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석지헌 기자] 세계 첫 DNA 기반 코로나19 백신이 글로벌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현재로서는 또다른 DNA 코로나19 백신이 상용화에 성공해도 유의미한 매출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인도 제약사 자이더스 캐딜라의 자이코브-D 백신.(자료= 자이더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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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제약·바이오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인도 백신 업체 자이더스 캐딜라(현 자이더스 라이프사이언스)의 세계 최초 DNA 코로나19 백신 ‘ZyCoV-D(자이코브-D)’는 출시 1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유의미한 매출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백신 수요가 급감한 데 따른 것이다. 자이더스 내부에서도 올해 상업적인 매출 증대 기회는 더 이상 없을 것으로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이더스의 올 상반기 순이익은 51억원으로, 전년 대비 11.73% 감소했다.
지난해 8월 인도 의약품관리국(DCGI)으로부터 긴급사용승인을 받을 때만 해도 회사는 매년 최대 1억2000만 회분 백신을 생산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이후 1년 3개월 가량 지난 현재까지도 개도국 등 해외 수출을 위한 WHO(세계보건기구) PQ(사전적격성평가)나 EUA(긴급사용승인) 심사 목록에 등재조차 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샤빌 파텔 자이더스 대표는 지난 3월 말 “올해 자이코브-D에 올해 상업적으로 의미있는 매출 향상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앞으로는 민간시장과 수출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DNA 코로나19 백신의 상업화가 별다른 매출 성과를 내지 못한다는 건 예견된 일이기도 하다. 이미 자이코브-D와 같은 DNA 기반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던
제넥신(095700)은 지난 3월 일찌감치 ‘낮은 사업성’을 이유로 백신 개발을 포기한다고 밝혔다.
제넥신 관계자는 “당시에 적으면 4000억원에서 많으면 6000억원을 투자해야 했는데, 팔린다는 보장이 없었다. 그 때 투자했더라면 기존 파이프라인 개발 마저도 망가질 뻔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자이더스와 코로나19 백신 생산 계약을 맺은
엔지켐생명과학(183490)도 사실상 생산 일정을 무기한 연장한 상황이다. 당초 올해 초 생산 예정이었으나 아직까지 뚜렷한 일정이 잡히지 않은 것. 업계에서는 엔데믹 전환으로 인한 시장성 하락이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처럼 DNA 코로나19 백신이 설 자리를 잃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진원생명과학(011000)만 개발을 진행하고 있어 임상 결과에 관심이 집중된다. 의약품안전나라에 따르면 진원생명과학은 지난 2020년 12월 4일 국내에서 DNA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GLS-5310’ 임상1/2a상을 승인받은 후 2년 가까이 지난 현재까지 임상 환자 ‘모집중’이다. 업계에서는 진원생명과학이 조만간 발표할 예정으로 알려진 GLS-5310의 임상2a상 결과가 개발 지속 여부의 분수령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 백신 개발 업체 관계자는 “만약 사업성 등을 고려해 임상시험 중단 의사가 있더라도 정부 지원금을 받은 만큼 뚜렷한 근거 없이 임상을 중단한다고 밝히기 애매한 상황일 것”이라며 “현재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추가적인 펀드를 받기도 어려운데, 이미 진원생명과학이 공언한 대로 라면 임상2a상 결과가 하반기쯤 나오니, 임상 결과를 보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진원생명과학은 앞서 지난 4월 “대상자들의 GLS-5310 접종이 완료되면 상반기에 중간 분석에 착수하고 하반기에 그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며 “현재 미국에서 부스터 백신으로 수행 중인 임상 1상의 중간결과를 활용하면 하반기에는 부스터 전용 백신으로 임상 2b/3상 신청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다른 백신 개발 업체 관계자는 “접종률이 매우 낮은 상황이라 이미 검증된 플랫폼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새로운 플랫폼으로 한다면 현재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매출이 제대로 나오기가 어렵다고 본다”며 “주주들에게 원성 들을 것을 우려해 사실상 포기 발표를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