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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국내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사들 사이에서 줄기세포 치료제 인·허가에 보수적이었던 미국 현지 분위기가 변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미국에서 첫 줄기세포 치료제가 의약품으로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데다, 줄기세포 치료제에 우호적인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가 미국 트럼프 2기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취임하면서다. 이 같은 분위기에 힘입어 줄기세포 치료제로 미국에서 인·허가를 준비하는 국내 바이오벤처들은 임상 진행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美 줄기세포 치료제 시장, 전환점 맞나지난 13일(현지시간)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 지명자가 미국 연방 상원의 인준 절차를 통과하면서 장관으로 공식 취임했다.
 |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가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임명된 1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취임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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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네디 주니어는 줄기세포 치료에 우호적인 입장을 가진 인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에는 케네디 주니어가 줄기세포를 포함한 치료요법이 효과가 있음에도 FDA로부터 공격적인 억압을 받아왔다고 비판했다는 내용이 뉴욕타임스 등에서 보도되기도 했다. 국내 바이오 업계에서 케네디 주니어가 향후 줄기세포와 관련된 FDA 인허가 등 규제정책의 변화를 적극 요구할 것으로 기대하는 이유다.
오원일 메디포스트 대표이사는 “줄기세포 치료제 인·허가 과정에서 그간 기존 화학합성 의약품에 비해 부당한 범위의 자료 제출 요구 및 과중한 규제가 있어왔다”며 “(케네디 주니어의 인준으로) 정책 변화가 이뤄져 과학적 근거 아래 합리적으로 과중한 규제 및 요구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이어진다면 향후 미국에서 ‘카티스템’을 포함한 줄기세포 치료제들이 인·허가를 받는 데 분명히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원일 대표는 “무엇보다 전체 인·허가 과정에 소요되는 기간을 크게 단축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최근 들어 줄기세포 치료제에 대한 FDA의 태도가 바뀌고 있다는 목소리는 지난해 연말부터 나왔다. 지난해 12월 FDA의 허가를 받은 제1호 줄기세포 치료제가 탄생하면서다. 삼수만에 FDA 문턱을 넘은 메조블라스트의 ‘라이온실’은 중간엽 줄기세포(MSC)를 사용하는 최초의 FDA 승인 치료제다. 스테로이드 저항성 급성이식편대숙주병(SR-aGvHD) 치료제인 이 약은 2개월 이상의 소아부터 사용이 가능하다.
이에 앞서 지난해 11월에는 스템사이트의 제대혈 유래 세포치료제 ‘리제네사이트’의 생물학적 제제 허가 신청(BLA)이 승인됐다. 유전성·후천성 조혈계 질환이나 골수억제 치료로 인한 환자들을 위한 치료제인 리제네사이트는 BLA 승인이 이뤄진 첫 제대혈 유래 세포치료제다.
오 대표는 “오랜 기간 동안 수많은 연구와 임상시험을 통해 장기적 안전성이 입증된 특정 줄기세포, 즉 MSC에 대해서는 임상시험에서 적응증에 대한 효과만 입증할 경우 추가적인 규제없이 허가가 가능하다는 흐름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그동안 타인의 세포라는 점에서 안전성에 대해 부가적인 우려가 제기됐던 동종 줄기세포 치료제가 허가를 받았다는 점에서 동종 중간엽 줄기세포 치료제로 미국 임상 3상을 준비하고 있는 메디포스트를 포함해 국내 개발사들에 긍정적인 신호”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사 관계자도 “미국에서 라이온실이 허가받고 케네디 주니어가 보건복지부 장관이 되면서 업계에 기대감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라며 “실질적인 혜택이 직접적으로 주어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우호적인 분위기가 조성됐다는 것만으로 큰 의미가 있다”고 주장했다.
 |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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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시장 도전장 던진 테고사이언스·메디포스트글로벌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 진출을 노리는 국내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사들은 드디어 때가 왔다는 분위기다. 테고사이언스(191420)와 메디포스트(078160)는 새롭게 미국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이들 회사는 향후 BLA 승인을 위한 전략 및 글로벌 개발 전략에 좋은 선례가 생겼다고 강조한다.
지난달 회전근개 부분층 파열 개선을 위한 동종유래세포치료제 TPX-115의 2상 임상시험계획(IND)을 제출한 테고사이언스는 지난 14일 한 달 만에 TPX-115의 IND 승인을 공시했다. 테고사이언스는 FDA로부터 한국에서 실시한 TPX-115의 임상 2상 결과를 인정받아 임상 1상을 면제받고 미국에서는 임상 2상부터 진행할 수 있게 됐다.
테고사이언스 관계자는 “연내 미국 현지에서 TPX-115 임상 2상 환자모집을 시작할 것”이라며 “TPX-115를 시작으로 ‘칼로덤’을 비롯해 회사의 다른 후속 파이프라인들에 대한 FDA IND 신청도 빠르게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칼로덤은 2도 화상, 당뇨병성 족부궤양 등에 사용되는 동종유래 줄기세포치료제로, 국내에서는 지난 2005년 품목허가를 받았다.
메디포스트도 이 같은 흐름을 타 올 하반기 ‘카티스템’ 임상 3상 IND 제출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계획이다. 퇴행성 골관절염 치료제인 카티스템은 국내에서는 이미 12년의 시판 및 수술 이력을 가지고 있다. 지난 2018년 미국에서 임상 1/2a상을 마친 메디포스트는 이 같은 한국에서의 시판 후 데이터를 근거로 임상 2상을 생략, FDA로부터 바로 임상 3상에 진입할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아 현재 3상 IND 신청을 준비 중이다.
오 대표는 “국내에서 카티스템을 처방받은 환자들의 실사용근거(RWE)를 분석해보니 환자 100명 중 대부분이 치료효과가 장기간 유지됐으며, 수술 환자들이 이후 다시 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사례는 소수에 불과했고, 이 역시 카티스템을 수술한 부위가 아니었다”며 “내년까지 RWE 분석을 마쳐 이를 미국, 일본에서 카티스템의 품목허가를 받는 데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고 했다.
조용한 임상 중단 사례 다수…옥석가리기 필요국내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사 중 이제까지 미국에서 임상을 추진한 사례는 많지만, 조용히 임상을 중단하거나 실패한 사례도 다수이므로 이 점은 주의해야 한다.
파미셀(005690)의 경우 지난 2017년 FDA로부터 알코올성 간경변증 치료제인 ‘셀그램-LC’의 임상 1상 IND 승인을 받았지만 이후 코로나19 팬데믹이 세계적으로 번지면서 미국 임상을 중단했다. 안트로젠(065660)은 지난 2023년 6월 FDA에 골관절염 치료제 ANT-301의 1/2a상 IND를 신청했지만 지금까지 IND 승인 여부는 공시되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식약처와 달리 FDA에 IND를 제출했을 때는 프리IND 미팅을 하지 않는 한 IND 승인까지 정해진 데드라인이 없다”며 “IND 검토 과정 중 FDA가 보완자료를 요구했을 때 시간이나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고 판단되면 공시 등으로 알리지 않고 보완자료를 제출하지 않는 식으로 임상을 중단하는 케이스도 많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케네디 주니어 취임 이후 시장 상황에 대해 조심스러운 목소리도 나온다. 줄기세포 치료제에 대한 케네디 주니어의 태도가 업계에 긍정적으로만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우려다. 환자와 대중들이 케네디 주니어로 인해 줄기세포 치료제를 과학적·의학적으로 효과가 입증된 의약품이 아니라 민간대체치료요법의 일종으로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사 임원은 “케네디 주니어가 줄기세포 치료를 환각제, 이버멕틴, 킬레이션, 건강보조식품 등과 같은 범주에 묶어 일종의 ‘대체의료’ 요법으로 표현해 왔다”며 “그동안 쌓아온 줄기세포 치료제의 유효성이나 안전성에 대한 과학적 근거와 기존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사들의 성과 및 전략과 방향이 (케네디 주니어의 시각과) 반드시 같지만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