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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석지헌 기자]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LDT(실험실 개발 검사)를 규제하는 건 권한 남용이라는 판결가 나오면서 미국에서 관련 사업을 하고 있는 국내 진단기업이 수혜를 입을지 관심이다. LDT는 미국 내 ‘CLIA’(클리아) 인증을 받은 임상검사실에서 자체 개발·실시하는 진단검사다. CLIA는 미국 내 임상검사실의 품질관리 기준을 규정한 연방법이다.
 | [그래픽= 그록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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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DA 규제, 권한 남용” 판결 내용 보니 1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미국 텍사스 동부 지방법원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LDT를 의료기기로 규제하려는 시도가 연방법(FDCA)의 정의를 벗어난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은 미국 임상검사기관협회와 진단 업체들이 FDA의 규제가 위헌적이고 법적 권한을 초과한 것이라며 텍사스 동부 연방지방법원에 공동 소송을 제기한 데 따른 결과다.
그 동안 LDT는 의료기기가 아닌 의료 서비스 범주로 간주돼 FDA의 직접적인 규제를 받지 않았다. 이 때문에 클리아 인증을 받은 실험실은 FDA 승인이 없어도 자체 개발한 LDT를 활용해 환자에게 진단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클리아 인증 실험실 마다 동일한 검사에 대해 상이한 결과가 나오는 등 검사 결과의 일관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돼 왔다. 이에 FDA는 기존에 운영 중인 LDT 실험실에 대해 최대 5년에 걸쳐 등록·검토·허가를 받도록 단계적으로 실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FDA 규제 시도가 권한 남용이라는 판결이 나오면서 LDT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규제 공백기가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텍사스 판결은 다른 주에서 진행 중이거나 향후 제기될 유사 소송에서 중요한 참고 판례로 활용될 수 있다.
한 진단기업 관계자는 “다수의 CLIA 인증 실험실들이 이를 사업 확장의 계기로 삼고 매출 확대를 위한 영업 마케팅을 공격적으로 펼쳐갈 것으로 예상된다. 클리아랩에서 자체 개발한 LDT는 FDA 승인 없이 환자 대상 진단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6개월 이상 시간 벌었다” 클리아 인증 실험실을 인수한 국내 진단 업체들은 이번 판례로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고 봤다. 정밀진단 플랫폼 기업 엔젠바이오(354200)는 이번 판결로 신규 서비스 도입 시 필요한 밸리데이션(검사 정확도 및 신뢰성 검증) 절차가 간소화 됐다며, 6개월 이상의 시간을 번 셈이라고 밝혔다. 엔젠바이오는 지난해 3월에는 자회사 엔젠바이오AI를 통해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베르티스 설립 연구소’를, 4월에는 엔젠바이오USA를 통해 미국 뉴저지주에 있는 ‘탑랩’(TOPLAB)을 각각 인수했다.
최대출 엔젠바이오 대표는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FDA의 별도 규제가 없다면 주(州)정부 허가에 소요되는 기간이 절반 이상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며 “사실 지난해부터 새로운 NGS 기반 진단제품 출시를 준비했지만, 규제 불확실성 탓에 미뤄왔다.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런칭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올해 엔젠바이오는 하반기 새로운 암 진단 검사 서비스 2개를 도입할 예정이다. 기존 제공하던 제품보다 10배 높은 단가로 책정될 예정이며, 매출과 영업이익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는 설명이다. 올해 매출은 전년 대비 2배 성장할 것으로 회사는 전망했다.
회사는 올해 1분기 LDT 사업을 통한 매출이 전 분기 대비 최소 30%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전체 매출은 57억원 규모이며, 지난해 2분기부터 시작한 LDT 매출은 약 23억원을 기록했다.
회사 측은 올해 1분기에만 전년도 LDT 사업 매출의 절반에 해당하는 실적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올해부터는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진입할 것으로 기대된다는 설명이다.
액체생검 기업 싸이토젠(217330)은 판례가 나온 텍사스에 클리아 인증 실험실을 보유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 2022년 현지 인증 실험실 ‘엑스퍼톡스’를 인수한 바 있다. 엑스퍼톡스는 이미 국내 바이오 업체들을 대상으로 LDT 승인 대행 및 공동개발 서비스를 제공한 이력이 있다. 이로 인해 20만 달러 규모의 매출도 달성한 바 있다.
싸이토젠 관계자는 “규제 공백 기간을 활용해 미국 LDT 시장 진출을 노리는 국내 기업들 또한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관련 LDT 승인 대행 서비스 시장도 활성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염기서열 분석(NGS)기업 랩지노믹스(084650)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새 성장동력으로 중대형 클리아 인증 실험실들을 여러 곳 인수했다. 2023년 7월에는 ‘QDx’를, 지난해 10월 ‘IMD’를 각각 인수했다. IMD는 미국 새크라멘토·오로라·버클리에 각각 실험실을 두고 있어 한 번의 인수로 총 3개 실험실을 얻은 셈이다.