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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임정요 기자] 의료영상 솔루션(PACS) 회사 인피니트헬스케어(071200)의 지배구조가 도마 위에 올랐다. 소액주주들이 연대해 최대주주 솔본(035610)에 대항하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들은 현임 감사가 회사의 경영에 제대로 된 견제와 감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 새로운 인물을 신규선임할 것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감사로 추천받은 이는 허권 헤이홀더 행동주의펀드 대표다.
허 대표는 29일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임시주총이 열릴 6월 23일 전까지 소액주주 의결권 25%를 모아 인피니트헬스케어 정관변경을 저지, 제 스스로 회사의 감사가 되어 재무경영을 감시하고 정상화시켜 기업가치를 증폭시킬것”이라며 “현재 시총 1500억원인데, 3000억원은 되어야 하는 회사”라고 말했다.
23년째 솔본이 최대주주인피니트헬스케어는 2002년 메디페이스와 쓰리디메드의 신설합병을 통해 설립됐다. 회사가 영위하는 의료화상처리시스템 PACS(Picture Archiving and Communications Systems) 사업은 의료장비로 촬영 후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 영상을 의료진의 PC에서 손쉽게 진단에 활용할 수 있도록 구현된 디지털 솔루션이다. 과거 필름으로 판독하는 것을 디지털화해 환자 및 의료진의 진료 환경을 대폭 개선시켰다.
인피니트헬스케어는 PACS 분야에서 상급종합병원급 점유율 75%, 종합병원급 점유율 70%를 확보하고 있는 의료IT시장 선도기업이다. 작년 매출로 전년대비 14% 증가한 1015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의 두배 수준인 138억원, 순이익도 2.2배 수준인 446억원을 거뒀다.
최대주주는 2002년부터 솔본(옛 새롬벤처투자)이다. 올 3월말 기준 솔본이 인피니트헬스케어 지분 46.90%를 가지고 있다. 솔본은 홍기태 회장이 19.48%, 그의 처인 이혜숙 부회장이 14.45% 지분을 보유, 경영권을 확보하고 있다.
인피니트헬스케어 이사회와 솔본 이사회는 사내이사진이 대부분 중복된다. 홍기태 회장 본인과 처인 이혜숙 부회장, 딸 홍수현 씨 등이 대표적이다. 서울여자대학교 불어불문학과 명예교수인 김은희 기타비상무이사도 양쪽 회사에 모두 적을 두고 있다.
업계에서는 인피니트헬스케어가 홍기태 솔본 회장의 돈주머니로 전락했다며 우려한다. 주주 사이에서는 뒤늦게나마 올해 정기주총에서 재선임되어 4년차에 돌입하는 박우칠 감사를 중도 해임시키자는 움직임이 급진적으로 진행 중이다.
인피니트헬스케어의 시가총액은 1500억원대로, PBR 0.85배 가량이다. PBR 1 이하면 저평가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마저도 3월을 기점으로 주주 행동주의로 인해 주가가 상승하면서 PBR이 올라온 상태다. 주주 행동주의에 앞서 4000원대이던 주가는 어느새 6000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 인피니트헬스케어 종목분석(자료=엠피닥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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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들이 신임 감사 후보로 제안하는 이는 허권 헤이홀더 대표다. 허 대표는 기업지배구조 및 경영권 분쟁 전문 변호사로, 그가 운영하는 주주플랫폼 헤이홀더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목표로 한다는 설명이다.
허 대표는 올해부터 인피니트헬스케어 지분을 매입하기 시작했다.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그는 “최근 인포바인이라는 회사에 주주 행동주의를 통해 자사주 매입을 이끌어냈고 그 결과 주가 부양을 이뤘다. 해당 프로젝트를 끝내고 나서 인피니트헬스케어도 살펴봐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인피니트헬스케어는 내재적인 가치가 굉장히 좋지만 후진적인 지배구조 및 승계 이슈로 주가를 누르고 있는 상황으로 비춰진다. 예전 SM엔터테인먼트와 라이크기획 사이 계약 해지 이후 주가가 올라간 것과 유사한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허 대표는 인피니트헬스케어 지분 0.45%(11만 468주)를 보유하고 있다. 특수관계인으로 분류되는 헤이홀더, 박형렬, 신학진, 이규성씨 몫까지 합하면 도합 0.87% 지분율이다.
허 대표는 “인피니트헬스케어가 저평가된 주된 이유는 후진적 지배구조”라며 “최근 5년간 주주들에게 배당은 1원도 지급하지 않으면서, 영업이익 기준으로 적게는 22%, 많게는 42%를 지배주주인 솔본에 용역수수료로 지급했다”고 말했다.
그는 “홍 회장 일가가 인피니트헬스케어에서 수령하는 급여는 약 12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모회사에 부당하게 지급하고 있는 경영자문수수료 약 34억원까지 고려한다면, 인피니트헬스케어가 현재의 후진적 지배구조를 개선할 경우, 현재보다 영업이익이 30~40%는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상황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현 감사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이는 감사로서의 직무수행을 포기한 것”이라며 “제 스스로가 회사의 감사가 되어 회사의 부조리한 문제점들을 정리하고, 회사의 기업가치를 제고시키고자 한다”고 말했다.
6월 22일까지 의결권 모으기 맞대결솔본 측도 손 놓고 바라보지 않는 분위기다. 우선 김앤장 로펌을 통해 허 대표를 고소한 것으로 파악된다. 나아가 6월 23일 임시주총을 개최해 정관을 손볼 계획임을 밝혔다. 주된 내용은 감사에 대한 것, 그리고 중간배당 도입 등이다.
인피니트헬스케어는 최대 2인까지 허용하던 감사의 수를 1인으로 제한하는 내용의 정관변경을 안건에 부칠 예정이다. 또한 감사로 선임될 수 있는 이의 요건을 추가한다. 회계법인 업무 경력이 1년 이상, 상장회사의 감사 경력이 3년 이상인 자로, 개인사업자로서 별도 사업을 영위하지 않는 자만 감사가 될 수 있다는 내용으로 개정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회사에 손해를 가한 범죄 혐의로 기소되어 재판 중인 자는 제외한다는 내용이다.
창사이래 단 한번도 배당하지 않던 회사가 중간배당을 실시하겠다는 내용도 내걸었다.
허 대표는 “중간배당을 실시하겠다는 것은 최근 국세청 세무조사가 들어왔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세법상 일감몰아주기로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솔본 측에서는 더이상 인피니트헬스케어로부터 자문수수료를 받을 수 없을테고, 상장사라 최소 연매출 30억원을 내야 하는 점에서 압박을 받을 것이며 상폐 방지를 위해서 배당수익을 발생시켜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 대표는 인피니트헬스케어 내세운 중간배당 안건이 ‘눈먼 당근책’이라며 장기적인 안목에서 감사를 교체해야한다고 주장했다.
3월말 기준 소액주주가 1만1900명 이상, 50.79% 지분을 가지고 있어 기간내 의결권을 모은다면 승산이 없지 않다. 정관변경을 막으려면 최소 25% 이상의 위임장을 모아 표대결을 해야한다. 기한은 임시주총이 예정된 6월 23일 하루 전날까지다.
한편, 인피니트헬스케어는 2023년말까지만 해도 320명대이던 직원수가 올 3월말 기준 250명으로 20% 줄었다. 회사 실적은 우상향했지만 때아닌 구조조정을 진행한 것으로 파악된다. 작년말에는 11년간 인피니트헬스케어 대표직을 수행한 김동욱 대표도 해임했다. 구조조정에 대한 이견에 따른 해임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인피니트헬스케어의 구조조정이 ETF 투자를 위한 여유자금 확보가 목적일 것으로 판단한다.
한 증권업 관계자는 “인피니트헬스케어가 국내 헬스케어 IT 기업으로서 가지는 의미는 매우 중요하다”며 “루닛, 뷰노, 코어라인소프트 등 AI기업의 향방을 결정할 수도 있는 잠재력이 큰 기업인데 본업과 무관한 ETF 투자를 하는 행태는 지양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