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네오이뮨텍(950220)의 가장 빠른 수익사업으로 기대되는 급성방사선증후군 치료제의 비임상시험이 이르면 이달 중 개시된다. 적응증의 특성상 결과만 좋으면 두 차례 동물실험만으로 시판 허가가 가능한데, 회사측은 2년 뒤부터 미국 정부에 의약품을 납품해 최소 연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네오이뮨텍은 매출 없이 매년 약 4500만 달러(한화 약 60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19일 네오이뮨텍에 따르면 4~5월 중 ARS를 적응증으로 한 ‘NT-I7’의 비임상시험을 개시할 예정이다. 허가에 필요한 절차는 2회의 동물실험으로만 이뤄진다. 방사선에 노출된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것이 불가능해서다.
이르면 이달 중 설치류를 대상으로 1차 동물실험을 진행하고, 그 결과에 따라 2차 동물실험은 영장류를 대상으로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긍정적인 데이터가 나오면 미국 연방정부의 국가전략물품으로 긴급사용승인(EAU)을 거쳐 NT-I7을 납품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회사측은 두 차례의 동물실험에 약 2년이 걸려, 이르면 오는 2025년 미국 보건복지부와의 본계약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암젠, 동일 프로그램으로 美정부서 연 9600만 달러 수취
| 미국 연방정부의 국가 전략물자로 납품계약을 맺은 ARS치료제들(자료=네오이뮨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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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성방사선증후군(ARS)은 방사능 테러나 사고 등으로 단시간 내 대량의 방사선에 피폭돼 장기가 손상되고 중요 혈액세포들이 급감한 상태를 일컫는다. 이 때문에 ARS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호중구, 혈소판, 림프구 등 중요 혈액세포 생성을 촉진해야 한다. 미국 연방정부는 핵무기, 방사능 유출사고 등에 대비해 방사선 핵무기 대응 프로그램(RNCP)의 일환으로 국가전략물자로써 ARS치료제를 비축해 둔다.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는 지금까지 3건의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1건의 혈소판감소증 치료제를 ARS치료제로 계약했다. 가장 최근 계약이 성사된 건 암젠의 혈소판감소증 치료제 ‘엔플레이트’(Nplate)다. 지난해 10월 미국 보건복지부가 2억9000만 달러(한화 약 3700억원) 규모의 엔플레이트를 납품받기로 했다는 사실이 외신에서 보도됐다.
보통 의약품 유통기한이 2~3년가량인 점을 감안해 업계에서는 이 계약이 약 3년치 물량에 해당하는 규모일 것으로 예상한다. 최소 3년마다 약 2억9000만 달러 어치의 정기 구매가 미국 정부로부터 이뤄진다는 뜻이다.
림프구감소증 치료제로 미국 정부와 납품 계약을 맺은 사례는 없다. 대신 NIAID는 네오이뮨텍과 지난해 12월 ARS치료제 개발 협약을 체결했다.
앞서 NT-I7의 성분인 ‘하이루킨-7’(지속형 인터루킨-7)은 2018년에는 유럽 의약청(EMA), 2019년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특발성 CD4+ 림프구감소증 치료제로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았다. 특발성 CD4+ 림프구감소증으로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은 사례는 NT-I7이 최초이자 아직까지 유일할 정도로 경쟁선상에서 자웅을 겨룰 만한 상대가 없다는 것이 회사측 설명이다.
네오이뮨텍 관계자는 “2019년 미국 듀크대와 진행한 공동연구 데이터를 보고 미국 NIAID에서 먼저 RNCP에 네오이뮨텍이 참여해 줄 것을 요청했다”며 “임상시험이 진행됨에 따라 납품계약도 독점적으로 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주공산’ 림프구감소증 치료제 시장 겨누는 네오이뮨텍
| NT-I7 주요 임상 연구개발 현황 (자료=네오이뮨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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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오이뮨텍이 암젠보다도 높은 단가로 NT-I7을 납품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장밋빛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태원 IV리서치 연구원은 “앞서 암젠의 계약사례를 보면 네오이뮨텍이 NT-I7의 납품을 시작할 경우, 보수적으로 봐도 최소 1000억원의 매출 달성은 가능할 것”이라며 “경쟁약물이 없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엔플레이트보다 약가가 높게 책정될 가능성이 높고 이 경우 연간 1000억원 이상의 매출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1차 동물실험인 설치류 실험에 드는 비용은 전액 NIAID에서 부담한다. 네오이뮨텍은 NT-I7만 제공하고 NIAID가 직접 개발하는 조건으로 협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설치류 실험 결과에 따라 영장류 실험 등이 포함된 개발 계약은 미국 생물의학첨단연구개발국(BARDA)과 맺게 된다.
향후 동물실험 진행상황을 살펴 유럽으로도 진출할 계획이다. 네오이뮨텍 관계자는 “유럽에도 미국 RNCP와 유사한 프로그램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회사도 유럽의 관련 프로그램에 신청해 유럽 정부에 NT-I7을 납품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NT-I7은 2021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네오이뮨텍의 메인 파이프라인이다. 암세포와 감염세포를 제거하는 ‘T세포’의 증폭을 유도하는 인터루킨-7에 특허기술인 단백질 지속형 기술과 단백질 엔지니어링 기술을 적용한 재조합 단백질이다. 현재 교모세포종, 고위험피부암, 5개의 재발성·불응성 말기 고형암, 위암·위식도 접합부암·식도선암, 거대B세포림프종 등을 적응증으로 6개의 임상 1/2상을 회사가 직접 진행 중이다. 5개의 연구자 주도 임상도 진행되고 있다.
네오이뮨텍측은 NT-I7이 림프구감소증 치료제로 FDA의 긴급사용승인을 받으면 현재 임상 1/2상 중인 동일 성분의 다른 신약개발시 시판허가 과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