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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글로벌 투명교정장치 시장의 절대강자인 얼라인테크놀로지와 국내 기업 그래피(318060)의 기술 경쟁이 흥미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20년 넘게 열성형 방식으로 시장을 키워온 얼라인테크놀로지가 최근 직접 3차원(3D)프린팅 기술 확보에 속도를 내면서다. 그래피가 먼저 상용화한 직접출력 방식에 글로벌 1위 업체도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모양새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https://image.edaily.co.kr/images/photo/files/NP/S/2026/08/PS26082900657.jpg) | |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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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아직 두 회사의 체급 차이는 상당하다. 미국 얼라인테크놀로지의 ‘인비절라인’은 글로벌 투명교정 시장에서 약 50%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인비절라인의 누적 치료환자는 올해 2300만명을 넘어섰고, 지난해 말 기준 인비절라인 교육을 이수하고 실제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진도 29만5000명 이상이다.
반면 그래피가 밝힌 형상기억 투명교정장치(SMA)의 전 세계 누적 임상 케이스는 아직 30만건에 불과하다. 소재 사용량을 토대로 역산한 수치라는 점에서 인비절라인의 누적 치료환자와 동일한 기준으로 비교할 수는 없지만 시장에 축적된 경험에서 상당한 격차가 있음은 분명하다.
한국 시장에서도 그래피는 도전자에 가깝다. 정확한 브랜드별 최신 시장점유율은 공개돼 있지 않지만 국내 투명교정 시장의 90% 이상을 기존 열성형 방식이 차지하고 있으며 그래피의 점유율은 아직 10% 미만으로 추산된다. 다만 그래피의 국내 SMA 주문 플랫폼 가입 병원은 2024년 말 300여곳에서 지난해 말 450여곳, 올해 현재 800여곳으로 늘어나는 등 성장세가 가파르다.
열성형 대신 ‘직접출력’…세계 1위도 뛰어든 기술 경쟁 그래피가 글로벌 1위와 맞설 무기로 선택한 것은 기존 투명교정장치와 다른 소재와 제조방식이다. 얼라인테크놀로지의 주력 투명교정장치(얼라이너)는 환자의 구강을 스캔한 뒤 단계별 치아 모델을 3D프린팅하고 여기에 투명 시트를 열성형해 제작한다. 그래피 SMA는 형상기억 소재인 TA-28을 이용해 환자에게 필요한 얼라이너 자체를 3D프린터로 직접 출력한다.
눈길을 끄는 것은 최근 얼라인테크놀로지 역시 직접 3D프린팅 기술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얼라인테크놀로지는 지난 2024년 1월 고분자 적층제조 분야의 직접 3D프린팅 전문기업 큐비큐어(Cubicure)를 약 7900만 유로(약 1276억원)에 인수했다. 관련 기술을 ‘차세대 얼라이너 제조’의 기반으로 보고 장기적으로 하루 수백만개의 맞춤형 장치를 직접 출력할 수 있도록 생산기술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직접 3D프린팅 제품도 상용화했다. 얼라인테크놀로지는 상악을 넓히는 데 사용하는 ‘인비절라인 구개확장장치’(Invisalign Palatal Expander)를 직접 3D프린팅 방식으로 생산하고 있다. 회사의 첫 직접 3D프린팅 교정장치다. 주력 얼라이너는 여전히 열성형 방식이지만 향후 투명교정장치 자체를 직접 출력하는 방향으로 기술 영역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그래피로서는 글로벌 1위가 같은 기술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점이 기회이자 위협이다. 직접출력 기술이 차세대 투명교정장치 제조법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신호지만, 얼라인테크놀로지가 막대한 연구개발비와 생산능력, 의료진 네트워크를 앞세워 관련 시장에 본격 진입하게 되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수 있어서다.
다만 그래피는 직접 3D프린팅 자체보다 형상기억 소재와 이를 실제 교정장치로 구현하는 기술에 진입장벽이 있다고 보고 있다.
그래피 관계자는 “직접출력 시장에 글로벌 기업들이 뛰어들고 있다는 것은 투명교정장치 제조기술이 우리가 일찍부터 주목해 온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의미”라면서도 “형상기억 소재를 직접 출력해 실제 치료에 사용할 수 있는 교정장치로 구현하려면 소재 기술뿐 아니라 프린팅과 후처리, 형상기억 성능을 안정적으로 구현하는 공정기술까지 함께 확보해야 한다. 그래피는 이 전 과정에 걸쳐 기술과 경험을 축적해 온 만큼 상당한 진입장벽을 구축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2300만명 임상데이터’ 얼라인 vs ‘형상기억’ 그래피 그래피가 개발한 TA-28은 구강 내 온도에서 원래 설계된 형태로 돌아가려는 성질을 갖는다. 그래피는 이 같은 복원력을 이용하면 치아에 비교적 일정한 힘을 지속적으로 전달할 수 있어 기존 열성형 투명교정장치보다 치료 효율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치아 표면에 붙이는 돌기인 ‘어태치먼트’ 사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도 차별점이다. 기존 투명교정에서는 특정 방향으로 치아를 이동시키기 위해 치아에 레진으로 만든 어태치먼트를 붙이는 경우가 있다. 그래피는 형상기억 소재의 복원력과 얼라이너 두께 조절 등을 활용해 어태치먼트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고 설명한다. 부착·제거에 필요한 진료시간을 줄일 수 있어 환자 편의성뿐 아니라 치과의 진료 효율도 높일 수 있다는 논리다.
그래피가 제시한 자료에서도 치료기간 차이가 나타났다. 진단과 부정교합 유형이 유사한 증례를 비교한 결과 1급 부정교합에 과개교합(입을 다물었을 때 윗니가 아랫니를 정상보다 너무 많이 덮는 부정교합)과 경미한 치열 혼잡이 동반된 인비절라인 증례는 치료에 2년 6개월이 걸린 반면, 더 심한 치열 혼잡을 동반한 SMA 증례는 1년 만에 치료가 끝났다.
다른 유사 증례에서도 인비절라인 1년 4개월 대비 SMA 9개월, 인비절라인 1년 5개월 대비 SMA 6개월로 SMA의 치료기간이 더 짧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금까지 SMA와 인비절라인을 동일 조건에서 직접 비교한 임상연구는 없었기 때문에 해당 데이터를 제품 간 직접적인 우열로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그래피는 이 같은 임상 사례를 근거로 SMA가 기존 열성형 투명교정장치보다 치료기간을 6~18개월가량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가격도 그래피가 시장을 파고들기 위해 선택한 무기다. 후발주자인 그래피는 인비절라인 대비 낮은 가격대를 책정하고 있다. 병원과 증례, 치료기간에 따라 가격이 달라 일률적으로 비교하기 어렵지만 SMA의 환자 치료비는 인비절라인의 약 50~80%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제조방식의 변화는 환경 측면에서도 차이를 만든다. 기존 열성형 방식은 환자의 단계별 치아 모델을 출력하고 그 위에 플라스틱 시트를 성형·절단하기 때문에 사용을 마친 모델과 잘라낸 시트가 폐기물로 남는다. 반면 그래피는 얼라이너 자체를 3D프린터를 통해 직접 출력하기 때문에 중간 치아 모델이 필요 없고 소재 폐기량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얼라인테크놀로지 역시 큐비큐어 인수 당시 직접 3D프린팅이 중간 몰드를 만드는 공정을 없애 보다 지속가능하고 효율적인 생산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치료 효율뿐 아니라 생산 효율과 환경 측면에서도 양사가 직접출력이라는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 셈이다.
물론 시장의 표준을 바꾸는 것은 기술만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다. 인비절라인은 2300만명이 넘는 환자 치료 경험과 방대한 임상 데이터, 높은 브랜드 인지도와 글로벌 의료진 네트워크라는 해자를 갖고 있다.
결국 관건은 그래피가 ‘직접출력’이라는 승부수를 얼마나 빠르게 시장의 표준으로 확장하느냐다. 그래피가 레이 인수 및 메가젠임플란트와의 협업에 공을 들이는 것도 기술력뿐 아니라 생산·유통·임상으로 이어지는 사업 기반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3D프린팅을 통한 직접출력과 형상기억 소재라는 기술적 선점 효과에, 레이와 메가젠임플란트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결합해 해외 시장 확장에 속도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치과업계 관계자는 “인비절라인이 브랜드와 임상 데이터 측면에서 여전히 압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다”면서도 “투명교정 시장도 소재와 제조기술의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그래피가 직접 3D프린팅과 형상기억 소재의 장점을 실제 치료 결과로 입증하고 임상 데이터를 충분히 축적한다면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할 여지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