상대적으로 빠른 편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AI의료기기 업계 한 관계자도 “혁신의료기술로 지정되면 3년 뒤 다시 기술평가를 받아 급여화 시키는 심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한국보건의료원(NECA)의 긴밀한 코치를 받을 수 있어 향후 급여 적용 심사를 받을 때 유리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